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물어봤었습니다.
“남편, 지하 냉동실에 있는 마그눔 아이스크림 당신 꺼야?”
“아니, 엄마 꺼야.”
어느 날부터 냉동고 구석에 못 보던 마그눔 아이스크림이 있는지라,
"혹시나 남편이 샀나?"싶어 물어보니 아니라고 하니 그런가 부다.. 했습니다.
그리고 시어머니께 물어봐야지...하고 계속 잊는지라 물어볼 기회가 없기도 했습니다만,
남편이 거짓말을 하는 거라는 의심은 했었습니다.
시부모님 건물에도 지하에 냉동고가 있는데, 대부분의 냉동식품은 그곳에 넣고,
우리 건물 냉동고에는 넘쳐나는 야채나 과일 같은 것을 넣어놓는 용도로 사용하시거든요.
예를 들어
마당에 있는 산딸기, 복분자 같은 것이 넘쳐날 때 따서 넣어놓거나, 넘쳐나는 토마토로 소스를 만든 것, 혹은 딸기, 살구 같은 것도 얼려놨다가 잼이나 이런 저런 용도로 사용하십니다.
남편 말처럼 아이스크림을 우리 냉동고에 넣어두시지 않는 걸 알았지만..
시어머니께 생각이 나서 여쭤보니 “아니라” 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냉큼 3박스 중에 하나를 열어서 시부모님과 나눠 먹었습니다.
남편이 시부모님 거라고 했지만, 사실은 남편이 사다놓은 것이 밝혀졌으니 말이죠.
한 박스에는 딱 4개만 들어있는지라 시부모님과 저희부부가 먹으면 딱 맞는 수량이죠.^^
가격이 조금 나가는, 약간은 고급인 Magnum마그눔 아이스크림입니다.
남편이 냉동피자를 사면서 한꺼번에 쇼핑을 해놨던 거죠.
3박스 중에 한 개는 뜯어먹고 2개 남은 사진입니다.^^
남편이 거짓말을 했다고 해서 남편 혼자 다 먹으려고 했던 것은 아닙니다.
(모르죠. 정말로 마눌 없을 때 혼자 다 먹으려고 했었던 지도.^^)
아니요. 아니었을 겁니다.^^
단지, 남편이 아이스크림을 개봉했다면, 시부모님까지 나눠드리지는 않고,
우리부부가 몇 번 나눠먹었겠죠. 이곳 사람들은 나눠 먹는 거 잘 못하거든요.
저는 아이스크림을 사면 항상 시부모님께도 나눠드렸습니다.
그랬더니 가끔씩은 시어머니도 아이스크림을 들고 저희에게 오시더라고요.
하지만 남편에게 시부모님은 항상 “주시는 분들”이신지라..
마눌이 갖다드리는걸 보기는 해도 본인이 직접 뭘 들고 다니는 성격은 아니거든요.
아이스크림을 뜯어서 시부모님과 나눠먹은 날 저녁에,
퇴근한 남편에게 하나 남았던 마그눔 아이스크림을 내밀면서 말했습니다.
(딱 4개만 들어있는포장이거든요.^^)
“자, 선물! 냉동실에 있는 마그눔 아이스크림이 시어머니가 넣어놓으신 것이 아니라네.
당신 것도 아니라니 임자가 없는 것이어서 내가 뜯어서 먹었어. 이건 당신 꺼야. 먹어.”
아이스크림을 받는 남편이 표정이 조금 떨떠름합니다.^^
“냉동실에 있는 마그눔 아이스크림 당신 거 아니지?
엄마도 아니라고 하시니 임자가 없네.”
“....”
“자수 하시지. 사다놓은 아이스크림, 안 그럼 내가 다 먹어버린다.”
“....”
“당신 거 맞지?”
“...”
몰래 혼자 먹으려고 남편이 거짓말을 한건 아니었을 겁니다.
단지 남편이 먹고 싶을 때 뜯고 싶었을 뿐이었죠.
그리고 애초에 거짓말을 하려고 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자꾸 마눌이 물어오니 그 순간을 모면하려고 살짝 둘러댔을 뿐이죠.
마눌도 아이스크림이 남편 것임을 알고 아주 잠시 속아준 것뿐이고 말이죠.
이렇게 “눈 가리고 아웅~“하는 귀여운 거짓말까지 했지만...
어쩌다보니 남편이 사다놓았던 아이스크림 3통은 전부 제가 다 뜯게 되었고,
남편은 언제나 나머지 한 개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매번 시부모님과 나눠 먹었고 말이죠.
시부모님도 아들덕에 값비싼 아이스크림을 올여름에 즐기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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