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캠핑장에 도착 하던 날!
모니카는 저에게 막 달려와서 내 품에 폭 안겼었습니다.
잘 기억은 안 나는 이모지만, 예전에 만난 기억이 나는 듯 마는 듯해서였을까요?
그 이후로 저는 모니카가 젤 사랑하는 이모가 되었습니다.
제 어린 시절에도 우리 집에 많은 이모들이 찾아왔었습니다.
그 이모가 정말 친척이여서 이모였는지..
엄마랑 “언니동생”하는 사이여서 이모였는지..
아직도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커가면서 그 “이모들”을 거의 만난 적이 없어서 그런 모양입니다.
이른 아침에 모니카를 데리고 학교로 가는 이멜다를 따라서 아침 산책에 나섰습니다.
모니카는 한 손은 엄마, 다른 손에는 내손을 꼭 잡고 학교를 갔습니다.
학교 입구까지 갔다가 돌아오려는 내 손을 모니카가 꼭 잡더니만, 교실에 가서 자기네 선생님을 만나야 한다고 합니다. 모니카는 저를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얼떨결에 아침에 수업 전의 어수선한 초등학교 1학년 교실까지 따라갔습니다.
아이들이 작아서인지 교실안의 초등학교가 아닌 유치원의 실내와 같은 모양이였습니다.
책상과 걸상에 앉는 것이 아닌 앞에 둥그런 테이블이 있고, 작은 의자가 곁으로 있는.
우선 모니카는 자랑스럽게 교실 안에 있는 친구들에게 저를 “이모”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자기네 선생님이 계신 교무실 쪽으로 내손을 이끌더니만 선생님께 소개를 합니다.
“미스 XX, 여기는 독일에서 온 내 이모예요.”
헉^^ 독일에서 왔으면 금발이던가..독일에서 온 동양인??
저는 얼떨결에 독일에서 온 모니카 이모(검은머리 엄마 동생?필리피나?)가 됐습니다.
물론 영어의 Aunt (앤트)라고 하면 여러 의미가(이모, 백모, 숙모, 고모)있지만..
환갑 된 독일아빠와 필리피나 엄마 사이에 낳은 모니카에게는..
이리저리 맞춰봐도 엄마와 같은 동양인인 제가 이모라고 하는 것이 젤 무난한거죠!
뉴질랜드는 만 5살이 되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모양입니다.
5살짜리가 학교에서 뭘 배우겠냐마는..
일단 아침에 등교하면 오후3시가 되어야 하교를 합니다.
5살짜리에게는 참으로 긴 학교생활인거 같습니다.
어린 모니카도 학교 간다고 무지하게 좋아했었다는데..
며칠 가보더니만..
“이제는 학교를 안 가고 싶다.”고 하더랍니다.
유치원 때처럼 하루 종일 노는 것이면 좋을 텐데..
뭔가를 배우고, 쓰고 하는 것이 어린 아이에게도 스트레스인 모양입니다.^^;
저도 기억이 안 나는 저의 어린 시절에도 그런 적이 있었답니다.
(울 엄마의 증언이니 아마도 100% 진실이지 싶습니다.)
초등학교 입학하고 얼마 안 되서 매일 엄마를 졸랐다고 합니다.
“졸업 하고 싶다고..”
받아쓰기 30점 받아와서는 한다는 말이..
“엄마는 날 8살에 안 넣고 7살에 학교를 넣어서 그런거 잖아~
내가 8살에 학교를 들어갔으면 백점 받았을 꺼야~“
(어릴 때부터 말로는 엄마까지 이겨먹으려고 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 다음에 엄마가 “졸업한다며? 시켜줄까?”하니..
“엄마는.. 내가 졸업 시켜달라고 했을 때 시켰어야지.. 지금은 괜찮아~”하더랍니다.
몇 달 다녀보니 학교도 가서 놀기에 재미있는 곳이였나 봅니다.^^
5살짜리 모니카도 그냥 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를 배우고, 쓰고, 질문에 대답하고 하는 일이 쉽지많은 않은 모양인데..
수업에 집중도 안 하는 모양입니다.^^;
“오늘 뭐 배웠어?”하면 못들은 척 하면서 딴 짓을 합니다.
학교생활에 대해 묻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증상도 보이구요.^^;
이곳에서 2주 넘게 머무는 동안 매일저녁 저는 모니카의 놀이친구였습니다.
저녁에 두어 시간같이 놀아주면서 글을 가르치려고 몇 번 시도를 하고..
당근(채찍말고^^) 요법을 쓰기도 했었습니다.^^;
“알파벳을 대문자랑 소문자랑 구별해서 한번 쓰고 나면 놀아줄께!”
학교 공부를 집에서까지 해야 하니 약간의 스트레스가 없지는 않았겠지만..
나와 놀겠다는 일념으로 모니카는 삐뚤거리는 글씨로 알파벳을 후다닥 써놓고는 저에게 달려오고는 했었습니다.
가끔씩은 오후에 하교하는 모니카를 데리러 이멜다와 산책삼아서 학교를 갔습니다.
대부분의 키위학생인데 동양계 혼혈이 섞어있으니 금방 눈에 띕니다.
이 학교에는 모니카와 같은 필리핀계 혼혈학생이 몇 명 있었습니다.
모니카 옆에서 매달리고 있는 아이도 엄마가 필리피나이고,
모니카와 같은 반에 있는 아이도 엄마가 필리피나이고,
비슷한 혼혈아 들이 몇 명이니 아이들에게 따돌림 받을 염려는 없는거 같습니다.
아닌가요?
외국에서는 혼혈이라고 따돌림 받을 일이 없을 거 같기도 합니다.
아침에 등교하다가도 제가 일어난 듯이 보이면 얼른 달려와서 안아주고 뽀보 해 주고 손을 흔들면서 학교로 가던 모니카가 그때의 기억을 잊기 전에 다시 보러가야 할거 같습니다.
저는 뉴질랜드에 예쁜 조카를 가지고 있는 행복한 이모입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고,View 추천버튼을 눌러주시면, 제가 글을 쓰는데 아주 큰 힘을 주신답니다.
제 블로그가 맘에 드셔서 구독+을 눌러주시면 항상 문 열어놓고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뉴질랜드 > 길위의 생활기 2013' 카테고리의 다른 글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543-아이들을 위한 마을의 BMX 트랙 (0) | 2014.04.18 |
---|---|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542-뉴질랜드 어린이 낚시면허 (5) | 2014.04.17 |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541-조개도 캘 수 있는 저렴한 캠핑장,Pounawea (6) | 2014.04.16 |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540-집에서 쉽게 팝콘 만드는 법 (5) | 2014.04.15 |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539-4년 된 김으로 만 김밥 (4) | 2014.04.14 |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537-남편이 원하는 생일날의 풍경 (2) | 2014.04.12 |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536-클루차 강어귀의 또 다른 모습 (2) | 2014.04.11 |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535-겨울이 오는 길목 (2) | 2014.04.10 |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534-길 위의 가벼운 한 끼, 치즈 토스트 (6) | 2014.04.09 |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533-남편이 그리워하는 오스트리아 요리 (6) | 2014.04.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