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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4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960-내가 한국인 여행자에게 얻어먹은 수제비

by 프라우지니 2018.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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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머무는 백패커에 온 한국 청년.

 

첫째 날 도착해서 우리가 만났고, 둘째 날 “통가리로  크로싱”을 갔다가 떠난 줄 알았었는데..

늦은 저녁에 다시 돌아왔죠.

 

그리고 셋째 날 청년이 저에게 물었습니다.

“수제비”를 먹겠냐고?

 

수제비는 우리가 길 위에 사는 동안 한두 번 정도 해 먹었습니다.

 

야채 국물에 밀가루 반죽을 떼어 넣은 수제비를 남편은 안 먹을뿐더러,

할 때마다 잔소리를 했었습니다.

 

“맛도 없는 음식을 한다고!^^;”

 

사실 개뿔도 들어간 것 없고, 김치도 없는 수제비가 썩 훌륭한 한 끼는 아닙니다만,

비가 오는 날은 “따끈하니 먹기 좋은 음식”이죠.

 

이날 하루 종일 흐리고 비가 온지라, 떠날 예정이었던 여행자들이 다 백패커에 주저앉았습니다.

그래서 한국 청년도 하루를 더 보내게 된 것이었고 말이죠.

 

비도 오는지라 “수제비”를 절대 사양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넙죽 받았죠.

 

 

 

청년이 넉넉하게 했다고 나에게 준 수제비와 양배추 겉절이.

음식은 남이 해준 것이 제일 맛있죠.

 

날씨도 으스스한지라 따끈한 수제비에 양배추 겉절이는 딱 좋은 한 끼였습니다.

 

마눌은 맛있게 얻어먹은 수제비인데, 남편은 옆에서 입을 대빨 내밀고는 궁시렁 거렸습니다.

 

“왜 남의 것을 뺏어 먹어?”

“넉넉하게 해서 나눠주는 건데 뺏어 먹었다고 하면 안 되지.

그리고 나도 넉넉하게 내 것을 나눠먹으면 되는 거야.“

“당신 것이 어디 있어?”

“뭐시라?”

 

사실 우리가 길 위에 살 때 외식을 제외한 모든 지출은 남편이 했습니다.

마눌이 말하는 “내가 한 내 음식”이 사실은 “남편 돈이니 남편 음식” 인거죠.

 

남편이 심술이 난지라 마눌의 “내꺼”에 딴지를 걸었습니다.

“자기꺼”라고 말이죠.^^;

 

원래 남한테 잘 퍼주고, 잘 얻어먹는 마눌인 것을 아는 남편이 “수제비”에는 짜증에 신경질까지 내면서 마눌의 말꼬리 까지 잡아댑니다. 마눌이 맛있게 한 끼 먹으면 그만인 것을!

 

마눌은 간만에 남이 해 준 한 끼를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남편이 짜증내는 원인도 찾았습니다.

 

마눌이 배가 고파야 부부가 먹을 끼니를 요리 할 텐데..

마눌이 수제비를 먹고 배가 부르면 남편은 아무것도 못 얻어먹는 거죠.

 

마눌에게 대놓고 “당신은 수제비 먹고 나는 딴 거 해 달라.”고 하면 되는 것을..

자기 음식 안 해 줄까봐 미리 겁먹고 짜증을 낸 속 좁은 남편입니다.^^;

 

남편의 구박에도 꿋꿋하게 수제비로 이른 저녁으로 먹는 마눌은 남편과 수제비를 나눠준 청년을 위해서 치즈가 듬뿍 들어간 “치즈(토마토)토스트“를 구워서 두 남자의 저녁으로 내놨습니다.

 

심통을 있는 대로 부렸던 남편은 마눌이 갖다 바친 치즈토스트로 배를 채운 다음에야 “행복“해졌고, 마눌도 간만에 한국음식, 수제비를 먹어서 행복한 저녁 한 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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