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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친구가 될 뻔했던 그녀.

by 프라우지니 2018.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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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병동에 새 직원이 들어왔습니다.

 

보통은 직업교육을 시작하면서 실습생으로 요양원에 발을 들여서 2년 동안 실습을 마치고,

졸업과 동시에 정직원이 되는 것이 보통인데..

 

그녀는 그런 과정이 없이 낙하산처럼 뚝 떨어졌습니다.

 

처음 그녀 이야기를 들을 때는 별로 신경을 안 썼던지라,

나뿐아니라 내 동료들도 그녀를 실습생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배우는 과정이 “노인 전문”이 아닌 “장애우 전문”인지라,

“왜 장애우 과정을 배우는 학생이 (노인들이 거주하시는)요양원에 실습을 온 것일까?”

 

그녀와 잠시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실습생이 아닌 정직원라는 것도 알게 됐죠.

 

그녀도 나와 같은 외국인인지라 그녀가 더 신경이 쓰여서 내가 그녀에게 해준 충고!

 

“외국인이여서 독일어가 완벽하지 않으니 어르신들과의 대화도 녹녹하지 않다.

그냥 열심히 해라, 뭐든지 열심히 해야 인정도 받고, 살아 남는다.“

 

남미, 볼리비아에서 왔다는 그녀는 내 (어린)또래이고, 또 나와 같은 외국인인지라..

이런저런 조언들도 많이 해줬습니다.

 

나야 실습생으로 들어와서 2년을 버틴 후에 정직원이 됐으니 그래도 적응할 시간이 충분했지만, 실습과정이 없이 정직원으로 들어온 그녀는 나보다 더 열심히 해야 동료들이 인정 해 줄거 같아서 말이죠.

 

장애우 전공이라고 하지만 기본적인 과정(간호조무사)은 똑같고,

나중에 심화학습으로 들어가서 조금씩 다른 것을 배우는지라,

간병을 하는 일은 다 같은데 그녀는 유난히 일이 서툴렀습니다.

 

정직원이면 그만큼 자기 몫의 일을 해줘야 하는데,

그녀는 실습생같이 정직원의 뒤를 따라다니면서 일을 하고!

 

내 눈에는 그녀가 오히려 실습생보다 더 많이 묻고, 더 일도 못합니다.

 

전혀 모르는 분야라 처음에는 직원들을 따라다니면서 일을 배우는 것이 맞지만..

 

생초짜 실습생들도 한 3주 정도 직원 뒤를 따라다니면 그 후 부터는 혼자 다니며 일을 하는데, 그녀는 3주가 넘어도 항상 누군가와 동행 하는 거 같았습니다.

 

근무에 들어가면 나도 열심히 일을 찾아서 하러 다니고,

그녀와 근무를 해도 그녀는 다른 직원과 함께 다니는지라..

 

대충 그녀가 “ 자기 몫“ 을 아직 하지 못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실망한 것은 이 날이었습니다.

 

 

 

우리 요양원에는 꽤 많은 행사들이 있습니다.

그중에 가장 큰 것은 여름에 열리는 바비큐 파티.

 

오후에 어르신들을 다 밖으로 모시고 나와서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으로 바베큐한 음식을 먹는 행사입니다.

 

요양원에 사시는 분들 대부분은 신체적으로 장애가 있으십니다.

 

연세가 많으셔서 지팡이나 보조기구를 이용하시는 것은 기본이고, 하체만 불편하신 분들도 계시고, 반신불수 혹은 거동자체가 안되지는 분들은 다 휠체어에 의존하시죠.

 

이런 날은 오후에 추가로 근무를 들어오는 직원들이 있습니다.

저도 이날 오후 근무로 파티를 위한 추가 직원이었습니다.

 

 

사진은 작년 행사 사진인지라 고인이 되신 분들도 보이네요.^^;

 

이런 행사를 하면 죽어나는 것은 직원들입니다.

 

요양보호사, 웨이츄레스, 댄서, 웨이츄리스 그리고 다시 요양보호사.

시간에 맞게 여러 가지 일들을 해내야 합니다.

 

젤 처음에는 요양보호사!

 

어르신들을 다 밖으로 모셔야 하니 침대에 누워계신 분들을 다 휠체어에 앉히는 작업도 해야 하고, 모든 분들을 다 밖으로 옮기는 일도 해야 하죠.

 

되도록 빠른 시간에 이 일을 끝내야 하는지라 땀도 나고,

숨도 차고 참 정신없는 시간입니다.

 

그 다음은 웨이츄레스.

 

밖에 나오신 어르신들을 위한 음료를 날라야 합니다.

혼자서 못 드시는 분들은 마실 수 있게 먹여드리는 일도 겸해야 하죠.

 

이 날은 요양원 어르신들 뿐 아니라 그분들의 가족들도 참가하는 행사인지라,

쟁반에 음료를 담아서 끊임없이 사람들 사이를 누벼야 합니다.

 

빈 잔을 새 잔으로 바꿔 주는 일도 내일이고,

쟁반에 없는 맥주를 가져다 달라는 가족들의 요구도 들어줘야 합니다.

 

 

저도 사진상 잘 안 보이는 저 뒤쪽에서 함께 춤을 췄습니다.^^

 

음료로 목을 축였다 싶으면 댄서로 활동할 시간!

 

요양원에서 섭외한 DJ이면서 가수 겸 사회자가 등장하면 춤도 춰야 합니다.

 

직원들이 음악에 맞춰서 춤도 추고, 기차놀이 하듯이 줄줄이로 음악에 맞춰,

행진하면서 어르신들 사이사이를 누비고 다니죠.

