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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들

유럽의 요양원에서 느낀 한국의 요양원

by 프라우지니 2014.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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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요양원의 시설은 왠만한 호텔시설을 능가할 정도로 럭셔리합니다.

 

 

제가 실습갔던 요양원. 카페,미용실,교회 시설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각자의 독방에 하루 세끼의 메뉴도 자신이 원하는 메뉴를 주문할 수 있고, 세탁물 같은 경우도 벗어놓으면 다 세탁이 되어서 다시 방으로 돌아오고, 이런저런 시설들은 다 훌륭했지만 저는 이런 훌륭한 시설 속에서 생활하는 서양의 어르신들에게서 한국의 요양원에서 만났던 한국 어르신들의 그 처량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한국의 요양원은 제가 2009년에 2주간의 실습을 할때임을 알려드립니다.

물론 제가 실습했던 곳보다 훨씬 더 좋은 환경의 요양원도 있을것이고, 지금은 한국의 요양원이 시설이나 생활환경이 그때보다 훨씬 더 좋을수도 있겠지만, 제가 경험한 2009년도의 요양원에서의 느낌이나 환경을 이 글에서 설명한것이니 오해가 없으셨음 좋겠습니다.

 

요양원도 어르신이 가지고 계신 조건에 따라서 누릴 수 있는 혜택들이 전혀 다릅니다. 거동이 가능한 어르신은 하루 세끼 본인이 주문한 모든 음식을 맛 보실 수 있습니다. 점심이나 저녁도 여러 가지 메뉴중에 선택이 가능하고 스프, 메인메뉴, 샐러드, 후식등을 다양하게 드실 수 있죠.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은 이런 골라먹는 혜택은 전혀 누릴 수가 없습니다. 침대에 누워계신 분들은 본인의 취향과는 상관없이 아침을 항상 버터 바른 빵과 커피를, 점심은 누워있어서 스프를 주면 다 흘린다는 이유로 스프없이, 메인메뉴도 전부가 일부를 먹기 쉬운 종류로 골라서 드리고, 저녁도 햄이나 치즈가 얻어진 빵이 주어집니다.

 

며칠 일하지도 않았으면서 그런 생각들을 했었습니다.

 

“에고~ 몸이 불편해서 누워있는 것도 서러운데 음식도 제대로 주지 않으니 원.쯧쯧쯧”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두 종류가 있습니다.

 

“살기 위해서 먹는다(=먹는 것은 중요치 않기에 대충 먹는다)”

“먹기 위해서 산다(=먹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맛있는 걸로 챙겨서 하루 세끼를 먹는다.)”

 

저는 개인적으로 사는데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은 후자라는 얘기죠!^^

 

살아가면서 음식을 먹으면서 느끼는 행복감도 있는 법인데 누워계신 어르신들은 이런 행복은 이미 오래전에 박탈 당했습니다. 어떤 메뉴가 나오는지도 모를뿐더러 배가 고프니 앞에 놓여지는 것을 먹는거죠! 물론 거동을 못하시는 분들이 이상한 메뉴라도 먹고 설사라도 하게 되면, 요양보호사의 일이 많아지니 그런 것을 생각해서 주는 메뉴도 한정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 가운데도 요양보호사들이 아침에 외출준비를 해서 거실(=겸 식당)에 옮겨다 놓는 분들이 계십니다.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이라곤 입과 겨우 입까지 들어 올릴 수 있는 팔.

 

이런 분들도 음식에 제한을 받습니다. 아침은 커피와 버터 바른 빵, 점심같은 경우도 스프를 줬을 경우는 입으로 가져가면서 중간에 다 흘려버리니 왠만하면 스프는 안주거나 아주 소량을 주게되죠. 메인 메뉴같은 경우도 몸을 움직이시는 다른 어르신들의 반 정도를 잘게 썰어서 앞에 둡니다. 그럼 주어진 음식을 드시는데 팔을 덜덜 떨면서 겨우 입으로 가져다가 드시죠.

 

이쯤되면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요양보호사는 뭐하남? 옆에 앉아서 음식을 먹여드리지 않고?”

 

이곳의 요양보호사들인 대답합니다.

