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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4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961-백패커 주인과 하는 한바탕 기싸움

by 프라우지니 2018.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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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여느 주인과 고객처럼 그런 사이었습니다.

나는 돈을 내고 숙박하는 고객이니 주인은 당연히 친절해야 하는 거죠.

 

볼 때 마다 웃고, 웃기지 않는 농담을 자주하던 주인이 우리가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날 대하는 태도가 변했습니다.

 

백인인 남편은 못 느끼는데 나만 느끼는 불편함인지라 “인종차별”이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내가 느낀 인종차별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2542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946-내가 여행 중에 받았던 여러 종류의 스트레스

 

백패커 주인이 나한테 말을 거는 방법이나 태도가 나에게는 “불쾌”할 때도 있었습니다.

 

다들 금방 온 여행자인데, 2~3주 넘게 머무니 가족같이 느끼는 건 그렇다 쳐도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되는거죠. 다른 사람 있는데 그가 날 부르던 호칭.

 

“Woman 여자야~”

 

어떤 날은 나를 “강남스타일”로 부르기도 했습니다.

 

남편에게 대놓고 나의 불편함을 이야기도 했었고, 빨리 떠나고 싶다고 이야기도 했지만..

남편은 못 느끼니 마눌의 간절함은 알 길이 없는 거였죠.

 

그가 불편해도 주방에서 요리를 할 때 들어오면 내가 만든 요리를 떼어주기는 했었습니다.

 

넉넉하게 하는 음식을 쳐다보고 있는데 모른체하기 그래서 물었습니다.

 

“줄까?”

 

나의 이 물음에 한 번도 거절한 적은 없는지라 내가 만드는 음식을 수시로 얻어먹었습니다.

 

하지만 그와 웃고 떠드는 농담 따위는 하지도 않았고, 그가 오면 살짜기 피해서 다녔습니다.

 

이때쯤 함께 살던 독일아가씨가 며칠 나를 관찰했던 모양입니다.

내가 아주 “많이 우울 해 보인다고 무슨 일이 있냐?”고 일부러 물어온 걸 보니,

 

이때 내가 백패커 주인한테 받은 스트레스로 몹시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어느 날은 거실의 TV앞에 여러 여행자들 사이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주인이 큰소리로 하는 말.

 

“야, 강남 스타일! 이거 너가 보고 있는 프로그램이냐?”

 

내 이름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강남스타일이라니? 뭔 개매너?

물어보는 주인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을 했습니다.

 

“Nope 높(아니!)”

 

항상 웃고, 상냥하던 내가 차갑게 한마디로 대답을 했더니만..

나중에 백패커 주인이 남편에게 따로 물어봤다고 합니다.

 

“니 마누라 화났냐?”

 

백패커 주인 때문에 내가 받던 스트레스를 알고 있던 남편은 이렇게 댓구했다고 합니다.

 

“괜찮아, 벌써 며칠째 그래!”

 

 

 

이때쯤 이곳의 날씨가 거의 “매일 흐리고 비옴“이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비가 “왔다, 그쳤다” 를 반복하는지라 이동도 힘들었고, 남편 또한 마눌이 떠날 때까지 이곳에 있다가 마눌이 출국한 후에 오클랜드로 이동해서 차를 팔아치울 계획인지라,

이왕이면 숙박비가 싼 곳에 더 머물고 있는 중입니다.^^

 

 

 

매일 비가 오고 날씨가 습한지라 우리 집(차) 환기를 시키지 못해서 차안이 습하기도 하고,

잘 때 창문을 열어서 환기를 시키면서 자야 하는데, 비가 오니 창문을 열수 없는지라.

 

차 안에서 잠을 자는 것이 건강상 상당히 안 좋다고 판단한 남편이 백패커 주인에게 “방을 저렴하게 달라”고 이야기 한다고 할 때 결사 반대를 했었습니다.

 

“그냥 차에서 자, 왜 방에서 자려고 해? 며칠 있음 날씨 개일테니 그때 바싹 말리면 되잖아.”

 

그래도 일단 이야기를 해 본다고 할 때는 짜증을 있는 대로 냈습니다.

