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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충돌 문화충돌

그녀들을 조심하세요.

by 프라우지니 2015.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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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한국에서 살았던 날이 외국에서

살아온 날보다 조금 더 긴 교포아낙입니다.

 

외국에 살고 있으면서도 지극히 한국적인 사고를

하면서 살고 있다는 말씀이죠.^^

 

저 또한 한국을 떠나서는 외국인이고,

가끔씩은 내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간에

“인종차별”같은 것도 당하는지라,

저는 다른 외국인들을 상대방의 피부색이나

외모로 상대방을 평가하지 않습니다.

 

시간을 두고 상대방의 성격을 파악한 후에

“앞으로 살아가면서 함께 갈지=친구”

그냥 잠시 스치는 인연으로 머물지 결정을 하게 되죠.

 

 

 

처음에는 제가 다니는 Maiz마이스에서는

정말 건질 인연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지금까지 만나온 사람들

(일하면서 독일어 공부하는 열심히 사는 외국인들)과는

너무도 다른 사람들이였거든요.

 

보통의 학원에 간식이나 물을 가지고 다니는데,

Maiz 마이스는 직원 주방을 수강생에게 열어주어

주방에서 물을 마실 수 있고,

뜨거운 물도 끓일 수 있죠.

 

저는 보온병과 티백차를 가지고 다니면서

수업시간이 뜨거운 차를 마셨고,

 

킨좀(티벳)같은 경우는 집에서 커피믹스를

보온 컵에 담아와서 뜨거운 물을 첨가해서 마시더라구요.

 

직원 주방을 수강생에게 공개해서

수강생들이 집에서 뜨거운 물을 가져오는

불편함(무거움)을 덜게 해준 것만 해도 고마운데,

 

우리반 흑인 3인방

(메르시/나이지리아/32살, 아그네스/케냐/23살, 하디/기니/19살)

직원 주방을 자기네 주방인듯 다 뒤져서

찬장에 있는 것들을 찾아서 먹고,

커피도 타서 먹어서 주방에 끓는 물을 가지러 갔던

저를 당황스럽게 했습니다.

 

 

 

 

“주방에 있는 것은

여기 직원들 용이잖아”했더니만,

아무렇지도 않게 “그래서?”

 

 

Maiz마이스에서는 대부분 무료에 가까운 강의를 하는데,
수강생들 먹는 간식까지 지원하나?

 

뭐 이렇게 생각하고 말았습니다.

저를 포함한 몇몇은 주방에서 물만 끓여서 마셨죠.

 

그런데 며칠후,

강사가 우리 반에 와서 짜증스럽게 말을 했습니다.

 

“자기가 사다놓은 것이 아니면
주방에 있는 거 먹지 말아요.

직원들이 커피며, 우유며 사다놓으면
누가 먹었는지 흔적도 없이 사라져서
매일 우유를 사야한데요.

그깟 우유 1리터에 1유로 밖에 안하는데
뭘 그것 가지고 그러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걸 매일 사는 사람에게는 부담스러운 돈이예요.

앞으로는 소쿠리 하나를 갖다 놓을테니까
우리반 사람들이 산 것은 거기다 놓고
자기네가 산 것만 먹도록 하세요.”

 

저는 아무 짓도 안했는데,

제 얼굴이 다 화끈거렸습니다.

 

 

 

평소에 주방을 홀라당 뒤져서 먹을만한 것을

찾아먹던 그녀들의 행동을 봐왔던지라,

누가 그랬는지 잘 알고 있어서 말이죠.

 

선생이 수강생들을 잡는 것이

못마땅한지 하디가 한마디를 했습니다.

 

“저희도 설탕 사다 놨었는데요.”

 

남이 사다놓은 비싼 커피랑 우유를 다 먹어놓고

본인이 설탕 사다놨다고 큰소리 칩니다.^^;

 

강사가 “남의 것은 먹지 말라”는 경고를

했음에도 흑인 3인방의 주방 먹거리 사냥을

그 이후로도 계속 이어졌습니다.

 

먹거리를 주방에서도 찾지만

교실에서도 찾았죠.

 

교실에서는 라일라까지 합세해서  

간식시간에 누군가가 먹을 것을 싸오면 

“나도 먹어도 돼?”하고 묻고 덤비는 것이 아니라

대뜸 “그거 이리 줘!”하며 남의 간식을 가로챕니다.