 

몇몇 직원은 나름 활동이 자유로우신 어르신과 부르스 비슷한 춤도 춥니다.

흥을 돋우는 시간이니 직원들이 그 임무를 충실합니다.

 

어르신들을 위한 행사이지만, 일어나서 맘대로 춤을 추지 못하시는 어르신들이 대부분인지라, 휠체어에 앉아서 직원들이 춤추는 걸 구경만 하십니다.

 

이렇게 춤을 추다 보면 저녁이 나오는 시간!

혼자 못 드시는 어르신 옆에 앉아서 음식을 먹여드려야 하니 다시 요양보호사!

 

대부분의 직원들은 시간에 맞게 자기 임무를 바꿔가면서 열심히 일을 하는데..

 

볼리비아 출신 새 직원은 한 어르신 옆에서 그 분의 손을 잡고는 앉아서는,

다른 직원이 가져다주는 음료를 받아 마시면서 꼼짝도 안합니다.

 

그 옆에는 새로온 실습생도 나란히 앉아서 말이죠.

 

눈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동료 직원들이 음료 쟁반을 들고 테이블 사이를 누비고 다니면 알아서 일어나겠구먼 모르는 것인지 모른 척 하는 것인지..

 

자기보다 나이도 더 많고, 경력도 더 많은 직원들이 바쁘게 다니는데,

생글거리며 한 어르신 옆에만 앉아있는 그녀를 보다 못해서 내가 한마디 했습니다.

 

“지금 다른 직원들 다 쟁반 들고 다니면서 그렇게 앉아만 있으면 어떡해?

우리는 이 행사에 그렇게 앉아있어도 되는 손님이 아니라, 발로 뛰어야 하는 직원이야,

 

더군다나 네 옆의 어르신은 혼자서 음식을 드실 수 있는데..

그렇게 손잡고 있을 필요는 없지!“

 

내 한마디에 그녀 옆의 실습생은 벌떡 일어나서 뭔가를 하려는 행동을 취하는데..

그녀는 나의 말에도 끄떡하지 않고 저녁때까지 그렇게 앉아서 삐쳤습니다.

 

 

 

제가 조금 그렇습니다.

나는 일을 열심히 하는데, 내 옆에서 노는 꼴을 절대 못 보죠.

 

내가 열심히 하는 만큼 내 동료도 열심히 하기를 바라고, 내 동료들이 나보다 더 열심히 일을 하면 나도 거기에 맞추려고 더 열심히 하는 인간형입니다.

 

그녀는 같은 외국인이고 신입인지라,

더 잘해야 다른 직원들이 동료로 받아들인다고 귀띔까지 해줬건만,

 

일어나서 서빙을 하라는 나의 말을 맛있게 씹어 드신 그녀는 그렇게 내 눈밖에 났습니다.

 

한번 밉게 보면 계속해서 그 사람의 미운점만 보이는 법인데..

같은 외국인이고, 내 또래라고 신경 쓰려고 했던 나의 마음은 접었습니다.

 

그리고 그녀와 같이 근무를 하는 오후!

근무한지 한 달이 넘도록 일에 대해 너무도 모르는 그녀에게 실망했습니다.

 

저녁을 먹고 어르신들을 각방의 침대에 모셔다드릴 시간!

나와 근무는 처음이라 그녀가 어디까지 할 줄 아는지 몰라서 물어봤습니다.

 

“너 H부인 침대에 모셔다 드릴 수 있어?”

“응”

“그럼 H 부인 침대에 모셔드리고, 잠자리 봐드려!”

 

그렇게 그녀에게 지시하고 난 다른 어르신들을 침대에 모셔다 드리느라 시간을 보내고. 그녀가 일을 잘했는지 싶어서 그녀가 모셔다 드린 H부인 방에 가보니 잠옷이 아닌 옷을 입고 계십니다.

 

"아니, 왜 옷을 입고 누워 계세요?“

“....”

 

 

 

 

직원을 불러서 물었습니다.

 

“너 침대에 모셔오기 전에 화장실에 들렀어?”

“응? 아니”

“방에 오면 화장실에서 잠옷으로 갈아입혀 드리고, 틀니도 닦고, 기저귀도 야간용으로 갈아드린 다음에 침대에 눕혀드려야지.”

“내가 오후 근무는 자주 안 해서..”

“이건 오후 근무를 하고 안하고는 떠나서 상식적으로 생각해봐!

넌 저녁에 자러 갈 때 낮에 입은 옷 그래도 입고 자니? 이도 안 닦고?”

“....”

 

참 어이없는 그녀와의 근무는..

내가 추가로 각방을 찾아다니면서 마무리를 했습니다.

 

 

 

동네 사람인지라 저는 그녀를 요양원이 아닌 곳에서 자주 마주칩니다.

 

동네 쇼핑몰에서도 예쁘게 차려입고 남편과 손을 잡고 다니는 그녀를 보기도 하고,

강아지 산책시키는 그녀의 옆모습을 보기도 하고,

동네 슈퍼에서 남편과 장보러 온 그녀의 뒷모습을 목격합니다.

 

매번 그녀를 봐도 저는 모른 척 하고 그냥 지나칩니다.

나와는 다른 인간형인지라 별로 가까이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요.

 

처음에는 같은 외국인이고, 또래인지라 친구정도는 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조금만 더 열심히 근무하는 모습을 나에게 보였더라면..

행사장에서 내가 한 조언을 듣고, 벌떡 일어나서 다른 직원들이 하는 일을 도왔더라면..

하는 이런 저런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랬다면 우리는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 근무하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제가 친구를 사귈 기회는 이렇게 저에게 왔다가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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