 

“자꾸 해줘버릇하면 나중에는 어르신이 본인이 움직일 생각은 않고, 입만 뻐끔거리면서 주는 음식을 받아먹게 되고 그렇게 되면 나중에는 팔의 근육이 줄어들어서 움직일 수 없게 됩니다.”

 

물론 요양보호사들의 말도 맞지만, 어르신들에게 음식을 먹여드리고 싶어도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이렇게 따지면 오스트리아의 요양보호사의 근무조건이 한국보다 조금 더 열악한거 같기도 합니다.

 

아침,저녁으로 어르신들마다 맞춤서비스로 몸을 닦아드리고 옷을 갈아 입히고 이런저런 서비스도 3명이 23명을 감당하기는 사실 조금 버겁거든요.  그나마 3명의 근무자 중에 한 명이 아파서 결근을 하면 2명이 23명의 어르신들을 다 관리해야하는데 이것이 생각보다 무지하게 버겁습니다.그러니 거주민들의 요구를 다 들어드리는 것이 조금 버겁죠.

 

휠체어에 앉혀서 거실에 모시고 나온 어르신이 점심을 드시고는 방에 들어가서 눕고 싶다고 하시는데, 요양보호사는 딱 잘라서 한마디로 거절합니다.

 

“조금 있으면 저녁 나오니까 드시고 가세요.”

“내가 배가 아파, 그래서 누웠으면 좋겠어.”

“그놈의 배는 맨날 아프시잖아요. 그냥 앉아 계시다가 조금 있다가 들어가세요.”

(그 어르신이 꾀병을 부리시는 분이신지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전 4일간의 실습생이였으니 말이죠!)

 

거동이 가능하신 분들은 점심을 드시고는 당신들이 방에 가셔서 낮잠도 주무시고, 신문도 보시고, 하시고 싶은 거 하실 수 있지만,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은 휠체어에 앉혀진 상태로 하루 종일 그렇게 거실에 있어야 합니다. 옆 사람과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닌데, 그냥 그렇게 꿔다놓은 빗자루마냥 아침 먹을 시간에 나와서 그렇게 앉아 있다가, 점심을 먹고 또 앉아 있다가, 저녁을 먹은 후에야 요양보호사가 휠체어를 끌고 방으로 들어가죠!

 

건강한 저도 하루종일 그렇게 어르신들이 앉아있는 자세로 하루종일 앉아있으라면 몸살이 날거 같습니다.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할 말이 있는 것도 아닌데, 벌서듯이 하루 종일 그 자세로 앉아있어야 하니 말이죠.

 

물론 거동이 불편하니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아무데도 가실 수 없습니다.^^;

 

제 마음 같아서야 점심을 드신 어르신들을 각자의 방으로 옮겨드리고 편안하게 누워서 낮잠이라도 주무실 수 있게 해 드리고 싶었지만, 실습생인 제맘대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그렇게 어르신들을 각자의 방으로 모시고 갔다가, 다시 모시고 오는 일도 만만치 않는지라 직원들이 그 일을 안 한다고 비난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들의 근무환경을 저도 함께 하고 있으니 그들이 힘들다는걸 알고 있었거든요.

 

요양원의 거주민중에서는 집에서 24시간 입주 요양보호사와 살다가 오신분이 계셨는데, 이분은 혼자 계신 것을 무지하게 못 참으셔서 항상 요양보호사를 호출하셨습니다. 하긴 전에는 누군가가 24시간 옆에 딱 붙어서 이야기하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어르신 한분만을 위해서 요리도 해주고 했었는데, 요양원에 입주해보니 3명의 요양보호사는 매일 번개같이 왔다 갔다하면서 본인이 할 일만 하고 가버리니 외로우셨던 모양입니다. 그렇다고 그분만을 위해서 말동무를 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말이죠.

 

저녁 6시면 모든 거주민들이 각자의 방으로 취침준비를 해야 합니다.

저는 실습생인지라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어르신이 뭔가를 문의하시면 직원을 동행하거나, 기존 직원들이 시켰을 경우에나 일을 할 수 있었죠. 어르신중에 한분이 팬티기저귀를 침대로 가기 전에 갈아달라고 하셨지만, 제맘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지라 그 방 담당 직원에게 말을 했습니다.

