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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그래도 감사한 일들

by 프라우지니 2018.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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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는 외모도 다르고, 발음도 다른 외국인 직원입니다.

 

그래서 요양원내에서 직원들뿐 아니라

어르신들에게도 차별 혹은 무시를 당합니다.

 

불평하시는 어르신에게

왜 그런지를 설명하고 있으면

(자신이 듣고 싶은 대답이 아닌지라)

어르신은 한마디로 내 입을 닫습니다.

 

“나는 당신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발음이 엉성해서) 못 알아들어.”

 

이런 반응을 하는 어르신들은 “내가 외국인 직원”이여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외국인이어도

좋아 해 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연세가 많으셔서 시력이 약해)

잘 안 보이는 지라 바로 앞에 가야

알아보시는 분들은 나임을 확인하면

손을 잡아주시면서 아는 체를 하십니다.

 

그동안 어디 갔었냐고 묻기도 하시고,

매일 오라고도 하시고!

 

나를 보면 감사하다며 작은 사탕 봉투를

주시는 어르신도 계십니다.

 

원래 선물을 안 받지만,

아주 소소한 금액의 선물이고,

또 너무 감사해서 꼭 주시고자 하시는

열망이 강하시면 못 이기는 척 하고

받아 나오기도 합니다.

 

 

내가 받은 목캔디

 

주시는걸 너무 사양하면 그것도 실례가 되니,

받아서 사무실이나 휴게실에

놓아 오가는 직원들이 먹게 두기도 합니다.

 

솔직히 나에게 사탕 선물(=뇌물)을 주신

할매는 신경을 더 쓰게 됩니다.

 

아프시다는 무릎 마사지도 다른 직원이

간다고 하면 내가 대신 들어갑니다.

 

할매가 하셨던 말씀이 생각이 나서 말이죠.

 

“다른 직원들은 통증 오일만

바르고는 그냥 나가버려,
당신처럼 성의 있게 발라서 여러 번

문질려서 흡수시킬 때까지 마사지

해 주는 직원은 없어.”

 

이런 말씀을 다른 분들께도 여러 번 들었습니다.

 

“당신처럼 바르고 제대로 몸이 느낄 수 있게,

제대로 마사지 해주는 직원이 단 한명도 없다!”

 

그래서 어르신들의 방에 연고나 오일 등을

발라 드리러 내가 들어가면,

어르신들이 아주 반갑게 맞아주십니다.

 

방에 들어갔는데, 날 퉁명스럽게 바라보는

어르신보다는 내 얼굴을 확인하고

활짝 웃으면서 날 반겨주시고,

손을 잡아주시는 어르신들이

더 많아서 감사하죠.

 

파킨슨성 치매가 깊어지면

언어장애도 더해집니다.

 

 

 

가끔 공격적으로 변하는 할배 한분!

 

내가 복도를 오가면서 웃고,

손도 잡아드리고 하니,

나만 지나가면 그분도 덩달아 웃으십니다.

 

저녁에 퇴근할 준비를 하면서 할배의

손을 살짝 잡아드리니 할배가 말씀을 하십니다.

 

“당신, 언제..”

“내가 언제 또 오냐구요?”

“그래.”

“저는 이번 주 말고 다음주말에 다시 출근해요.”

 

내 대답을 들으신 할배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지셨습니다.

 

항상 유쾌한 직원이 한참이 지난 뒤에

다시 출근한다니 많이 섭섭하신 모양이십니다.

 

내가 외국인 직원이고,

나름 신경 써서 독일어 발음을 해도

엉성하기는 마찬가지일 텐데도..

 

내가 출근한 날을 기다리시고,

내가 지나가기를 기다리시는

어르신이 있어 감사합니다.^^

 

하루 종일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열심히

일을 해도 날 싫어하는 직원들이 있습니다.

 

그들끼리 눈빛을 교환하고,

날 차갑게 쳐다보는 눈빛.

 

 

 

인간은 본능적으로 ..

상대방이 자신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대번에 알아챕니다.

 

이 기능이 아이들만 있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죠.

 

저도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그들의 눈빛과 행동으로 압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고, 나를 좋아하는

직원이랑 일을 하게 되는 날은

출근부터 신납니다.

 

힘들어도 서로, 함께, 힘을 모아서 하니

재밌는 하루를 보낼 수 있거든요.

