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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김장을 하고 싶게 만드는 요즘 배추값.

by 프라우지니 2016.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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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평범하게 사는 중년 아낙이였다면 아마도 집에서 한국음식을 해서 아이들과 먹으면서 살았지..싶습니다.

 

하지만 아이도 없고 한국음식을 먹는 사람도 달랑 저 하나뿐인 현실 때문에 한국음식을 자주 해 먹지는 못하고 살고 있습니다.

 

마음먹고 김치를 한번 담아도 알맞게 익었을 때는 집에서 밥 먹을 시간도 없고, 또 음식을 먹어도 김치와 어울리는 음식이 아닐 때도 있는지라 김치를 해도 완전히 시어 꼬부라진 다음에 김치전이나 김치볶음밥으로 후딱 처리하는 개념에서 신 김치를 없애곤 했었습니다.

 

김치도 1년이면 서너번 할까 말까이고 해 놓은 김치도 매번 먹은 음식이 한식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하실에 처박아두고는 했었는데.. 요새는 부쩍 김치 하는 횟수가 늘었습니다.

 

김치를 매번 먹는 것이 아닌지라,

이미 지하실에 만들어놓은 김치가 두 세통 있는데, 또 만들었습니다.

 

만들어 놓은 지 한 달이 넘은 신김치, 산발소스를 넣어서 여름김치처럼 만든 김치도 있었는데..

며칠 전에는 깍두기를 담았었는데..

오늘 또 김치를 만들었습니다.

 

있는 거 다 먹어치운 다음에 담아도 되는 김치를 제가 매번 담는 이유는 단 하나!

배추 값이 싸다는 이유 때문.

 

“만들어 놓으면 김치찌개던, 국이던 아니면 김치전이던 먹게는 되어있으니..”

 

뭐 이런 마음으로 매번 만들고 있습니다.^^;

 

배추가 안 나오는 계절에 이곳의 배추가격은 kg당 1유로가 약간 넘는 가격.

 

아무 슈퍼가 아닌, 없는 것이 다 있고, 대부분 이름있는 브랜드를 파는 수준 있는 슈퍼인 Spar슈파,Billa빌라 혹은 Merkur메르쿠어 에만 있죠.

 

하지만, 가을이 되고 배추가 나오는 철이 되면 이름없는 제품들인 (대부분 2류 제품만 판매하는) 슈퍼(Hofer호퍼, Lidl리들, Penny페니 등등)에서도 배추구입이 가능합니다. 이때 평균적으로 팔리는 가격은 kg당 7~80센트 내외. 1유로가 넘는 가격이 1유로 안으로 들어오게 되죠.

 

자! 이제 제가 김치를 만들게 하는 이곳의 배추 값을 소개합니다.

 

 

 

 

보통 kg당 70센트하던 배추가 50센트 하던 날,

배낭메고 한 바뀌 둘러보던 슈퍼에서 배추 한통을 업어왔습니다.

 

고향이 경상도이셨던 아버지가 즐겨 드셨던 음식인 배추전.

“아니 이걸 무슨 맛에 먹나?” 했었던 맛인데..

 

배추를 볼 때마다 배추전이 생각 나는 건,

아빠가 보고 싶은 것인지, 아님 내 입맛이 변한 것인지...^^;

 

사다가 지하실에 두었더니만 남편이 배춧잎 두 어개를 뜯어다가 잘게 썰어서 배추 샐러드를 해 먹고, 자꾸만 시들어가는 배추를 보다가 해치워 버린 김치!

 

아시아식품점에서 파는 산발소스 간만에 사와서는 약간의 고춧가루를 넣고, 마당에서 따온 파프리카에 따다가 놓았던 허브인 파슬리,민트등을 다져서 넣었더니만 나름 샐러드풍의 김치가 됐습니다. 물론 이것도 시고나면 다 신 김치로 처리가 되지만 말이죠.^^;

 

산발소스가 뭔감?하시는 분은 아래를 클릭하세요.

