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생각들

나의 국제결혼 그리고 불편한 진실

by 프라우지니 2014. 12. 5.
반응형

 

우리가 알고 있는 대표적인 서양문화라고 한다면 “사생활 존중”

그러니 물어서는 안 되는 질문들이 있다고 알고 있죠. “사생활 절대 질문 금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처음 만나면 하게 되는 호구 조사들.

 

"몇 살이예요?“,

 

“결혼은 했나요?”

 

”어디에 살아요?“

 

“직장은 어디를 다니세요?”

 

”아이는 있으세요? 몇 살이예요?“

 

이런 류의 질문은 절대하면 안 된다고 알고 있죠. 이런 질문들이 들어가게 되면 상대방이 “이 사람이 지금 우리 집을 찾아오려고 그러나? 왜 나에 대해 꼬치꼬치 묻는 거야?” 생각하고는 다음에는 내 옆에 가까이 안 오려고 할테니 말이죠.

 

하지만 모든 서양인들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

서양인도 사생활 간섭을 하는 사람들이 꽤 있거든요.

저희부부가 알고 있는 지인도 그런류의 인간입니다.

 

원래 서양인들은 충고나 조언을 물어도 한국식으로 솔직하게 말해주지 않습니다.

제가 처음 독일어도 딸리는 상태로 식당의 주방에서 보조를 할 때, 주방장이 사투리를 쓰는지라 주방장의 말을 다른 사람이 나에게 표준어로 번역을 해줘야 제가 알아듣고 일을 할 수가 있었죠.

어리버리하게 주방 일을 하는데 제 동료들은 저의 칭찬을 늘어지게 했습니다.

 

“지니, 너 완전 잘했어. ”

 

“지니, 너 대단해!”

 

처음에는 날 두고 장난하는 줄 알았습니다. 내가 일을 배우는 상태인지라 정확하게 내가 잘못한 점을 알려줘야 그 점에 대해서 수정을 할텐데 무조건 잘했다고 하니!

 

어떤 식인지 감이 안 오는 분들을 위해서 설명을 드리자면..

 

주방에서 샐러드에 들어갈 파프리카를 썰었습니다.

내가 보통의 굵기보다 조금 굵게 썰었다면 한국의 주방에서였다면 바로 지적이 들어오죠.

 

“주방보조, 파프리카가 너무 굵다. 조금만 더 얇게 썰어.”

그럼 보조는 얼른 파프리카를 조금 더 가늘게 써는 것으로 지적된 부분을 수정합니다.

 

오스트리아의 주방에서 파프리카가 조금 굵게 썰어졌다고 해도 아무도 지적해주지 않습니다.

내가 일단 먼저 물어봐야 하는 거죠!

“이 파프리카 굵기가 어때? 조금 굵지 않나?”

“아니야. 완전 잘 썰었어. 참 잘했어요!”

 

아무래도 아닌거 같아서 다시 질문을 합니다.

“정말 파프리카가 조금 굵은거 같지 않아?”

“정말 잘 썰었어. 조금 더 가늘게 썰어도 상관은 없지만 말이지.”

 

뭐 이런 식으로 대답을 합니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해도 업소의 커다란 손해를 볼 정도의 잘못이 아니라면 내 뒤에서 내가 한 잘못을 기존의 직원들이 수습하지 나에게는 웬만해서는 말하지 않습니다.(물론 이건 제 경우이니 모든 서양인들이 이렇다고는 생각하시면 안돼요~^^)

 

어째 오늘도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방향과는 상관없는 곳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다시 이야기를 수정해보지요.^^

 

우리는 대부분의 서양인들은 남의 사생활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부분을 말씀 드리려다가 설명이 이리도 길어졌습니다.^^;

 

남편의 고등학교 동창 중에 저희가 가끔씩 만나는 커플이 있습니다. 이 커플과는 오래전에 여름휴가를 함께 간 적도 있었죠. 그때는 꼬맹이였던 아이가 해가 바뀌면 15살이 된다니 함께 휴가 갔던 때가 거의 10년이 다 되가는 모양입니다.

 

함께 갔던 휴가가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555

크로아티아로 떠난 여름휴가3회-Krk크르크섬 첫째날!

