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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3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526-타이에리 강에 노숙 권하는 농부

by 프라우지니 2014.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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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껀 내껏, 니껀 니껏”이 명확한 것이 일반적인 서양인입니다.

 

내가 무언가를 주고 싶어서 주어도 항상 되돌아오는 질문은 같습니다.

 

“니가? 이걸 나한테 준다고? 왜?”

 

사람이 주고 싶어서 주는데, “왜?”라고 물어오면 답하기 좀 그렇습니다.

 

그냥..나는 조금 넉넉해서 나눠주는 것인데..

이것을 우리네 말로 하자면.. 정(情)인거죠!

 

금발의 서양인임에도 키위(뉴질랜드 사람)들에게는 우리네와 비슷한 정이 있는 거 같습니다.

 

이런 소소한 정은 대도시나 관광지 위주로 여행하는 사람들은 느끼기 힘든 거 같습니다.

저희처럼 큰 도시에서 벗어나서, 작은 마을로, 작은 길로 들어서야 느껴지는 것이니 말이죠!

 

 

 

(위 지도는 KIWI MAPS에서 발췌함)

 

저희는 지금 더니든 아래쪽의 Taieri 타에에리 강을 조사(=낚시)중입니다.

 

보통은 길게 뻗은 강인데, 이강은 참 이리저리 굽이굽이도 흐르는지라..

그 굽이치는 물줄기를 따라 저희도 이리저리 샛길을 따라갔습니다.

 

뉴질랜드는 차들이 많이 다니는 국도(고속도로) 옆으로 조금만 벗어나면..

한가하게 자리 잡은 농장들에는 초록 잔디위에 양들의 노니는 풍경입니다.

 

 

 

 

 

저희가 굽이지는 타이에리강을 따라서 막다른 골목까지 왔습니다.

 

옆에 강이 흐른다고 해서 그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 다 낚시를 하지는 않습니다.

먹고 살기 바쁜 일상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옆에 흐르는 강일뿐이죠!

 

저희는 저 길을 따라서 이곳까지 왔습니다.

 

여기서 좌측으로 더 들어가면 농가 한 채가 있을 뿐 더 이상 갈수 있는 길은 없습니다.

 

남의 집 앞에 차를 세우는 것은 실례이니 일단은 차를 세울만한 공간이 있는 곳에 차를 세우고 남편은 농가 쪽으로 사람을 찾아서 갔습니다.

 

낚시꾼인 남편이 잘 모르는 동네로 들어가면 항상 하는 일입니다.

 

"차를 세우고, 그 근처에 사람에게 묻습니다.

 주차를 해도 되는지와 근처에서 낚시를 해도 되는지.."

보통은 대부분의 지역이 사유지(농장)인지라 철조망은 기본적으로 둘러져 있습니다.

 

 

 

 

마눌은 차에서 기다리고 남편이 길을 물으러 갔습니다.

 

보이시는지 모르겠지만..

강의 양쪽으로는 울타리를 쳐놓은 상태입니다.

 

낚시를 하려면 부득이하게 이 울타리를 넘어가야 하는데..

이것이 물어보지 않고 그냥 넘어가게 되면 괘씸죄에 적용이 되는 거죠!

 

그래서 남편은 막다른 골목에 있는 농가로 찾아들어갔습니다.

 

이 근처에 있는 땅은 다 이 집에서 관리를 하는 것이 기본이고..

설령 이집의 땅이 아니라고 해도 시골은 다 아는 처지이니..

 

“아, 거기는 내 땅은 아니지만, 그 땅주인이 낚시한다고 넘어갔다고 뭐라고 할 인간은 아니니 그냥 넘어가요! 나중에 내가 얘기 할 테니...”

뭐 이런 류의 답변이 기본입니다.

항상 먼저 물어봐야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할 수 있는 거죠!

 

이미 울타리 넘어가서 낚시하다가 걸린 다음에야 이미 들어간 거 나오라는 소리는 안 듣겠지만, 별로 좋은 인상을 주지는 못하는 거죠!

 

마침 농가에는 농부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 근처에서 낚시를 해도 되냐는 남편의 질문에..

 

“위쪽에(사진으로 보이는 잔디밭)울타리가 잠겨 있으니 열고 들어가서 위쪽으로 가면 낚시하기 좋을 꺼다.” 라는 긍정적인 답변과 함께!!

 

“낚시하다가 늦어지면 지금 주차한 곳에서 잠을 자도 된다.

여기는 막다른 곳이라 오가는 차들도 없으니 밤에 조용해서 좋다.“

 

꼭 우리네 시골인심 같습니다.

 

시골에서 길 묻는 나그네에게..

 “날도 저물었으니 그냥 우리 집에서 묵고 가!”하고 잡아끄는 시골할머니의 그것 같은..

 

 

 

 

그래서 저희는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이곳에서 남편의 낚시도 성공적인지라 송어를 두 마리나 잡았습니다.

 

“잡은 송어 중에 큰 것은 농부한테 주자!”

 

퍼주는 거 좋아하는 마눌은 자기가 잡은 송어도 아니면서 인심을 씁니다.

 

뉴질랜드에서는 강에서 나는 물고기인 송어는 사고파는 고기류에 포함이 안 됩니다.

그러니 송어는 직접 잡던가, 아니면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아서야만 먹을 수가 있습니다.

 

마눌이 말이 끝나기기 무섭게 남편은 송어 한 마리를 들고 농부의 집으로 갔습니다.

하지만 농부는 송어를 그리 즐기기 않는다고 사양을 하더랍니다.

 

"이곳에는 언제든지 와서 낚시도 하고, 캠핑(=잠)도 해라!“

 

사양하면서 농부는 우리에게 언제든지 이곳에 와도 좋다는 허가(?)를 했다고 합니다.

 

다음날 아직 이른 아침!

 

남편이 차 옆의 강에 모닝 낚시를 하고 있을 때, 농부는 커다란 트랙터를 몰고 우리 곁을 지나갔습니다. 만나서 반가웠다는 인사와 함께 함박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농부는 일터로 갔습니다.

 

뉴질랜드의 자연만큼이나 키위들의 인정은 참 매력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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