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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들

하늘가는 남편을 배웅하신 할매

by 프라우지니 2014.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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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요양원에서 단지 4일 동안 실습을 했을 뿐인데, 요양원에 관련된 쓰고 싶은 글들은 왜 이리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실습 중에 하늘로 가신 할배에 대해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저에게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하신 어르신 부부셨거든요.

 

 

 

다음에서 캡쳐한 이미지입니다.

 

제가 3일 동안 따라다닌 “다나”라는 요양보호사는 요양원에서 하늘나라로 가시는 분들을 배웅하는 일을 했습니다. 처음 이틀 동안은 뒷쪽의 어르신들을 돌보느라 앞쪽 방향의 어르신들은 어떤 분들이 계신지, 방은 어떤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단지 왔다 갔다하면서 열려있는 문틈으로 누워계신 할배를 보고는 “어? 이 방은 어르신이 정말 뼈밖에 없으시네!” 하는 짧은 생각을 했었습니다.

 

3일째 되던 날 항상 맡아오던 뒤쪽이 아니라 앞쪽으로 가는 다나에게 물었습니다.

 

“어? 오늘은 왜 뒤쪽이 아니라 앞쪽으로 가요?”

“아무래도 오늘 고비를 못 넘기실 어르신이 계셔서 내가 바꿨어요.”

“왜요?”

“내가 하늘로 가시는 분들을 배웅하는 일을 하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니 아마도 호스피스 교육을 받은 듯도 하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어르신의 방까지 간 다나는 나를 돌아보면서 한마디 했습니다.

 

“이 방에 들어 가는거 괜찮겠어요? 싫다면 함께 들어가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이 방에 계신 할배는 며칠동안 식사도 물도 안 드신 상태이고, 아무래도 오늘이 고비인거 같아서 제가 마지막 가시는 길에 몸을 씻어드리려고 가는 거예요."

 

나야 내가 따라다니는 요양보호사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야하는 거죠!^^

 

남들이 울면 금방 따라 우는지라 쪼매 걱정스러워서 일단 물어봤습니다.

 

“네! 근데.. 눈물 나면 어떻하죠?”

“눈물 나면 우는 건 괜찮아요.”

 

둘은 마주보고 심호흡 한번한 후에 방에 노크를 하고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들어간 방에는 실습 중에 몇 번 본적이 있는 할매가 계셨습니다.

 

할매는 아무래도 오늘은 못 넘긴다고 생각 하신듯이 다나를 보면서 울기 시작하십니다.

 

“내가 남편한테 하늘나라 갈 때 옆에 있겠다고 약속을 했었어요. 끝까지 옆에 있겠다고 약속을 했었고..그래서 요양원도 따라서 들어왔는데, 오지 말껄 그랬나 봐요.

그냥 집에서 있을 껄! 옆에서 눈뜨고 보는 것이 힘들어요.”

 

할매가 우시니 주책맞게 저도 눈물이 막 납니다.^^;

 

할매가 이렇게 하소연을 하시니 다나가 할매를 안아드리면서 대답합니다.

 

“이렇게 마지막 가시는 날까지 함께 계신거 잘하신 거예요. 집에 계셨던들 편하게 식사는 하셨겠어요? 위급하다는 소식이 들리면 얼른 뛰어왔다가 다시 집으로 가야하고, 집에 있다고 해서 더 맘이 편한 건 아니잖아요. 이곳에 계신 것이 잘하신 일이예요.”

 

그렇게 할매를 다독거린 다나가 일을 시작합니다.

며칠 동안 아무것도 드시지 않으신 할배의 귀에 일을 시작하기 전에 말을 합니다.

 

“어르신, 제가 어르신의 입에 물에 적신 스폰지를 넣을꺼예요.

스폰지로 입안을 닦아 낼겁니다.”

 

그리고는 물에 적신 스폰지를 넣어서 어르신의 입안을 닦아냈습니다. 입안에 하얗게 일어난 각질들을 스폰지로 닦아내기를 반복하니 어르신이 스폰지의 물을 빨아서 드십니다.

 

그렇게 입안을 닦아드린 후에 어르신의 아랫동네를 닦아드렸죠. 뼈만 앙상한 어르신의 아랫동네를 다나는 따뜻한 물을 충분히 젹셔서 깨끗하게 닦아드리고는 어르신께 말을 했습니다.

 

“어르신, 제가 어르신을 오른쪽 방향으로 돌릴꺼예요.”