 

며칠 전 동네 슈퍼에 자전거를 타고 장보러 갔다가 소냐 엄마를 만났습니다. 저희가 7월에 다시 오스트리아에 돌아오고 강변에 자전거 타러 나갔다가 집에 오는 길에 2번 정도 그 집을 방문했었습니다. 그때 남편들이 대화하는 중간에 아낙들도 약간의 대화를 주고 받았죠!

 

사실 소냐 엄마랑은 오랫동안 알아왔지만, 대화는 거의 하지 않았었습니다.

결혼하기 전에는 나는 독일어가 안 되서 영어로만 대화를 했고, 소냐엄마는 영어를 못하니 휴가기간 동안에 두 아낙은 절대 말을 섞을수가 없었습니다. 누군가가(남편이나 소냐아빠) 통역을 해줘야했지만 남자들은 남자들끼리 바쁜지라 아낙 둘은 서로를 멀뚱거리며 쳐다보기만 했었죠.

 

그리고 결혼을 하고 독일어를 배우고 시작했지만, 저희는 그라츠에 살고 린츠시댁은 가끔씩 방문하는 정도였기에 소냐네 집을 놀러가는 일은 사실 1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할 정도였습니다. 방문했다고 해도 저는 초보 독일어인지라 두 남자의 대화를 옆에서 듣는 선이였지 따로 소냐엄마랑 수다를 떨 정도는 아니였구요.

 

어느 정도 독일어가 익숙해져가면서 소냐네를 방문하면 조금씩 기분이 나빴습니다.

다른 사람은 안 그러는데 유난히 소냐엄마는 남편의 계획들에 대해서 비판적이였거든요.

 

저희부부가 2009년~2010년에 거쳐서 1년6개월정도 뉴질랜드에 머문다고 했을 때도, 2012년~2014년에 거쳐서 2년 동안 다시 뉴질랜드에 갈 계획을 말할 때도 그녀는 남편을 비난했었습니다.

 

“아이는 언제 낳을 꺼야?”

(이 질문은 울 시엄마도 안하시는 사적인 질문인디..)

 

“집은 안 살꺼야? 그렇게 자꾸 짚시처럼 떠돌면 어쩔껀데?”

 

“우리처럼 집을 짓고 아이도 낳고 살면 좋잖아~”
(그녀는 우리와 여행할 당시에 예쁜 정원과 수영장이 딸린 집을 지었었습니다.)

 

나와는 다른 목적이나 가치관을 가진 사람도 있다는 걸 인정하기 보다는 그녀는 우리가 그녀가 사는 방법이랑 다르다는 것에 대해서 짜증스럽게 말을 하고 했었습니다. 남편의 친구인 소냐아빠는 남편의 계획을 들어주는 정도인데, 그의 여친이 오히려 더 남편의 계획을 반대하고 나서니 옆에서 보는 제가 조금 거시기했었습니다.

 

아주 드물게 방문하는 그녀의 집이지만 항상 같은 짜증이 반복되다보니 나중에는 남편에게 가지 말자고 이야기까지 했었지만 남편은 그녀의 말을 별로 신경을 안 쓰는 듯 했습니다.

어차피 남편의 친구는 그녀가 아닌 소냐아빠이니 말이죠.

 

이번에 다시 돌아와서 소냐네를 방문해서 나의 직업교육 계획과 남편의 린츠(근처) 근무가 확정됨을 알리니 소냐엄마는 참 반가워했습니다. 그녀가 지금은 간호사로 일하고 있지만, 그녀는 9년 동안이나 요양원에서 근무를 했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중학교 졸업하고 요양보호사 직업을 가졌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다가 3년제 (학사 학위정도의) 간호사 공부를 해서 지금은 큰 병원의 수술방 간호사로 주 3일 시간제 일을 하고 있거든요.

 

저희가 당분간(네. 몇 년간) 오스트리아에 살 계획이라고 하니 그녀가 참 좋아라~하면서 저의 직업교육에도 관심을 보이는 듯 했습니다. 그렇게 그녀를 본 것이 마지막이였는데 슈퍼에서 딱 마주쳤습니다. 얼른 뒤돌아서 걸어갔으면 그녀가 날 못 봤을 수도 있겠지만 피할 일도 없는지라 반갑게 Bussi부시(서로 뺨을 엇갈리게 대고 입으로 쪽 소리를 내는)하고는 그간의 안부를 묻고 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에 그녀가 묻습니다.

 

“차 가지고 장보러 온거야?”

“엥? 나 차 없는디? 자전거 타고 왔어.”

