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저녁 퇴근한 마눌의 투덜거림 덕에, 저는 이 곳에 갈수가 있었습니다.
“오늘 요양원에 Perchtenlauf 페어흐턴라우프 (크람푸스 행진) 가 온다고 해서 내가 가보고 싶다고 했었는데.. 다른 직원들이 다 보러 가는 바람에 나는 병동을 지켰어.
내가 분명히 보고 싶다고 했었는데..“
지금 말하는 크람푸스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서 준비했습니다.
구글에서 캡처
우리는 크리스마스에는 산타만 등장하지만, 유럽에서는 산타와 크람푸스,천사가 함께 등장합니다. 착한 일을 하면 산타가 선물을, 나쁜 일을 하면 크람푸스가 벌을 주러 오죠.
마눌의 투덜거림이 마음에 걸리셨는지 남편이 인터넷으로 검색을 했던 모양입니다.
오스트리아에서 제일 크게 벌어지는 행사가 가까운 곳에 그것도 며칠 후에 있다니..
마눌에게 보여주고 싶었는지 호텔까지 예약을 하셨습니다.
집에서 1시간 거리인지라 굳이 호텔까지 예약할 필요는 없었는데..
남편의 깊은 뜻을 딸 같은 마눌이 어찌 알리요~
마눌은 겨우 3명 오는 크람푸스 못 봐서 서운하다고 했었는데..
이 행사에는 천명이 넘는 크람푸스가 나온다고 합니다.
그것도 오스트리아 전국 각지에서 말이죠.
이렇게 큰 행사인줄은 몰랐습니다.
그리고 몰랐던 것이 또 하나 있었습니다.
이 행사는 이런 종류의 행사 중에 가장 와일드 한 행사라고 했었는데..
그 “와일드”하다는 뜻이 그냥 퍼레이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들을 위협하고, 때리고, 대들고..
아무튼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저도 한 소리 보태야 했습니다.
회초리를 한묶음씩 가지고 다니면서 관람객들을 때리는지라,
그걸 피하려고 도망 다니는 관람객 틈에 저도 끼여서 달려드는 크람푸스를 피했지만,
그 회초리는 제대로 피하지 못한지라 몇 대 맞기까지 했습니다.
맞는 아픔은 “재미” 없습니다.
그냥 장난으로 때린 것이 아니라 제대로 때리거든요.^^;
이곳이야 말로 출연자와 관객이 제대로 참여하는 행사입니다.
때리고 맞으면서 말이죠.^^;
구글지도에서 캡처
크람푸스 퍼레이드를 하는 이 지역은 그리 알려진 곳은 아닙니다.
Bad Goisern 바드 고이세른(바드 고이센)
이 마을을 중심으로 아래로는 할슈타트, 위로는 바드이슐이 유명한 관광지이고, 이곳은 그냥 유명한 관광지를 지나는 길목인줄 알았었는데, 이곳에서 이런 대형 행사를 합니다.
작은 마을에 시내라고 해봐야 도로를 중심으로 가게 몇 개가 전부인 마을이고,
별로 볼 것도 없는 마을인데 호텔,펜션등등의 숙소가 왜 이리 많은 것일까? 했었는데..
이 주변에는 이름 있는 호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름 있는 스키장들도 꽤 많은 지역이었습니다.
겨울이 성수기인 지역이라는 이야기죠.
저희도 할슈타트 좌측의 Gosau 고사우라는 곳으로 노르딕스키를 타러 다니곤 했습니다.
여기에 참가한 크람푸스들이 천명이 넘고, 한 단체마다 대략 10~15명씩 나오는데..
단체마다 나오는 인물들의 조화가 다양합니다.
대부분은 니콜라우스(산타)와 천사 그리고 Krampus 크람푸스가 나옵니다.
천사들은 바구니에 사탕을 가지고 다니면서 관람객들에게 나눠주고,
니콜라우스도 어린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기도 합니다만,
그들과 함께 걷는 크람푸스만이 관람객들을 겁주고 때리고 합니다.