 

가끔씩 간식(과자류)을 나에게도 먹겠냐고

권하는 아낙들이 있기는 하지만 난 사양을 합니다.

 

간식으로 과자를 먹지도 않을뿐더러,

내가 얻어먹으면 나도 들고 와야 하는

불편함도 싫어서 말이죠. 

 

(집에 없는 과자를 사들고 와야하는것도

저에게는 일종의 스트레스)

 

 

 

어느 날은 아그네스(케냐)가 사과를

한입 베어먹고 있는 킨좀(티벳)의 사과를

뺏는 것을 보고 제가 당황했었습니다.

 

사과를 칼로 잘라서 먹은 것이 아니고

통사과를 한입 베어 먹었는데,

그 사과를 뺏어가려고 합니다.

 

보통은 내 가족이나 내가 먹던 사과를 먹을 수 있죠.

 

인종도 다른 외국인이 먹던 사과?
여러분이라면 드시겠습니까?

 

어떻게 상황이 벌어지나 보고 있자니

킨좀이 한마디 하더라구요.

 

“나도 배고프거든,
기다려봐. 더 베어 먹고 줄께!”

 

저는 아그네스와 킨좀이 침 묻는 사과도

나눠먹을 정도로 친한 사이라고 판단을 했습니다.

 

우리반에 이렇게 표면적으로 남에게

민폐를 제대로 끼치는 인물들은 거리를 둬야지!

생각은 했지만, 그렇다고 티나게 표현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내 것을 빼앗아 먹은 것도 아니고,

나는 과자를 들고 다니니 않으니

뺏길 것도 없었고 말이죠.

 

어느 날 수업이 끝나고 가방을 싸면서

혼자말로 “배고파!”했더니만,

저와 동갑이 마리아(원래 이름은 마리로사-아르헨티나)가

저를 쳐다보면서 “밥 먹으러 갈래?”하더라구요.

 

마리아는 우리 반 모든 사람들에게 참 친절한 아낙인데,

나에게 물어온 “밥 먹으러 갈래?”를 그

녀 옆의 메르시(나이지리아/32살)에게는 하지 않았습니다.

 

 

 

메르시는 마리아가 자기에게 묻지 않는 것이

자존심이 상했는지 내 옆에 있는 킨좀(티벳/28살)에게

“밥 먹으러 갈래?”했지만, 킨좀은 우리 수업이 끝나고

오후에 독일어 수업을 받는지라

메르시의 요청에 응할 수가 없었죠.

 

마리아와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됐습니다.

 

마리아는 항상 웃으면서 모든 사람들에게

긍정에너지를 나누는 아낙인데,

우리 반에서 거리를 두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말이죠!

궁금해서 그녀에게 물었습니다.

 

“왜 같이 밥 먹으러 오자고 메르시에게 묻지 않았어?”

“으응? 밥은 편하게 먹고 싶어서.”

“왜? 메르시는 다른 흑인들에 비해서 그래도 얌전하고 대화도 통하잖아.”

“그래도 난 메르시가 목청 큰 소리로 말하는 것이 싫어.”

헉^^; 내 목소리도 장난 아니게 큰디..^^;

 

 

그러면서 마리아는 내가 모르는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너도 알지, 아그네스가 남친이랑 동거하다가
쫓겨나서 갈 곳이 없다는 거.”

“헉^^; 그거 어떻게 알았어?
아그네스가 비밀이라고 하던데..”

“비밀은.. 지가 동네방네 떠벌리고 다니는데 뭘!”

“그래?”

 

“남친한테 쫓겨나면서 핸폰도 두고 왔다고 하길레,
내가 우리집에 안쓰는 핸폰 있다고 데리고 간적이 있었어.”

“너희 집에 아그네스를 데리고 갔었어?
몰랐네.”

“우리집에 와서는 자기집인양 거실에 대자로 누워서
자기 이야기를 주절주절 몇시간이나 하면서
남편이 올 시간이 됐는데 갈 생각을 안 하더라.”

“아그네스는 요새 어디서 산데?”

“요새는 하디랑 같이 살면서 청소하고 밥하고
완전히 하디 몸종으로 살고 있다고 투덜거리더라구.”

“그래도 월세 안내고 청소, 밥하는 걸로 해결되서 다행이네.”

“그랬는데 아그네스가 요새는 수업만 끝나면
나한테로 와서
”나 너네집에 가도돼?“한다.”

“무섭겠다.”

