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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충돌 문화충돌

나는 똘똘이 만능 한국인 며느리?

by 프라우지니 2015.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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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예전에 생각했던 서양인들을 “개인생활”을 존중하고, “자기 앞가림”도 잘하며, 남보다는 자기를 먼저 생각하며, 할 말은 하는 사람들"이었는데, 실제로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지금은 (한국 사람처럼) 할 말 못해서 자기 앞가림 못하는 사람도 있고, “낯가림, 부끄러움” 성격 때문에 하고 싶은 것도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저의 성격은 한 마디로 “명랑,활발에 무대뽀”입니다.

어떠한 환경에서도 할 말은 하고 살아야 스트레스를 안 받는 성격이죠^^

 

명랑, 활발한 것까지는 참 좋았는데, 거기에 맞게 “덜렁” 거리는 성격에, 뭔가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성격은 못되는지라 “작심삼일”은 기본이요~ “건망증”도 있어서 가끔씩 깜빡깜빡 하기도 합니다.^^; (나이를 먹고 있다는 증거야. 자꾸 깜빡깜빡 한다는 건...)

 

덜렁거리는 성격에도 제가 잊지 않고 하는 것 중에 하나는 “영수증 확인!”

 

한국도 그런 경우가 있으시겠지만, 유럽에서는 영수증이 맞지 않을 때가 꽤 되는지라 항상 확인을 해야 합니다. 제가 산 품목의 수량보다 추가된 경우도 있고, 진열장에 붙어있는 가격표랑 틀린 경우도 있고, 세일이라고 해서 샀는데, 정가의 가격이 있는 경우도 허다하죠!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이 “영수증 확인“ 이 습관이 된지라..

누구와 장을 봐도 항상 영수증 확인에 들어가죠.

 

작년 여름에 제가 오스트리아 비자 때문에 시댁에 한 달 반 정도를 산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비자연장 때문에 혼자서 오스트리아 왔던 때인지라, 따로 할 일도 없었고, 문제는 제 친구들이나 지인들은 다른 도시(그라츠)에 있는데, 린츠 시댁에서 머물러야 했던 관계로 만날 사람도 없어서 하루 종일 집에만 있었습니다.

 

이때 집에만 있는 며느리를 시부모님은 항상 쇼핑에 데리고 가셨습니다. 함께 간 쇼핑에서 분명히 세일한다는 품목을 샀는데, 정말로 할인이 됐는지 확인차 계산을 끝낸 엄마께 영수증을 달라고 부탁을 드렸죠. 영수증에는 세일가격이 아닌 정가가 찍혀있는지라, 바로 계산대에 가서 차액을 환불 받았었습니다.(네, 제가 했습니다.^^)

 

이런 경우도 (외국)사람의 성격에 따라 틀린데, 시아빠 같으신 경우는 계산대에 가서 차액을 돌려받는 스타일이시고, 시엄마 같은 경우는 “뭐.. 얼마 안 되니 됐어.”하시는 스타일이십니다.

뭘 따지기가 부끄러우신거죠.

 

한번 이렇게 영수증이 실제와 틀려서 차액을 돌려받으신 후에는 두분과 쇼핑을 갈때마다 항상 계산 후에 저에게 영수증을 주셨습니다. 며느리는 그 후에도 몇 번 영수증을 확인해서 영수증의 틀린 부분을 찾아냈고, 차액을 돌려받아 시어머니께 드렸습니다.

 

시부모님은 영수증을 보시려면 안경을 끼셔야 하는데, 사람들 오가는 슈퍼마켓 계산대 옆에서 안경 끼고 보시는 일도 번거러우시니 매번 영수증을 확인하지 않고 가셨던 모양인데, 영수증 확인하고 틀리면 바로 차액까지 챙겨오는 똘똘한 며느리가 있으니 든든 하셨던 모양입니다.^^

 

나중에 시어머니가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너 가고(=출국) 난 다음에 쇼핑갈 때마다 느그 시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우리 지니가 있으면 똘똘하게 영수증 확인도 잘하고, 계산도 잘해서 차액도 잘 돌려받는데...“

다시 오스트리아에서 돌아왔고, 시댁에서 일상생활을 하고 있는 요즘은 시부모님을 따라서 식료품 쇼핑을 다니지 않지만, 쇼핑을 가실 때마다 시아버지는 오십니다. 함께 가지 않겠냐고?

 

시부모님이 며느리를 계산 잘하는 똘똘이로 생각 해 주시는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지금은 저도 일상을 살아야 하는지라 그때마다 거절을 해야 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시부모님이 생각하는 며느리는 계산만 잘하는 것이 아니고, 자기 몫도 잘 챙기는 시부모님 몫까지 챙기는 항상 이익을 가져오는 복덩이입니다.^^(자기 자랑?)