“장보러 자전거 타고 다니면 힘들지 않아?”

“무거운거 살때는 배낭에 메고 자전거타고 가기에 조금 버겁지만 괜찮아.”

“왜 차를 안 타고 다녀?”

“어, 테오(남편)차는 나한테 너무 커서 내가 운전하기가 부담스러워!”

“시아버지 차 있잖아!”

“그건, 아빠껀데 내가 손대면 안 되지!”
“차를 사달라고 해!”

“아니야. 그냥 자전거 타고 다니는 것이 편해!”

(사실 차를 사준다고 해도 제가 사양합니다.운전은 무섭걸랑요~^^;)

 

몇마디를 더 주고받았나 싶었는데 그녀가 말을 합니다.

 

“테오(남편)는 너니까 지금까지 살지..

오스트리아 여자를 만났으면 벌써 오래전에 이혼 했을꺼야.”

 

헉^^; 제가 생각지도 못했던 기습인지라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아니, 이인간이 왜 이 시점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나..”싶기도 했었고 말이죠.

 

 

다음에서 캠쳐한 이미지입니다.

 

“그러니까 당신(아시아인)이랑 결혼했지, 오스트리아 여성이였다면 벌써 오래 전에 이혼했을꺼야.”하는 경우가 몇 개 있습니다.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http://jinny1970.tistory.com/184

부러운 국제결혼의 현실

 

평소에 소냐아빠를 꽉 잡고사는 아낙인지라 남편의 계획대로 따라다니면서 사는 제가 조금은 한심해 보인 것인지, 어떤 이유에서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집에 와서 엄마께 말씀드렸습니다.

 

“엄마, 슈퍼에서 소냐엄마를 만났는데요. 소냐엄마가 테오가 나(한국여자=동양여자)니까 지금까지 잘살고 있지 오스트리아 여자를 만났다면 벌써 오래전에 이혼 했을꺼래요.”

 

울 엄마 왠 말 같지 않는 말을 듣고 와서 우울해 하는 며늘을 보시니 욱~하신 모양입니다.

 

“아니, 소냐엄마는 아직까지 결혼도 못하고 그렇게 살면서 왜 남의 집 일에 그렇게 관심이 많다냐? 지나 잘해서 결혼 할라고 해! 평생 법적 싱글로 늙어 죽지말고!”

(소냐네는 아이가 15살이 되가고 있는 지금도 공동명의의 집을 지어서 살고는 있지만 결혼은 하지않은 상태라 부부는 아닌 연인관계입니다.)

 

제 남편은 서양인이면서 “경상도 남자”같이 무뚝뚝하고 마눌한테 이것저것 잘 시키기는 하지만, 성격이 쪼매 거시기 해서 마눌을 훌러덩 뒤집어 지게도 하지만, 모든 계획을 다 세워놓고 움직일 정도로 철두철미 해서 마눌을 헉^^; 하게 할 때도 있지만, 너무 아껴서 때로는 “완전 쪼잔+왕소금”이라고 생각될때도 있지만..경제적으로 능력 있어서 마눌한테 돈 벌어오라고 안 하고, 마눌의 건강을 젤 우선으로 챙기고, 마눌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알고 보면 참 괜찮는 인간인디..

왜 소냐엄마는 내 남편을 인간말종 취급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남편과 제가 6년간 장거리 연애할 때부터 지금까지 우리를 잘 알고 있으면서..

 

“그러니까 테오가 너(아시아여자)랑 결혼한겨. 안 그랬다면 벌써 오래전에 이혼 당했을껄?”

 

어찌보면 이것이 진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나에게는 불편하지만 말이죠.

 

우리는 만나서 서로 사랑을 했고, 그 사랑을 6년이나 키운 후에 결혼을 했습니다.

남편과 나의 13년의 세월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녀가 나에게 했던 말은 그녀가 13년동안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던, 나에게 해 주고 싶었던 그녀의 진심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아니라고 대들어야 할까요? 아님 그냥 웃고 말아야 할까요?”

 

사람마다 보고 싶은 관점에서 사물을 보고, 판단할텐데..그런 사람에게 제대로 된 설명은 필요없을거 같습니다. 어차피 자신이 보고 있는 관점이 진실이라고 믿을테니 말이죠.

 

 

내용이 마음에 드신다면 공감을 꾸욱 눌러주세요.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