 

그렇게 말하고는 어르신을 오른쪽 방향으로 돌린 후 제가 어르신을 잡고 다나가 어르신의 뒷동네를 닦았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보니 할배가 침대 옆의 모서리를 잡으십니다.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몸을 옆으로 돌리면 침대에서 떨어질 두려움에 근처에 잡을 수 있는 것이 있으면 꽉 잡습니다.)

 

몸을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틀어서 어르신을 닦아드리고, 기저귀도 갈아드리는 동안 할배는 침대옆의 봉을 꼭 잡으시는걸 보고 저는 다나의 판단이 틀리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스폰지의 물을 자력으로 빨아드시고, 침대 옆의 봉을 잡으실 정도로 근력이 있으신데 오늘 가신다니.. 아무래도 아닌것 같은디..”

 

다나는 할배 하늘가시는 길에 깨끗하게 닦아드려야 편히 길을 가실수 있다고 말을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다나의 경험을 이야기 합니다.

 

“내가 전에 경험한 일인데, 할매가 하늘나라 가실 때가 됐는데도 힘들게 숨을 쉬시면서 못 가시고 있다는 연락을 비번인 날에 받았어. 그래서 출근해서 보니 그 할매는 항상 이를 깨끗하게 닦으시는 분이신데, 내가 가서 보니 아무도 할매의 입안을 제대로 청결하게 해주지 않았더라구.

 

그래서 일단 입안을 깨끗하게 닦아드리고, 몸도 닦아드리고 깨끗하게 해  드리니 금방 숨을 멈추시더라구. 아마도 가고 싶은데 입안이 텁텁하고 당신이 생각하시기에 더러워서 가시질 못하셨던거 같아.”

 

물론 이 경험담은 이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믿으시거나 말거나입니다. 저는 믿지만 말이죠.

 

실습생인 관계로 항상 나와 동행인 다나와 함께 다녀야 하지만 가끔씩 내가 다른 사람의 심부름이나 다른 사람을 보조하다 보면 종종 다나를 잃어버릴때가 있었습니다.

그럴때면 만나는 사람들을 잡고 물어보죠!

 

“혹시 우리 엄마 봤어요?”
“엥? 엄마?”

“네. 내가 따라다니는 다나가 우리 엄마(=내 보호자겸 선생님) 거든요.”

 

물론 다나는 나보다 10살이나 어린걸 나도 알고 다나도 알고 모든 근무자들도 알지만 내가 다나를 “엄마”라고 하는 이유를 다들 알고 있으니 그냥 웃습니다.

 

온 동네를 두 바퀴나 찾아도 안 보이는 다나가 (하늘나라 가실 할배)방에 있는곳을 누군가가 알려줍니다. 그래서 얼른 그 방을 들어가려고 하니 남자간호사가 내 팔을 잡으면서 한마디 합니다.

 

“괜찮겠어?”

“괜찮아. 아까 다나랑 들어가서 할배를 다 닦아드렸거든.”

 

씩 웃으면서 그 방을 들어갔는데.. 어째 방이 조용합니다.

할배는 여전히 그대로 누워계시는데.. 얼굴이 아까보다 조금 더 노랗게 보입니다.

아까는 우시던 할매는 오히려 더 조용하게 계시고 말이죠.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 그 순간 알았습니다.

할배는 우리가 몸을 닦아드리고 얼마 되지 않아서 하늘나라로 가셨다는 것을.

 

할매는 더 이상 고통을 느끼지 않고 편안한 얼굴로 계신 할배를 망연히 쳐다보고 계셨고, 이미 할배가 돌아가심을 알고 있는 나도 눈물은 나지 않았습니다. 단지 “할배, 편안히 가세요.”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할배가 한국말은 이해를 못하겠지만 제 마음은 읽으실꺼란 생각에 말이죠.

 

“내가 끝까지 옆에 있어준다고 약속을 했었거든..”

 

저는 이 말이 계속 뇌리에 남았습니다.

참 아름다운 사랑을 하신 어르신 부부이신거 같아서 말이죠.

 

퇴근해서 집에 온 남편에게 뜬금없이 한마디 했습니다.

 

“남편, 내가 당신 하늘나라 갈 때까지 옆에서 있어줄께!”

 

“지금 이 마눌이 앞길이 창창한 나한테 죽음을 말하는겨? 재수없게?”

하는 표정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는 남편에게 얼른 돌려서 말을 했습니다.

 

“우리 하늘나라 갈 때까지 사이좋게 끝까지 잘 살자!”

 

우리가 늙어가면서 흰머리가 더 생기고, 허리도 굽고 기억력도 조금씩 잃어가겠지만, 평생 서로을 지켜주면서 하늘나라 갈 때까지 함께 하는 부부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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