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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속옷 입는 아내

by 프라우지니 2015.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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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뉴질랜드 길 위에 살 때 남편은 마눌을 시시때때로 울렸습니다.

 

마눌은 무지하게 씩씩한 캔디타입 임에도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랑은 거리가 있는지라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만, 남편의 한마디에도 자주 울었습니다.”

 

남편이 날 울린 이야기는 제 친언니들에게는 이야기를 했었지만.. 시부모님께 (별의별 이야기를 다하는 며늘이지만) 이 이야기만은 못할 줄 알았습니다. 시부모님 앞에서 이야기 할 만한 주제도 아니여서 말이죠. 살다보니 내가 생각하지 못한 일도 자주 발생하는 거 같습니다.^^

 

저는 눈앞에 있는 종류는 구분을 하지 않고 다 읽습니다. 글이 많은 신문은 휘리릭~ 사진만 보고 치우지만 일단 다 읽습니다.(보는 것이 아니고?)

 

그중에서도 젤 좋아하는 것이 “광고 전단지!”

 

광고 전단지는 저도 좋아하지만 시부모님도 무지하게 즐겨 보시는 우리가족들의 “대화의 장”이기도 합니다. 시아빠는 어느 슈퍼마켓에 어느 것이 싼지 적어두셨다가 “미끼상품”을 사러 다니시거든요.시간만 많은 연금생활자이시니 저렴한 상품을 사러 다니시는것도 운동삼아 하십니다.^^

 

시엄마는 슈퍼마켓 전단지도 좋아하시지만 다른 의류등의 전단지나 무료 카다로그도 잘 보십니다. 며느리가 주방으로 가니 엄마가 며느리를 잡으시고 한마디 하십니다.

 

“이것 좀 봐라. 속옷이 참 예쁘다.”

 

 

어느 회사 카다로그 더라?(까먹었습니다.^^;)

 

헉^^; 예쁜 속옷을 보니 생각나는 일이 있습니다.

남편 때문에 서러워서 펑펑 울었던 사건!

 

시부모님께는 못하게 될 줄 알았던 이야기인데 수다장이에 약간의 푼수끼가 있는 며늘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옆에 시아빠도 계시지만, 시부모님은 며느리 앞에서도 하얀 속옷만 입고 다니시는 모습을 종종 보이시는지라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그런(뭐?) 느낌은 없습니다.

 

“엄마, 저희가 뉴질랜드에 있을때요. 속옷 때문에 제가 펑펑 울었었어요.”

“아니, 왜 속옷 때문에 울어?”

“글쎄, 당신 아들이 제 속옷을 할머니 속옷이라고 하잖아요.”

 

사실 그 당시에 한국에서 유행하는 인견팬티가 편하다고 언니가 사준 것은 좋았는데, 사이즈가 M 도 아니고, L 도 아니고, XL 이였습니다. 사러 갔는데 L이 없어서 XL로 샀다는 언니의 설명인지라 챙겨주는걸 가지고 가서 입었었는데. 사이즈가 큰지라 입을 때는 편했는데 빨아서 빨랫줄에 널어놓으면 여지없이 할매들의 커다란 속곳(보다는 쪼매 작지만^^;)처럼 보이기는 했습니다.

 

그래도 마눌의 속옷을 “할매속옷”이라고 칭하는 남편의 말에 속이 상했었습니다.

 

“우쒸! 결혼하고 7년이 되도록 당신이 내 속옷 사준 적 있어?”

“.....”

“이잉(울기 시작)~~예쁜 속옷 한 번도 사준 적이 없으면서 실용성 위주(길 위에서 사는 나름 헐벗은 생활이니^^;)로 입는 마눌 속옷을 ”할매속옷“이라고 하는 인간이 세상에 어디있냐?

 

돈줘봐! 나는 뭐 2~300유로 하는 유명메이커 속옷 입을 줄 몰라서 안 입는 줄 알아? 이잉~~”

“....”

 

남편은 실수한 걸 알았는지 입을 꼭 봉하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미 할매속옷에 상처는 받은지라, (마음이) 여린 마음의 마눌은 터진 울음보를 몇시간 붙들고 있어야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남편분들에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집에서 혹시 아내분이 조금 크거나, 조금 낧았거나, 혹은 (남편)님의 속옷을 입더라도 이쁘게 봐주시기 바랍니다. 세상의 모든 여자들은 다 섹시하고 예쁜 속옷을 보면 사고 싶고, 입고 싶습니다. 하지만 속옷 한 벌에 몇 만원을 넘어서 몇 십만원을 호가한다면 가정주부들은 눈을 감습니다. “차라리 그 돈이면 내가 내 아이 혹은 내 남편에게 조금 더 좋은 브랜드 옷을 사 입힌다.”하고 말이죠. 이렇게 알뜰하게 사느라 자기 속옷 제대로 한번 사보지 못한 아내에게 “당신은 왜 할매속옷”을 입냐“고 하신다면..

 

마눌은 쓰러집니다.

 

“할매속옷”타령하시기 전에 마눌 사이즈의 멋지지만 그리 비싸지 않는 속옷을 선물하신다면 할매 속옷에서 벗어난 마눌의 섹시한 몸매를 보실 수 있는 기회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물론 저같은 경우는 살림하느라 아끼다가 못 사입은 것이 아니고..

내돈 아끼려고 섹시한 속옷을 안 사 입은 것이 맞습니다.

 

그깟 속옷 몇푼이나 한다고 한 번씩 질러서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색으로 골고루 갖춰놓고 패션쇼를 했더라면 남편한테 “할매속옷”소리는 안 들었을텐데..^^;

 

몇푼 아끼려다가 가슴에 상처만 생겼습니다.^^;

 

참! 시엄마와의 대화는 계속 이어지고 있는 거죠!

 

“그래서 뭐라고 했냐? 비싼 걸로 사달라고 했냐?”

"아이고~ 엄마, 엄마는 당신 아들을 모르세요? 당신 아들이 사달란다고 사 주나요?“

“흐흐흐흐흐(아들을 잘 아시는 엄마의 웃음소리)”

“이번에 한국가서 할매속옷 아닌걸로 왕창 사왔어요.”

“그래, 잘했다.”

 

뉴질랜드에서 다시 오스트리아로 돌아오면서 한국찍고 올때, 한국서 유행한다는 “황신혜 속옷” 으로 조금 질렀습니다. 그리고 요새는 할매속옷같이 보이지 않는 예쁜 디자인이 눈에 보이면 사들이고 있습니다.

 

알뜰한 남편은 자기돈 뿐 아니라 마눌이 쌈지돈 쓰는 것도 안 좋아해서 마눌의 개인지출도 잔소리를 합니다. 속옷을 시시때때로 사 모으니 조만간 남편이 알면 잔소리를 하지 싶지만, 잔소리를 한다고 해도 마눌은 할 말 있습니다.

 

“할매속옷을 탈출하려고 요새 속옷 디자인 공부중이거든!^^; 하고 말이죠!^^

 

남편과 얼마나 더 살아야 (남편의 한마디에 서러워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합니다.

 

마눌을 배려 안하는 것 같고, 알뜰이 지나쳐 노린내 나는 남편의 (돈)주머니지만, 마눌을 더 강하게 만들려고 배려 안하는 척 하는 걸로 생각하고, 조금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 더 잘 살아보려고 움켜진 (돈)주머니라고 생각하면, 저희는 문제없이 살고 있는 행복한 부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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