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마당에는 온갖 종류의 야채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호박잎이 무성한 걸 보고는 “삶아서 쌈으로 한번 먹어야지..”하는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그 마음이 사라지기전에 호박잎들을 다 정리해서 버리시는 시아버니를 발견했습니다.^^;
제 시아버지는 없는 일도 만들어 하시는 분이신지라 조금 이르다 싶은데도 다 정리를 하시죠.
호박잎도 다 잘라버리시고, 고추잎도 무성한건 다 정리 해 버리시고, 토마토도 꽃들을 다 잘라버리십니다.
“아빠, 아직 철이 안 지났는데 왜 다 잘라내세요?”
“이제는 더 이상 익지도 않고, 커지지도 않으니 정리 해야지.”
뭐든지 조금 이르다 싶을 때 다 정리를 하시는 분이신데, 호박잎을 정리하실 때 달려있는 꽃에도 날씨가 쌀쌀해져서 더 이상 호박이 달리지 않을꺼라고 하셨었습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흔하지 않지만 전에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갔을 때,
그곳 농부시장에서 팔리던 호박꽃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걸 반죽해서 튀겨서 먹는다고 들었던 적이 있었죠.
어차피 더 이상 호박이 안 달리는 호박꽃이라면 시아버지에 정리(?)하실 거 같아서 이번에는 제가 먼저 선수를 쳤습니다.
마당에 있는 호박이 안 달린 꽃들을 다 정리했습니다.
남편이 없을 때 얼른 해치우려고 했는데, 남편이 이날 이른 퇴근을 했습니다.
씻고 있는 호박꽃을 보자마자 남편이 한마디 합니다.
“아빠한테 물어보고 꽃을 딴 거야?”
“응... 아빠가 지금 피는 꽃들은 더 이상 호박이 안 달린다고 했거든..”
사실은 아빠한테 여쭤보지 않고 그냥 따온 꽃들 이였거든요.^^;
밀가루반죽에 소금, 후추도 넣고 묽게 해서 호박꽃에 살짝 입혔습니다.
대충 이렇게 해서 프라이팬에 구우면 될 거 같아서 말이죠.
남편은 마눌이 생소한 걸 만들려고 준비를 하니 벌써 겁이 나는 모양입니다.^^;
반죽을 입힌 호박꽃을 프라이팬에 구웠습니다.
사실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거라 어떤 맛이 날지는 모르지만,
“내가 해 먹어 본다. 는 것이 더 중요하니 시도를 하는 거죠.^^
호박꽃전은 신기하게도 정말로 호박 맛이 났습니다.(당근이지^^)
노란꽃잎 쪽은 호박 맛보다는 그냥 밀가루 튀김 같은 맛이 났는데, 중간쯤에는 정말 호박 맛이 났고, 줄기 쪽에는 약간 쓴 호박 맛이 났습니다.
제가 호박꽃을 다 따서 해 먹은 그 다음날 시어머니가 지나가는 말처럼 한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TV에서 보니 호박꽃 안에 고기 다진 것을 넣어서 전을 붙이더라.”
호박꽃은 제가 전날 다 따먹어서 해 먹어 버린지라 입 다물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습니다.
오늘 마당에 보니 그 사이 새로 호박꽃이 피어있습니다.
이제는 꽃이 피어도 열매가 달리지 않는다는 시아버지와의 말씀과는 달리 새로 핀 호박꽃 뒤로 손가락 굵기의 애호박이 달린 것을 보니 며칠 안 가서 또 아이 팔뚝만한 크기가 될 거 같습니다.
호박이 달리지 않은 수꽃이 7~9개 되는 것이 한 번 더 따다가 호박꽃전을 해도 될 거 같습니다.^^
다음번에는 시아버지께 말씀드리고 딸까? 하는 생각도 한 번쯤 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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