 

반면에 나를 싫어하는 직원이랑

근무를 하면 괜히 주눅이 듭니다.

 

내가 방에서 오래 있음 땡땡이 치느라

오래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간병이라는 것이 어르신이 바지에

큰일(?)을 안 보셨으면 몇 분에 끝나지만,

 

큰일을 거나하게 보신 경우는

그걸 다 정리(?)하느라 30분 이상이

걸리기도 하거든요.

 

다행스럽게 우리 요양원은

저를 좋아 해 주는 직원들이 많습니다.

 

“일 열심히 한다, 어르신께 잘한다,
부지런하다, 항상 유쾌하게 웃어서 좋다.“

 

 

근무하는 중에 음악이 나오면 제가 춤도 춥니다.

갑자기 두 손을 허공에 올리고 외치죠.

 

“모두 두 손을 위로!
오른쪽으로 흔들고!
왼쪽으로 흔들고!”

 

항상 앉아계신 어르신들인지라

팔 운동을 시킬 요량으로

이런 행동을 곧잘 합니다.

 

나의 이 심하게 유쾌한 성격이

처음에는 거짓으로 보였나봅니다.

 

처음 실습을 가서 받았던

“실습 판단/결과서”

저를 이렇게 서술해놨습니다.

 

“상당히 친절하고 일을 잘 하는 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 남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의 행동이 위선같이 보였었나봐.”

 

하긴 이틀 근무를 하는 동안 실습생의

성격을 얼마나 파악했겠냐마는..

 

그들의 눈에 심하게 유쾌한 실습생의

행동이 거짓으로 보였었나 봅니다.

 

 

저는 그 거짓으로 보였던 심하게

유쾌한 행동을 3년째 잘하고 있습니다.^^

 

복도를 걸을 때는 팔운동을 할 요령으로

양팔을 휘휘 저으며 걸어 다니고,

(나비냐? 비행기냐?)

 

음악이 나오면 복도를 걸으면서도

두 팔을 휘휘 저어가며 춤을 줍니다.

 

제가 요양원 근무 시에는

참 특이하고 발랄한 캐릭터입니다.

 

입에 오면 입 대빨 내미는

심술쟁이 마눌이 되지만 말이죠.^^

 

일을 입으로만 하면서 나를 대놓고 무시하고,

사소한 실수를 커다랗게 부풀려서 내 뒷담화를

만들어 나를 깔아뭉개려는 직원들도 있지만,

 

나보다 더 열심히 일해서

내가 존경하는 동료들이 나를

“그들이 함께 일하면 좋은 동료직원”으로

인정 해 주고, 같이 일해서 즐겁다고 해주고,

내가 얼마나 성실하게 일을 해내고 있는지 알아주고!

 

누군가 내 뒤에서 뒷담화를 하면

나서서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도 해 주고,

 

내가 얼마나 어르신께 살갑게 하는 직원인지,

내가 얼마나 필요한 직원인지도 알아줍니다.

 

내가 외국인이어서

여전히 힘든 것들도 많지만,

감사한 것들이 더 많습니다

 

 

나를 (외국인 이전에) 한사람의 직원으로,

동료로, 인간으로, 전문 직업인 요양보호사로

알아주고, 치켜주고, 인정해주고,

칭찬해주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얼마 전까지 나를 멀뚱거리면서 보고,

퉁명스럽게 대하던 직원이

갑자기 친절해졌습니다.

 

전에는 봐도 웃지도 않고,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했었거든요.

 

“날 싫어하는 부류”였고,

“내가 대하기 불편한 직원”중에

한명이던 그녀가..

 

이제는 날 보면 먼저 웃고,

인사를 할 때 내 이름을 부르면서 지나갑니다.

 

내가 근무를 바꿔달라는 그녀의 부탁을 들어줘서

잠시 친절모드인 것인지 알 길은 없지만,

 

그녀도 저를 “함께 일하면 즐거운 직원”으로

생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해봅니다.

 

나를 힘들게 하는 직원보다,

나를 인정해주는 직원이

더 많아서 감사합니다.

 

나를 무시하는 어르신들보다,

나를 인정해주는 어르신들이

더 많아서 감사합니다.

 

무엇보다 내가 힘든 일을 털어놓을 수 있는

남편이 뒤에 버티고 있어서 감사합니다.

 

나는 그래도 감사한 일이

더 많은 요즘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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