사진으로지만 산발소스을 구경 하실 수 있습니다.

 

http://jinny1970.tistory.com/96

외국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김치하기

 

그렇게 김치 두통이 우리 집 지하실에 나란히 있었는데..

이번에는 김치가 아닌 깍두기를 했습니다.

 

 

 

 

한 개에 99센트 하던 무가 30%할인됐다는 매혹적인 가격보다..

절 더 유혹했던 것은 바로 무를 사간 사람들이 뜯어 놓고 간 무청.

 

보통 다른 슈퍼는 남들이 버린 무청이라도 못 가져가게 하는데, 제가 자주 가는 곳인 Lidl리들에서는 봉투에 무청을 넣고 거기에 무 2개를 넣은 것을 계산하면서도 “가져가면 안 된다.”라는 말은 하지 않아서 챙겨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날 저녁 저는 온 주방에 액젓냄새 풀풀 풍기면서 깍두기를 담았습니다.

 

10시간 근무하고 난지라 피곤도 하고, 시험도 코앞인지라 공부도 해야 하지만, 그래도 무청을 포기할 수가 없는지라 자정이 다된 시간에 깍두기를 2통 만들어서 다시 지하실에 저장!!

 

 

 

 

배추가 이곳에서 불리는 이름은 Chinakohl 키나 콜이지만 China키나라고 해서 정말로 중국서 수입해온 농산물이 아닌 오스트리아 농부들이 이곳에서 농사를 지은 오스트리아산 배추입니다.

 

오스트리아에서 난 농산물에게만 주어지는 AMA인증도 받은 확실한 오스트리아 산입니다.

 

지난 토요일에는 배추가 kg당 39센트(500원?)라는 걸 알고 있었고,

실제로 장보러 가서도 배추는 사지 않았습니다.

 

배추를 사고 싶은 유혹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집에 만들어놓은 김치도 있고, 깍두기도 있으니..”

 

이런 마음으로 유혹을 다독이면서 돌아왔었는데...

 

 

 

 

슈퍼가 문닫는 6시가 다되어갈 무렵에 남편과 자전거 타고 달려간 슈퍼.

 

문 닫을 시간 20분을 남겨놓고 급하게 장을 보러 온 사람들이 붐비는 슈퍼에서 전 다 팔리고 남아있는 2통의 배추를 봤습니다. 슈퍼를 갈 때만 해도 배추를 살 생각은 없었는데...

배추를 보자마자 그냥 품안에 안았습니다.^^

 

김치를 담을 때마다 주방에 진동하는 액젓 냄새 때문에 남편이 기겁을 하는데,

요새는 김치를 너무 자주 담아서인지 배추를 양팔로 안고 계산대로 가는 저를 말리지 않았습니다.^^ 액젓냄새도 중독이 되는 걸까요?^^

 

 

 

 

어제(가 바로 배추를 산 토요일이죠.^^) 저녁 늦게 소금 뿌려 밤새 절어놨던 배추로 김치를 담아서 유리병에 잘 담고 나니 아빠가 부르십니다.

 

“내가 마당에 심었던 파프리카랑 고추들 다 정리했다. 와서 가져가라!”

 

아빠의 당구대가 있는 앞쪽 건물에 가니 사과박스 3개에 가지런히 정리를 해놓으셨습니다.

그중에 몇 개를 들고 왔습니다.

 

이왕이면 조금 일찍 말씀하셨다면 파프리카랑 고추도 썰어 넣었을 것을..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계속해서 아쉬움이 남으면 또 며칠 기다려 배추가 반값 하는 날, 김치를 또 담으면 되죠.

 

요새처럼 배추가 쌀 때면 먹을 사람도 없는데 김장이 하고 싶습니다.

 

“김치냉장고 하나 있음 거기에 하나 가득 김치를 넣어 넣고 1년 내내 꺼내 먹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요새는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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