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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늘어가는 나의 거짓말

by 프라우지니 2019.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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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눌의 건강(?)을 생각한 남편은 지하실에 있던 실내자전거를 방으로 모셔왔습니다.

 

정말로 운동이 부족한 한겨울에는 지하실에 처박아 두더니만.. 봄이 되고 자전거 라이딩(겁나 빠르게 달리는) 가능한 시기에 침실을 점령하신 실내 자전거.^^;

 

실내자전거를 방에 갖다놓으면 “운동”하겠다고 마눌이 자진신고를 할 때는 귀찮은지 들은 체도 안하더니만, 얼마 전 자기 맘대로 "마눌 운동을 위해서“ 자전거를 올려야겠다고 결정하신 내 남편님!

 

자전거를 침대 옆에 들여다 놓고는 10시간 근무하고 돌아온 마눌에게 하는 한마디.

 

“오늘은 일했으니 15분만 타!”

 

우리 집 자전거는 강도5에 놓고 타기 때문에 절대 쉽지 않는데..

그걸 하루 11시간을 왔다 갔다 하면서 육체노동을 한 마눌에게 타라니!

 

첫 날은 남편이 타라니 자전거 위에 올라갔습니다.

그리곤 타기 시작했죠.

 

 

 

남편이 욕실로 씻으러 가는 거 보고는 얼른 내려와서는 의자에 앉아서 TV만 봤습니다.

 

나중에 방에 들어온 남편이 15분 탔냐고 물어보는데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대답했죠.

“당근이지! 15분 다 타고 자전거 플러그 뽑았어.”

 

자전거 전원을 꺼버렸으니 내가 15분 탔는지 확인불가 합니다.^^

 

가끔 퇴근하고 온 마눌에게 자전거 타라고 하면 올라가는 시늉만 하고는 얼른 내려옵니다.

사실 실내자전거를 타면 하루 이틀은 약간의 근육통에 시달립니다.

 

아무래도 근육이 풀어졌다가 다시 운동을 시작하니 잡히는 모양인데..

사실 요즘 자전거를 타고 싶은 의지가 별로 없습니다.

 

볼록 나온 배를 자랑스럽게 내놓고 다니는 내 남편!

 

본인은 퇴근하면 컴 앞에 앉아서 TV를 보던가, 침대에 누워서 감자 칩 한 봉지씩 먹으며 배를 키우면서 마눌에게는 왜 그리 “운동하라”고 하는 것인지..

 

정말로 임신 9개월짜리 자기 배는 안 보이고, 달랑 3개월짜리 마눌의 배만 보이는 것인지..

 

어떤 날은 정말로 운동할 마음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동기부여”를 해 달라고 했죠.

 

“남편, 당신이 매일 나에게 1유로씩 줘! 그럼 내가 매일 자전거 30분씩 탈께!”

 

돈을 받으면 정말로 탑니다.

왜? 돈까지 받으면서 사기 치면 안 되니 말이죠.^^

 

남편 등쳐서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은 아니고, 아주 작은 동기부여가 필요해서리...

 

1유로로 마눌 30분 운동시키면 별로 나쁜 조건도 아닌데...

짠돌이 남편은 들은 체도 안 합니다.

 

사실 운동이라는 것이 처음에 시작하는 것이 힘들지, 시작하고 습관이 되면 저절로 하게 되는 것이라 그 시작에 약간의 투자가 필요한 것인데 안 들리는 척 하는 남편!

 

모르죠, “마눌의 운동은 마눌이 알아서, 스스로 해야지“ 생각하는지도!

 

마눌이 “1유로에 30분 ”할 때는 들은 체도 안하는 남편이 시시때때로 마눌에게 묻습니다.

 

“오늘 자전거 탔어?”

“응”

“정말 탔어?”

“응”

 

마눌이 안한 거 같은데 했다고 하니 이번에는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묻습니다.

 

“정말로 자전거 탔어?”

“응”

 

이제는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거짓말도 아주 잘하는 마눌이 됐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아니”대답 했었는데...^^;

 

진실을 말해서 잔소리 폭탄을 맞는 거보다는 거짓말 하는 것이 속이 더 편하니..

최소한 잔소리는 안 들으니 말이죠.

 

가끔 마눌은 진실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오늘 자전거 탔어?”

“응”

“정말 탔어?”

“응”

“안탔지?”

“응”

“왜 안탔어?”

“1유로 투자하라니깐 안하고 뭔 딴소리야? 그리고 나 자전거 매일 타거든.”

“어디서?”

“밖에 만날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잖아. 그건 자전거 아니고 자동차냐?”

“밖에서 타는 거랑 방에서 타는 거랑 다르지!”

“뭐가 달라 자전거가 자전거지!”

 

물론 방에서 타는 자전거가 더 빡셉니다.

 

밖에는 보통 평지이고, 약간의 오르막이 있을 때는 내리막도 있지만..

실내자전거를 강도 5에 놓고 타면, 타는 내내 오르막만 있을 뿐이죠.

 

덕분에 허벅지를 말벅지 만들 수 있겠지만..

 

내 나이에 비하면 내 허벅지도 말벅지 수준이라 생각하는지라,

남편이 원하는 수준까지는 안 해도 될 거 같습니다.^^

 

마눌이 원하는 “1유로짜리 동기부여“를 한 달만 해주면 마눌이 매일 땀 흘리며 자전거타기를 탈 텐데..

 

1유로 아끼려다가 마눌 거짓말쟁이 만드는 걸 남편은 모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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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퍼온 동영상은 남편 몰래 저녁에 끓여먹는 라면입니다.^^

 

저녁에 남편은 1층 방에서 TV와 컴이랑 같이 놀고, 마눌은 2층 주방에서 노트북을 끼고 앉아서 놀죠. 보통은 남편이 마눌이 있는 주방을 시시때때로 올라와서 확인을 하는데..

 

이날 만은 조용했습니다.

모르죠, 감자칩 한봉지 까먹느라고 조용히 있었는지도..

 

남편은 아래서 감자칩을, 마눌은 위해서 라면을!

부부가 나란히 서로의 배를 키우고 있었던 시간이었던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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