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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들

타국에서 사는 외국인의 일생

by 프라우지니 2015.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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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로서 살다보니 생활에서 이런저런 글의 소재들을 자주 만납니다. 이건 내가 한번 써봐야겠다.” 생각했던 글의 경우는 금방 글로 옮겨지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서 글에 첨가될 내용들이 속속 내게로 찾아오기도 하고 말이죠. 이번에도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상황을 만나게 된 경우라 한편의 포스팅으로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전에 한번 포스팅했었죠.

평생을 살아도 타국살이는 외로운 것이라고 말이죠.

 

http://jinny1970.tistory.com/1382

반평생 살아도 외로운 타국살이

 

오스트리아에서 30년동안 일하셨다는 외국인 아주머니가 과연 그 30년동안 어떤 대우를 받으시면서 사셨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된 계기는 제가 직업교육을 받으면서였습니다.

 

독일어 문법 틀리게 말하고,엉뚱한 단어 갖다 붙여서 말한다고 해서 멍청한 것은 아니죠. 단지 독일어 서툰 이유에서인 것이고, 사실 머릿속에는 날 무시하는 인간들보다 훨씬 더 배운 것도 많고 경험도 많은데.. 수준 낮은 인간들은 내 독일어로 날 무시합니다.

 

젤 서러울 때가 팀 단위로 토론할때!

 

내가 말하고 있음에도 날 무시하고 자기네끼리 이야기 하거나, 날 한 번도 쳐다보지 않고 자기네들끼리 눈 맞추고 있을때, 이때는 열도 받지만, 서럽기도 합니다.

 

이렇게 서러운 직업교육이 끝나고, 사회에 나가면 직장에서 그들이 인정 해 주는 “동료“는 될 줄 알았습니다. 함께 일하게 되면 같은 일을 하는 동료로서 대우는 해줄테니 말이죠.

하지만 제가 현실에서 본 외국인들은 현지인들과 분류가 되고 있었습니다.

 

제가 처음 실습갔던 곳에 필리핀 요양보호사가 있었습니다. 벌써 10년차로 일을 하고 있다는 그녀는 같은 팀 직원들의 따돌림을 받고 있었습니다. 어차피 주 20시간이니 이틀만 와서 자기가 맡은 구역 어르신들을 모시다 가면 그만이지만, 함께 일하면서도 동료들에게 따돌림을 받는 그녀을 보니 왠지 서글펐습니다.

 

출근하면서 그녀는 커다란 쟁반에 햄,치즈,야채들과 직원들이 먹을 빵들을 잔뜩 가지고 와서 “자신의 생일 이였노라고, 함께 하고 싶어서 준비 해 왔노라고“했지만 그날 근무를 하는 직원들이 건성으로 하는 ‘생일축하’만 받았습니다. 함께 음식을 먹을 때는 희희덕대고 웃어댔지만, 근무에 들어간후에는 그 필리핀직원이 얼마나 굼뜨게 일을 하는지, 얼마나 의사소통이 안되는지 현지인 직원들이 주고받는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외국인이라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서 자란 사람들은 그들이 쓰는 언어(사투리)를 이해하고 그들이 사고방식을 이해하니 그들에게 따돌림이나 무시는 받지않고 그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려서 말이 서툴고 문화가 다른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에 대해 함께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경우는 병원에서 만났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보건소쯤 되려나요? 독일어단어 뜻을 찾아보니 “보건위생국”입니다.

 

이곳에 건강검진을 갔었습니다.

간호사인지 아님 사무직원인지는 오스트리아인이였고, 의사는 터키사람이였습니다.

 

외국인 의사라는 말인즉은 오스트리아에서 의사직업교육(6년 학교+6년 실습)을 마쳤거나, 본국에서의 의사직업교육을 오스트리아 정부에서 검증받고, 오스트리아의 의사고시를 본후에 근무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니 실력으로는 충분한 의사라는 이야기죠!

 

피검사,소변검사를 거치고, 의사를 만나고 난후에 간염검사에 대한 것을 물어보니 사무직원은 의사에게 인터폰을 해서 물어봤고, 의사도 전화도 인터폰으로 지시를 했는데...

 

인터폰이 끝나자마자 사무직원이 투덜대기 시작했습니다.

 

“뭔 터키어를 씨부리니 알아 들을 수가 있어야지..”