 

 

 

 

“저축의 날”이라나? 신문에서 이날 각 은행에서 고객들에게 선물을 준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나도 고객이니 이날 은행에 가면 선물을 받을 수 있는 거죠! 마침 시부모님도 쇼핑몰에 가실 일이있고, 시아버지는 제가 거래하는 은행을 이용하시는지라 시부모님을 모시고 은행(일명 우체국은행)에 갔습니다.

 

시아버지는 2년간 묶어놨던 저축이 만기가 돼서 해약을 한 후, 다시 새로운 저축을 갈아타시는 서류를 작성하셨고, 저는 그냥 선물을 받으러 갔었습니다.

 

“오늘 저축의 날인데, 고객들한테 선물 주시는거 있나요?”

 

나의 물음에 직원은 뭔가를 주섬주섬 챙겨오시는디, 어째 1인분만 챙겨 오십니다.

분명히 지금 고객 2명을 상대하고 있으면서 말이죠!

자잘한 선물보다는 달력을 원했던 저는 직원에게 물었습니다.

 

“2015년 달력도 있지 않나요?”

 

그랬더니만 이번에도 달력을 하나만 내미십니다.

 

“어! 밖에 제 시어머니도 계시거든요. 하나만 더 주실래요?”

 

이렇게 달력 2개에 자잘한 선물(1인분)을 챙겨서 시아버지와 그곳을 나왔습니다.

 

“엄마, 여기는 이상해요. 새로 저축을 드는데 왜 선물을 하나도 안줘요?

한국에는 그릇이나 퐁퐁 뭐 이런거 주는데..”

 

며느리가 챙겨온 선물을 받으신 시어머니가 한마디 하셨습니다.

 

“우리가 이 은행을 거래하면서 선물 받은건 니가 챙겨온 이것이 처음이다!”

 

헉^^; 고객들이 자기네 은행 이용한다고 분기별로 계좌별 수수료도 떼어가면서 선물도 안 주는 이런 서비스는 유럽에서만 가능한 걸까요?

 

이날 시부모님은 똘똘이 며느리 덕에 전에는 받아보지 못한 선물에, 달력까지 챙기셨다고 좋아하셨습니다. 내가 거래하는 은행이지만, 은행에서 뭔가를 먼저 줄 때까지 기다려서였는지, 아님 원래 은행에서는 아무것도 안 주는 것이 당연해서 요구하지 않으신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자! 지금까지 한국산 며느리의 여러 가지 기능을 보셨습니다.^^

다음은 며느리의 안 되는 것도 되게 하는(=초능력?) 며느리의 기능을 보실 차례이십니다.^^

 

 

저희가 잘스부르크에 크리스마스 시장구경을 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시어머니는 제과점에서 빵을 사시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먹는 “검은빵”은 슈퍼에서 파는 것은 1kg짜리가 단돈 1유로에 살 수 있는 저렴한 가격이지만, 제과점에서 파는 빵들은 1kg에 5유로는 훌러덩 넘는 비싼 가격입니다.

 

알뜰하시지만 주식인 빵만은 고급으로 드시는 엄마가 제과점에서 빵을 사시고 싶어 하셨지만, 제과점 문은 닫힌 상태! 닫힌 문을 보고 엄마는 포기를 하셨습니다.

 

가게 문을 닫기는 했는데, 실내에 불이 켜진 상태이고, 안에서 직원이 컵을 정리하고 있는걸 보니 아직 포기하기는 이른 상태입니다. 시부모님과 남편은 지나쳐가는 제과점에서 멈춰선 며느리가 가게문을 두드렸습니다.

 

가게 안에서 컵을 정리하던 직원이 문쪽의 저를 쳐다봤습니다.

문 닫은 가게 문을 두드리는 이유는 단 하나인거죠! 안에서 뭔가를 사고 싶다는..

 

가게안의 직원이 행동으로라도 “이미 영업이 끝나서 불가능하다!”했다면 포기 했을텐데..

가게 밖의 저를 보고는 직원이 웃으면서 가게 문을 열어줍니다.

 

물론 영업 끝난 가게 문을 열게 했으니 미안한 기색을 해야 하는거죠!

 

“미안해요, 저희 엄마가 이 제과점 빵을 사고 싶어 하셔서..”

 

그리고는 얼른 몇발 앞에 가신 엄마에게 외쳤습니다.

 

“엄마, 빨리 오세요! 빵 사셔야죠!^^”

 

 

 

 

시부모님은 제과점 안에 들어가셨고, 엄마는 검은 빵 2종류에 말린 과일이 들어있는 아침용 빵(500g짜리가 10유로라는..)을 포함하셔서 30유로어치를 사오셨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 차안에서 엄마가 한마디 하셨습니다.

 

“지니야! 고맙다. 우리는 못 살줄 알았는데, 니덕에 맛있는 빵을 샀다.”

 

며느리를 유능하고 만능으로 만드는 것은 아마도 시부모님이 하시는 칭찬이 아닌가 싶습니다.

작은 일인데도 감사하다고 표현하시고, “잘했다”고 하시는 그 칭찬의 힘이 며느리를 춤추게 하는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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