“응, 남편 몇시에 퇴근하는지도 물어보고,
매일 놀러오겠다고 해서 노이로제 걸릴 지경이야.
나는 하디, 메르시도 싫지만 아그네스는
자꾸 찐득이처럼 달라붙어서 무서워!”

 

몰랐습니다.

 

항상 긍정적인 태도로 살면서 웃음을 날리던

마리아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말이죠.

 

이날 둘이 밥을 먹으면서 마리아는 우리반 중에

몇몇을 자기네 집으로 초대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같이 모여서 수다도 떨고 밥도 해 먹고 하자고 말이죠.

 

 

 

저를 포함한 멤버는 5명이였습니다.

 

나대는 흑인들빼고, 이기적인 무슬림빼고,

그나마 수업시간 중에 기본적인 매너를 지키는 5명.^^

 

우선은 마리아,나와 동갑인 티키(태국),

학교를 전혀 다닌적이 없지만 기본적인 예절은

갖추고 있는 킨좀(티벳), 난민살이 5년차인

에디오피아에서 온 말렛.

 

4명의 멤버들은 아주 조용하게 마리야의 

비밀스런 초대를 받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안되니 말이죠.

 

(알려졌다면 자기네들은 왜 초대 안 했냐고

불편한 마음을 들어냈겠죠.)

 

5명의 멤버들이 모이려고 했던 날,

말렛은 스케줄에 없던 청소일을 하러

가야해서 같이하지 못했고,

나머지 4명이 모여서

우리반 사람들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직은 말이 더딘 태국인 티키가

하디에게 당한 이야기를 합니다.

 

“한 날은 내가 일찍 도착해서 자리를 잡았는데,
하디가 나보다 늦게 와서는 ”너는 거기 앉지 말고,
다른데 가서 앉아!“
하더라.”

“그래서 다른데 가서 앉았어?”

“응, 하디가 앉으라는 자리에 가서 앉았어.”

"왜 그랬어? 니가 앉고 싶은데 가서 앉지.“

“똥이 무서워서 피하남, 더러워서 피하지.
난 왠만하면 하디랑 안 부딪히려고 노력해!”

 

 

 

나에게 대놓고 적대적인 하디가 다른 사람들에게

이렇게 큰소리를 치고 있는지는 몰랐습니다.

 

싸가지가 없어도 심하게 없는 아이입니다.

자기 엄마뻘되는 아줌마한테 명령을 하다니요.

 

나한테 그랬음 난리가 났었을텐데,

독일어 딸리는 티키한테 해서 조용히 넘어간거 같습니다.

 

이쯤되니 킨좀이 이야기를 합니다.

 

“내가 간식을 가져와서 먹으려고 하면
아그네스 ,(무슬림)라일라가 달려와서는
그냥 봉투째 가지고 가버려.
내가 가져온 것인데 자기네 것인양
자기네들이 가져가서 먹는다니깐,

 

그래놓고 자기네는 먹을 것을 하나도 안 가져와와.

한날은 아그네스가 내가 먹던 사과를
뺏으려고 해서 내가 당황했잖아.”

 

저도 기억나는 장면인지라 물었습니다.

 

“난 너희가 침묻은 사과도 나눠먹을 정도로 친한 줄 알았지.”

“친하긴. 배고프다고 달려드는데 할 수 없이
몇입 더 베어물고 줬다니깐!”

 

그 외 주방을 뒤져서 강사들이나 직원들이

사다놓은 것을 먹어치우는 민폐를 끼치는

그녀들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다들 아무렇지 않은 듯이 행동해도

은근히 신경이 쓰이고, 그것이 못마땅하게

느끼고 있었다는 사실과, 평소에는 나처럼

싫은 기색하지 않고 항상 웃기만 하는 그녀들

(마리아.티키,킨좀)이였던지라 그녀들의 마음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몰랐습니다.

 

나만 “거리를 둬야할 그녀들”인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들도 저와 같이 그녀들의 행동이 “민폐”이고,

“거리를 두고 조심해야할 그녀들“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인종과 국경을 초월해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기본적인 예절은 있는거 같은거 같습니다.^^

 

Maiz마이스 강의가 끝나도 마리아,티키,킨좀과는

시간이 허락하는 한 가끔씩 만나서 살아가는

이야기도 할 수 있는 친구가 될거 같습니다.

 

물론 “조심해야할 그녀들”과는 거리를 계속 유지해야하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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