퍼레이드에는 다양한 의상과 다양한 나이의 천사들이 입장했습니다.
까만 의상을 입은 천사는 천사라기보다는 악마에 가깝게 보였고,
나오는 팀마다 극적인 효과를 위해서 다양한 장비를 동원한지라 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다만 이날 날씨가 너무 추워서 벌벌 떨면서 봐야만 했지만 말이죠.
퍼레이드를 하는 단체에는 성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린아이까지 있는지라,
심심치 않게 나타나는 아이 크람푸스는 얼굴에 쓴 괴물 탈과는 상관없이 귀엽기만 했습니다.
물론 아이들은 성인들처럼 관람객을 때리는 행동까지는 못하고 쳐놓은 게이트에 매달려서 얼굴만 양쪽으로 흔들어대면서 관람객을 겁주려고 시도하는 정도였죠.
어릴 때부터 이 퍼레이드에 참가하면서 하나씩 배워가는거죠.
우리가 머물렀던 숙소의 아들내미도 이날 이 행사에 크람푸스로 행진을 했었다고 합니다.
이 마을을 중심으로 이 지역에는 다양한 단체들이 크람푸스 행사에 참가하는 듯 보였습니다.
이 행사는 시각적으로는 조금 위협적이고, 청각적으로 꽤 요란합니다.
크람푸스들은 허리에 쇠방울을 차고 다니는데, 쇠방울의 재질도 다양한지라 나는 소리도 다양합니다. 한 가지 같은 것이 있다면 상당히 시끄럽다는 것!
내 앞까지 와서 몸을 흔들어대면 귀를 막아야 할 정도입니다.
크람푸스들이 두꺼운 털옷을 입는 것이 이 무거운 쇠방울을 허리에 차야해서 피부를 보호하는 용도가 아닌가 하는 뜬금없는 생각까지 들게 하는 아주 무거워 보이는 쇠방울입니다.
크람푸스들이 퍼레이드하면서 이렇게 관람객이 서있는 게이트로 접근을 합니다.
게이트 앞에 서서는 크람푸스를 피해서 도망간 사람들에게 오라고 손가락을 까딱 까닥 한답니다. 가면 때릴걸 아는데 게이트 옆에 가서 서는 사람은 없죠.
날 빤히 보면서 오라고 손가락질 하길레, 얼른 가라고 소리를 질렀더랬습니다.
“가, 가던 길 빨리 가라고!”
남편이 크람푸스한테 소리지르는 인간은 처음이라고 웃겨죽겠답니다.^^;
크람푸스가 게이트 앞에서 손가락만 까닥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거친 크람푸스들은 게이트를 흔들어서 게이트 연결구를 푼 후에 게이트를 넘어와 관객들을 때리기도 합니다.
게이트를 사이에 두고 크람푸스와 관람객 사이의 싸움 아닌 싸움이 이어지기도 했죠.
게이트가 풀리면 얼른 넘어진 게이트를 다시 세우느라,
크람푸스를 대항해야 하는 관람객들이 합심하는 모습까지 보였죠.
마눌을 앞에 세우고 뒤에만 서있는 남편. 크람푸스가 우리 곁으로 가까이 오면 도망가야 하는데, 자꾸만 마눌을 게이트 쪽으로 밀어 넣은 덕분에 마눌이 몇 대 맞았습니다.^^;
남편 딴에는 크람푸스랑 같이 있는 마눌 사진을 찍고 싶었던 모양인데. 크람푸스가 올 때마다 뒤에서 날 미는 남편과 앞에서 날 때리려는 크람푸스 사이를 피하느라 몸을 이리 틀고, 저리 틀어야 했습니다.
