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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나는 뭘 잘못했을까?

by 프라우지니 2016.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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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동안 공부했던 시험을 하나 끝냈습니다.

 

85개의 예상문제를 전부 암기하느라 머리에 쥐가 날 지경에 일 하러도 가야했던지라 조금은 정신이 없었습니다.

 

시험은 언제가 그렇듯이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툭 튀어나왔지만, 그래도 안 쓴거 없이 다 챙겨서 쓰기는 썼으니, 일단은 낙제는 안 한 것 같아서 다행이고, 욕심을 조금 내 보자면 1등급도 가능할거 같은 저의 자신감입니다. ^^ (그러다 2등급이면 어쩌누?^^)

 

시험 하나가 끝났다고 끝은 아닌 거죠. 또 다른 시험 준비를 들어가면서 제 졸업시험이 되는 리포트도 틈틈이 써야하니 여전히 바쁘기는 할 거 같습니다.^^

 

자! 지금까지 저의 현상황이였습니다.

 

10월 26일 수요일은 오스트리아의 국경일이라고 시누이는 전 주말부터 수요일까지 휴가를, 남편은 수요일부터 그 다음 주 화요일(국경일)까지 긴 주말을 즐겼지만, 학생이면서 실습생인 저는 주말이나 국경일에 상관없이 일을 하러가야만 했습니다.

 

남편은 집에서 쉰 금요일에도 10시간 근무를 하고는 늘어지게 잘 수 있는 토요일!

 

시어머니가 요리를 하시는 주말에는 눈치껏 일어나서 시어머니를 도우러 주방에 가야하지만,

시어머니가 요리를 하신다고 안하시는 날에는 저희 부부가 늘어지게 자면서 하루를 시작하죠.

 

평소에는 새벽 6시에 발딱 일어나는 일상인지라,

주말에는 늘어지게 자다가 늦은 아점 먹는 것을 부부는 선호합니다.

 

지난 토요일에도 별 말씀을 안 하셨던 지라, 부부가 나란히 퍼지게 잔 후에는 남편은 빵을,

저는 과일을 종류대로 한보따리 갖다가 침대에 앉아서 먹으면서 그렇게 아점을 해결했습니다.

 

그리고 한 시간이 지났을까? 저는 주방에 자리 잡고 앉아서 공부중인데,

누군가 남편에게 전화를 해 왔고, 남편이 “알았다.”고 하는 것을 들었었는데...

 

그 전화는 시엄마가 하셨던 거였습니다.

점심 먹으러 오라고 부르셨던 모양인데, 남편이 대답만 하고는 안 갔던 거죠.

 

결국 시어머니가 우리 건물 앞까지 오셨던 모양인데..

초인종으로 어머니의 기분을 밝히셨습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집 건물이나 시설들은 모두 30여 년 전의 시설이요~물건들입니다.우리 집 세탁기, 전기오븐 심지어 커튼이나 주방테이블도 모두 그 시대의 제품입니다.

 

그중에 압권은 우리 집 초인종입니다.

 

자! 문제 들어갑니다.

 

30여 년 전의 초인종은 어떻게 생겼고, 어떤 소리를 낼까요?

당연히 현대처럼 “딩동”은 절대 아니겠죠?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우리 집 초인종입니다.

 

밖에서 누르면 동네가 떠나가라고 “따르릉~”거리죠!

누르고 있는 사람이 손을 뗄 때까지 계속해서 “따르릉~”하고 있습니다.

 

점심을 먹으라고 시어머니가 아들부부를 부르러 오셨는데, 한번만 살짝 눌러도 요란한 초인종인데, 시어머니는 초인종을 10초 이상 누르고 계셨습니다. 그것도 10초 단위로 두세 번을 눌러대셨습니다.

 

이때 알았습니다.

 

“울 엄마가 오늘 기분이 안 좋으신 모양이구나.”

 

남편이  점심 먹으러 가자고 하는디..

저는 한시간 전에 과일 한 바구니를 먹은지라 배가 부른 상태이고..

그리고 오늘 시어머니가 요리를 하신다는 말씀은 안 하셨었는데..