 

터키어라뇨? 의사는 독일어를 했습니다. 아하! 이 사무직원은 지금 나에게 의사가 터키사람이라는 것과 동시에 자기는 이 의사가 재수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의사가 외국인을 떠나서 자기의 상사이면 그 사람의 말에 순응하고 따라야하는 것이 아랫 직원의 도리이거늘.. 자기보다 훨씬 더 많이 배웠고, 지식도 많은 전문직 종사원을 이렇게 다른 사람들 앞에서 무시하는 직원은 짤라야 마땅한거죠!

 

간염검사를 추가로 하겠다는 나의 말도 자기가 의사에게 물어보면 될것을 나에게 직접 의사를 만나서 이야기하라고 했습니다. 자기는 의사를 직접적으로 마주하고 싶지 않다는 말인거죠.

 

여기서 알았습니다. 아무리 높은 교육을 받고, 현지인을 부리는 위치에 있어도 현지인이 마음속으로 존경하고 모시는 그런 종류의 상사가 될 수는 없는 모양이라는. 터키인 의사처럼 남들 앞에서 부하직원의 무시만 안 당해도 참 감사해지는 상황이 되는거죠!

 

오스트리아에는 많은 외국인 의사들의 있습니다. 시어머니의 말씀을 들어봐도 “외국인 의사”들이 현지인에 비해 아주 많이 친절하고 환자들을 배려한다고 합니다. 외국인의사들은 한다는 그 친절과 배려를 왜 현지인 의사들은 못하는 것인지 원!

 

지금까지 직업교육 받는 과정의 외국인과 직업인으로서 외국인이 당하게 되는 대우를 아셨고!

나이가 들어서 요양원에 가게되면 외국인은 어떤 대우를 받게 될까요?

 

좋은 예를 우리 요양원에서 찾았습니다.

 

우리 요양원에 외국인 할매가 한분 계십니다. 터키분이십니다.

프랑스에서 일을 한다는 아들이 “어머니가 돌아가실 경우 장례 회사에 연결해서 장례식을 준비 해 달라”는 서류에 이미 서명을 한지라 할매는 죽어서야 요양원을 나가실 분이십니다.

 

이 할매는 오스트리아에 얼마나 사셨는지 모르겠지만 독일어가 완벽하지는 않으십니다.

독일어도 잘 못 알아 듣거니와 독일어 초보자들이 하는 문법적 실수도 하십니다. 특히나 문장이 길어지면 말귀를 못 알아들으시니 요양보호사들이 이 할매와 이야기할때는 토막단어를 사용해서 이야기를 해야합니다.

 

한번은 요양보호사가 뭔가를 설명했는데, 하도 못 알아들으니 요양보호사가 혼잣말로 “할렐루야~”했답니다.(오스트리아 사람들은 탄식하는 투로 “마리아,요셉”, “할렐루야”같은 종교적은 단어를 많이 사용합니다.) 그 소리를 들으신 할매가 “나, 나도 천주교야! 할렐루야!”를 하셨다나요?

 

요양보호사들 사이에서 터키할매와 의사소통하는 중에 일어난 에피소드들이 자주 우스갯소리로 등장을 합니다. 같은 외국인으로서 저도 말실수를 많이 하는데, 같은 입장이라 이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씁슬합니다.^^;

 

터키할매는 독방을 사용하시면서 식사시간외에는 항상 방에만 계십니다. 요양원에 살면서도 다른 요양원 원생들과 대화를 안 한다는 이야기인거죠. 어디가 아프거나, 병원에 가는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요양보호사들과도 대화를 잘 안하는 우리 요양원의 외톨이입니다.

 

타국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도 서러운데, 할말도 많고 추억도 많은 노년에 터키할매는 방안에만 계십니다. 요양원에 다른 터키인이라도 있었다면 대화라도 마음껏 하시겠구먼. 독일어 서툰 할매는 독일어를 피해서 방에만 계시는걸 보니 외국인으로 외국에서 평생을 산다는 것이 참 쓰기만 한거 같습니다.

 

저의 외국인으로서의 삶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포스팅을 클릭하세요^^

 

 

http://jinny1970.tistory.com/338  

외국인이라서???

http://jinny1970.tistory.com/392

외국인으로서 살아가는 태도

http://jinny1970.tistory.com/1380

외국인이라는자격지심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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