그러다가 크람푸스의 회초리를 남편까지 맞았죠.^^
마눌이 맞으면 아프다고 해도 믿지 않는 남편이 자기도 맞아보니 정말 아프다는 걸 실감 한 듯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크람푸스가 다가오는 게이트 쪽으로 마눌을 밀어댔습니다.
이날 날씨가 겁나게 추웠습니다.
퍼레이드도 한 시간이 넘어가니 보는 것도 지치고, 맞는 것도 지치고, 소리 지르면서 크람푸스를 피하는 것 도 지치고,크람푸스가 달고 있는 번호를 보니 아직 400번 대이고..
이 행사에 참가해서 퍼레이드를 하는 인물들은 다 번호를 달고 있습니다.
그래서 행사가 얼마나 진행됐는지 알 수 있죠.^^
혹시나 행사 중에 관람객을 너무 패서 병원까지 실려 가는 불상사가 있을 때,
범인을 잡기 수월하게 해 놓은 것인지..
보다가 지치고, 추위에 지쳐서 퍼레이드에서 조금 떨어져서 추운 뱃속을 채웠습니다.
굴라쉬 스프가 3.50유로라고 해서 주문을 했는데, 계속해서 가스불 위에 올려놓고 끓여서,
정말로 뜨거운 굴라쉬를 먹을 수 있었습니다. 양도 푸짐한지라 부부가 나눠먹었죠.
나름 먹을 만한지라 맛있게 먹고 있던 중에 발견한 굴라쉬 통조림통.
가격도 저렴, 양도 푸짐, 거기에 뜨끈하기까지 해서 통조림에서 나온 것도 용서가 됐습니다.
사실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판매하는 글뤼바인(뜨거운 와인)이나 펀치 등을 직접 만드는 단체가 있는가 하면 저렴한 업소용을 사다가 그냥 데워서 파는 단체들도 제법 있거든요.
여기도 그런 곳 중에 하나였던 거죠.
저녁 9시까지 행사는 이어진다고 했지만..
크람푸스 번호 700번 대에서 우리는 그만 철수했습니다.
너무 추워서 발도 시렵고, 크람푸스도 볼만큼 보기도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서 크람푸스가 때리려고 덤빌 때 게이트에서 떨어졌다가 다시 게이트 쪽으로 가야하는데, 내가 잠시 떨어졌을 때 얼른 그 자리를 차지하고는 비키지 않는 인간들 때문에 짜증도 났고..
여러 가지 이유로 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그냥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행진하는 팀들마다 자기네들이 준비한 컨셉으로 입장을 하는데.. 절대 동네잔치라고는 할 수 없는 꽤 규모가 큰 퍼포먼스에 불꽃놀이까지 있는 꽤 흥미 있는 행사였습니다.
날씨만 조금 따뜻했다면 끝까지 다 봤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습니다.
마을의 중앙광장에서 제일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행렬중의 쇼들이 많이 벌어졌는데..
중앙광장에 “바드 고이세른 요양원”이 있는 것이 특이했습니다.
이동이 불편하신 요양원 어르신들은 밖으로 나올 필요 없이 각자의 방에서 창문을 통해서 이런 이벤트를 볼 수도 있는지라, 요양원의 위치가 참 이상적이고 바람직하다 생각했습니다.^^
다음날 이곳을 출발하기 전에 마을 한 바퀴를 돌았습니다.
엊저녁에는 크람푸스들이 누비면서 폭죽 등등을 거리에 다 버려서 거리가 엉망이었는데..
이른 아침인데도 말끔히 청소가 된 상태입니다.
아직 조금 더 치워진 구석의 쓰레기를 줍는 몇몇 사람들도 봤습니다.
아무래도 작은 마을이다 보니 행사하나 치루는데 온 마을 사람들이 참여 하는 듯 보였습니다.
많은 크람푸스들에게 맞을 때는 많이 아팠고, 도망치느라, 소리까지 지르느라, 날씨도 추운지라 행사를 보는 것이 고역이었지만, 한 번쯤 볼만한 행사였던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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