 

점심을 먹으러 나서는 남편 등 뒤에다 외쳤습니다.

 

“난 점심 안 먹어. 배 안고파!”

 

이런 걸 전하는 건 질색인 남편이 대답합니다.

 

“당신이 말해, 난 그런 심부름은 안 해!“

 

결국 제가 시부모님 건물로 가서는 엄마께 말씀드렸습니다.

 

“엄마, 전 안 먹어요. 한 시간 전에 과일을 많이 먹어서 지금은 배가 안 고파요.”

 

그리고는 전 다시 돌아왔는데...

점심을 먹고 온 남편이 한마디 했습니다.

 

“당신이 점심 안 먹어서 엄마 화났다.”

 

내가 볼 때는 엄마는 이미 점심 전에 기분이 안 좋으셨던 거 같은디...^^;

 

엄마 기분이 안 좋으시다는 말을 들었지만, 전 눈앞에 닥친 시험공부 때문에 시어머니의 기분을 살피러 갈 시간은 없었습니다. 그냥 “그러신 가부다..”하고 말았죠.

 

시누이가 오는 주말에는 시어머니가 요리를 하셔서 저희부부도 항상 부르시는데..

그 다음(일요일)날 시어머니는 시누이만 점심에 부르셨습니다.

저희부부에게 당신이 속이 상하시다는 걸 비공식으로 알려오신거죠.

 

수요일까지 휴가를 보냈던 시누이도 토요일에 다시 온지라..

그 다음날 엄마가 해주신 점심을 먹고 온 시누이에게 살짝 엄마 기분을 물어봤습니다.

 

“엄마, 화 많이 나셨어?”

“으음...(화나 나셨다는 대답이죠.)”

“오빠가 오늘 엄마가 요리하신다는 말을 안 해서 내가 11시경에 과일을 한보따리 먹었었거든..그래서 점심을 먹을 수가 없었어.(우리 집 점심시간은 12시)“

“아, 오해가 있었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지겠지..”

 

아침을 늦게 먹어서 점심을 안 먹은 것이 시어머니의 오해를 산 것인지,

시어머니는 어떤 오해를 하고 계신 것인지 알 길은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해결이 될까요?

 

같은 집에 살아도, 옆 건물에 살아도, 늦게 일어나시고 하루를 일찍 마감하시는 시부모님과는 달리 저희부부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나가고 퇴근도 깜깜해진 다음에 오는지라, 평일에는 시부모님을 거의 만나지 못합니다.

 

제가 시어머니를 찾아가던가,

시부모님이 저희부부에게 볼일이 있어서 오시지 않는 이상은 말이죠.

 

남편이 토요일에 시어머니가 요리하신다는 것을 알면서도 저에게 전해주지 않아서 주방에 어머니를 도우러 가지 않은 것 때문에 맘이 상하신 것은 아니시겠죠?

 

시어머니도 요새 며느리가 학교에 실습에 시험공부까지 하느라 바쁘다는 걸 잘 아실테니 말이죠.

 

 

바쁘다는 핑계로 시어머니의 기분을 모른척했는데,

저도 며느리인지라 신경이 쓰였던 모양입니다.

 

엊저녁 꿈에는 제가 시어머니 건물의 초인종을 눌렀는데,

시어머니가 퉁명스럽게 “왜?” 하시더라구요.

평소에는 다정하신 분인데 말이죠.

 

함께 2년을 살면서 큰 문제는 없었지만, 가끔씩 시부모님의 얼굴 표정에서 “뭔가 마음에 안 드시는 일이 있으시구나..”한 적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괜찮아지곤 했었죠.

 

이번에도 며칠 지나고, (이미 며칠이 지났구먼...^^;)

다시 얼굴을 보면 괜찮아지겠지..하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나는 뭘 잘못 한 걸까요?

배가 심하게 부른데도 시어머니가 하신 점심을 먹어야 했었을 까요?

점심을 도우러 오지도 않았으면서 해놓은 점심도 안 먹는다고 해서 화가 나신 걸까요?

 

다시 편안한 일상이 돌아오면 시어머니께 여쭤봐야겠습니다.

왜 그리 화가 많이 나셨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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