 

“저기 XX호실에 어르신이 자기 전에 기저귀팬티 갈아달라고 하셨어요.(=가서 갈아주세요)”

 

그 말을 들었음에도 날나리같은 그 직원은 그 어르신의 기저귀를 갈아주지 않고 퇴근했습니다.

 

그 어르신은 아마도 밤새 하루종일 차고 계셨던 그 기저귀팬티를 입고 계실꺼란 생각에 내내 죄송한적이 있었습니다. 직원들이 자신의 약간의 편의를 위해서 거주민들의 요구를 묵살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겨우 4일 일을 했을 뿐이지만 저는 제 시부모님이 요양원에 가신다면 두 손 들어서 말릴 예정입니다. 오히려 집에서 사시면서 일을 봐주는 사람을 집으로 부르는 것이 훨씬 더 인간답게 사는 방법인거 같아서 말이죠. (물론 입주요양보호사라고 해도 정말로 진심으로 일을 하는 사람을 찾는것도 쉽지 않지만 말이죠)

 

오스트리아는 여러 종류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어르신들을 위해 일을 합니다.

일단은 시간제 가정부처럼 장을 봐다주고, 청소나 요리를 해주는 일을 하는 사람도 있고, 간호사들이 매일 차를 타고 다니면서 집에서 머무시는 몸이 편찮은 어르신들을 돌봐주는 일을 합니다.

 

약간의 이동이 가능한 어르신의 경우는 위의 두 종류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도움으로 충분히 살아갈 수 있습니다.

 

몸의 거동이 힘든 경우는 24시간 거주하면서 어르신을 돌보는 직업(요양보호사)을 가진 사람을 필요로 합니다. 유럽에는 동유럽 출신의 요양보호사들이 15일 단위로 입주해서 24시간 간병을 하는데, 보통 1,000유로 정도의 월급을 받습니다. 한 달이면 2명의 요양보호사가 필요하고, 2명의 월급 2,000유로에다가 한 달동안 입주해서 살면서 요리해서 어르신을 드리고 요양보호사도 먹어야 하니 식비가 들어가게 됩니다. 그렇게 따지면 한 달에 3,000유로는 있어야 할거 같습니다.

 

그중에 반 정도는 나라의 보조를 받는다고 해도 나머지는 자식이나 어르신 본인이 모아놓은 돈에서 지출을 해야 하는 거죠.

 

제 시부모님은 당신들의 아들과 딸에게 지금 살고 있는 집은 두 채의 건물이 달린 집을 주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시누이는 지금 저희가 살고 있는 이 건물을, 아들인 남편에게는 지금 부모님이 사시는 건물을!

 

시누이는 어떤 마음인지 모르겠지만, 남편인 아들은 부모님이 주시겠다는 건물에 대해서 끝까지 손을 대지 않을 생각이더라구요. 전에 그런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부모님에게 무슨 일(병 간호비가 많이 필요한 경우=입주 간병인을 들일경우나, 큰 수술을 할 경우?)이 생겼을 경우 부모님은 집을 파셔서 당신들을 위해서 쓰셔야 한다.”

 

역시 장남다운 생각입니다.

부모님이 가지신 집은 끝까지 당신들을 위해 쓰셔야 한다는 생각 말입니다.

 

제 시부모님이 연세가 더 드시고 몸이 불편해지시거나, 두 분중 한 분이 먼저 돌아가신다면 저는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싶습니다. 가족만큼 편안한 관계도 없을뿐더러, 그 삭막한 요양원에서 제 부모님이 “낙동강 오리알”대우를 받는 것을 알면서도 그곳으로 가시는 것을 그냥 볼 수 없을테니 말이죠.

 

오스트리아도 요양원에 사는 어르신들은 알고 계십니다.

 “당신이 낳은 자식들에게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말이죠.

 

당신이 가지고 계신 집에서 입주 간병인을 들여서 살수도 있지만, 어떤 이유(자식이 부모의 집을 팔거나 혹은 본인 소유의 집을 없는 경우)에서든 결국 살 집이 없어서 요양원으로 들어오는 어르신들은 본인들의 처량한 인생의 마지막 길목에서 하늘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면서 사시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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