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경험을 다해봤다는 말을 표현하는 말이 있습니다.
“산전, 수전, 공중전”
저도 태어나서 지금까지 많은 경험을 했으니 “산전, 수전, 공중전”은 기본에 외국인 남편과 외국에서 살고 있으니 한국에서 사는 사람들은 잘 모르는 종류의 경험 또한 다양하죠.
하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찜질방에서 밥을 먹는 것도 아니고, 욕조에 앉아서 저녁을 먹다니..
요리를 마눌보다 더 잘하고, 즐기는 듯이 보이는 남편은 주중보다는 주말에 요리를 자주합니다.
마눌이 일하는 날은 웬만하면 마눌이 오기 전에 요리를 해서 먹어치웠음 좋겠는 마눌의 바람과는 달리, 남편은 마눌의 퇴근시간에 맞춰서 요리를 합니다.
마눌에게도 먹이겠다고 말이죠.
남편은 쉬는 주말에 근무가 걸린 마눌이 퇴근해서 가장 먼저 가는 곳은 욕실.
요양원에서 입는 유니폼을 벗고 손 소독 후에, 사복을 입고 퇴근 하지만..
혹시나 병균이나 박테리아가 묻어 왔을까봐 집에 오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은 목욕입니다.
일단 씻고 옷을 갈아입는 것이 안전하니 말이죠.
퇴근해서 집에 오니 주방이 난리가 났습니다.
남편이 요리중이네요. (설거지는 마눌의 것!^^;)
남편의 요리에는 관심이 없는 마눌은 욕조에 앉아있습니다.
욕조에 물 받아놓고 엎드렸다, 누웠다 하면서 꽤 오랜시간을 보내죠.
때도 안 미는데 보통이 30분, 조금 길면 1시간.
욕조에서 누웠다 엎드렸다를 반복하면서 힐링하는 시간입니다.^^
“자신이 하는 요리를 마눌에게도 먹이고 싶은 마음에 마눌의 퇴근시간에 맞춰서 요리를 한다”니 감동인데, 저녁을 먹기도 늦은 시간이고, 배도 안 고픈 마눌은 반갑지 않습니다.^^;
마눌이 욕조에 앉아있는데 빨리 나와서 저녁을 먹으라는 남편.
“거기에 나두고 가, 내가 이따가 먹을께!”
“안돼, 식으면 맛없어. 빨리 나와서 먹어야지.”
“목욕하다가 내가 나가야 되겠어?”
“......”
한동안 말이 없다 싶었는데...
갑자기 욕실로 들어오는 남편.
욕조에서 놀고 있는 마눌 옆에 시누이 세탁통을 갖다놓고는 얼른 저녁상을 차려줍니다.
연어와 으깬 감자, 그리고 샐러드.
지난번에 연어 사와서 회로 먹고, 나머지는 토막을 내서 냉동실에 넣어놨었는데..
그중에 하나를 꺼내서 연어 스테이크를 했습니다.
연어스테이크와 메쉬포테이토 그리고 샐러드.
남편이 말하는 “금방한 신선한 건강식”입니다.
연어가 식으면 맛은 조금 덜하겠지만,
그렇다고 욕실까지 음식을 들고 올 줄은 몰랐습니다.^^;
남편은 마눌의 음식을 남겨두고는 자기는 자기 몫의 음식을 들고 아래층으로 사라졌습니다.
저는 욕조에서 놀다가 얼떨결에 (저녁 먹기는 늦은 시간이니) 야식을 받아들었습니다.
회로 먹을 수 있는 신선한 연어를 열려놨던지라..
해동해서 구워도 속은 익지 않게 잘 구웠습니다.
거기에 메쉬포테이토, 마당에서 따온 루콜라와 토마토를 넣어 발사믹 식초를 넣은 샐러드.
남편의 요리답게 음식 위에 작은 디테일도 훌륭합니다.
으깬 감자위에는 파슬리도 썰어서 올렸고, 잘게 썬 고추도 보입니다.
마눌은 귀찮아서 빼먹는 양파나 파도 샐러드에 다져서 넣었습니다.
남편이 음식을 하는걸 보면 참 세심한 사람입니다.
재료도 마눌은 귀찮아서 빼먹고, 보이는 건 다 집어넣는 어찌 보면 짬뽕 같은 음식을 하는데 반해서, 남편은 요리 시작 전에 레시피 검색하고, 들어가는 재료들을 다 구비해놓고는 야채들은 다 썰어서 접시마다 담아 놓은 후에 요리를 하죠.
가끔은 남편이 마눌을 딸처럼 생각하는 것이 정말 다행이지 싶습니다.
마눌을 “내가 돌봐야 하는 사람”이라고 인식하니,
이렇게 세세하게 챙겨주는 것일 테니 말이죠.
살다보니 욕조에 앉아서 식사를 하는 참 새로운 경험이 추가됐습니다.
남편이 해주는 요리를, 그것도 욕실에 앉아서 받는 아내들이 많지는 않을 텐데..
남편 덕에 이런 새로운 경험도 하게 되는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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