가뜩이나 대우도 못 받는데 거기에 “저렴하게 방을 달라”고 하겠다니!^^;

 

남편이야 백패커 주인이랑 사이가 좋은 편이니 이런 부탁을 할 수도 있지만 난 싫었습니다.

 

그래도 하겠다니 신경 안 쓰고 있었는데..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고 있는데, 백패커 주인이 나를 찾아와서 하는 말.

 

“지니, 니 방은 1호실이야.”

 

“남편이 물었는데, 왜 대답은 나한테 하누?”

“내가 방 달랬어? 왜 나한테 와서 그런 이야기를 하누?“

“내가 쌀쌀맞게 대하니 이제는 친절하게 대해주기로 한거야?”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주인이 전해준 열쇠를 들고 “1호실”에 그날 밤 잠을 자러 갔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1호실은 8인실 방이었습니다.

 

뉴질랜드의 4월은 비수기이고, 거기에 날씨까지 매일 비가 오는지라 여행자들의 발길이 딱 끊긴 상태. 어차피 비어있는 방이니 우리에게 이 방을 준거 같습니다.

 

8인실 방의 싱글 침대를 남편이랑 하나씩 차지하고는 움직일 때마다 나는 삐그덕 소리를 밤새 들으면서 잠을 잤습니다. 보기에도 엉성해 보이지만 하룻밤에 15불짜리 여행자 숙소인지라 튼튼한 가구들은 아닙니다. 그래서 잘 때 몸을 뒤척이면 침대의 여기저기서 삐그덕 소리가 납니다..^^;

 

부부가 사용한 2인실이기도 하면서 8인실짜리 방.

 

제일 저렴한 침대가 15불인지라 우리가 내는 캠핑비(20불)에 10불만 더 내면 될줄 알았는데,

백패커 주인은 우리가 방에 머물렀음에도 그냥 캠핑비 20불만 받았습니다.

 

이때쯤 백패커 주인과 삐딱선을 타고 있던 제가 한마디 날렸습니다.

 

“전에 우리가 이틀 동안 6시간(60불?) 일했는데, 캠핑 2박(40불)으로 계산했잖아.

거기서 남은 금액으로 계산하면 맞는 거네 뭐!”

 

 

 

방에서 잔 다음날은 우리가 창문을 열고 잘 수 있게 지붕이 있는 주차구역을 내줬습니다.

내가 느끼는 불편함이나 인종차별과는 상관없이 백패커 주인은 남편의 부탁을 들어주네요.

 

지붕 있는 주차구역은 백패커의 입구여서 뒷마당에서 머무는 것보다는 시끄러웠지만..

그래도 창문을 열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서 잠을 잘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우리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지붕아래 창문을 열어놓고 이틀밤을 머물렀었죠.

 

그리곤 그곳을 떠나오면서 나를 불괘하게 했었던 그를 잊었습니다.

 

꽤 시간이 흐른 뒤에 그에게서 뜬금없는 문자가 한통 왔습니다.

원래 매너가 없는 것인지 부탁도 조금 당황스럽게 해왔습니다.

 

궁금하신 분만 읽으시라~^^

 

 

싸구려 숙소를 운영한다고 해도 주인도 싸구려 매너를 가지고 있음 안 되는데..

 

그곳에 오래 머무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도, 내가 겪은 그런 불괘함을 넘어 “인종차별”당하는 느낌은 더 이상 안 주는 매너를 백패커 주인이 지금쯤은 가지고 있었음 좋겠습니다.

 

우리가 다시 뉴질랜드에 간다면...

 

투랑기의 그 백패커는 살짝 피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세상일이 전부 내가 원하는 대로 되는 건 아니니,

혹시나 그곳을 다시 간다고 해도 적당히 거리를 두고 “고객”으로 있어볼 생각입니다.^^

 

투랑기의 백패커 주인에게 느끼는 나의 감정은 제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그가 나에게 “인종차별”을 느끼게 하는 태도를 취했다고 해서 모든 아시안 관광객에게 전부 그렇게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제 글은 한번 읽고 그냥 지나쳐 주셨음 감사하겠습니다.

모르죠, 그는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제가 기분 나쁘게 느꼈을 수도 있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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