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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3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389-혹 달고 얻으러 간 배

by 프라우지니 2013.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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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살짝 마눌의 성격을 살짝 공개하자면...

 

오지랖이 심하게 넓습니다.

 

혼자만 알고 입을 닫아도 될 것을 본인이 생각하기에 다른 사람에게도 득이 될 거 같으면 상대방에게 일단 정보를 전달하는 걸 사명으로 알고 있는 조금은 주책맞은 아줌마입니다.^^;

 

배나무 아저씨네 가서 배 얻어온 것도 혼자만 알고 있음 큰일 나는 줄 아는지..

동네방네 다 알리고 다녔습니다.

 

“캠핑장 앞에 배 무지하게 많이 달린 나무하나 있거든..

그 집 아저씨가 계실 때 살짝 가서 땅에 떨어진 배 몇 개 주어가도 되냐고 물어봐봐..

그럼 아저씨가 그냥 막 따가라고 한다.^^“

며칠 전에 얻어간 배도 아직 남아있는데..

배로 스콘도 굽고, 배를 썰어서 오븐의 낮은 온도에 말려보니, 먹기에 딱 좋은 말린 배가 탄생했었습니다. 젤리처럼 쫀득거리는 것이 아주 맛있답니다.

 

옆에 있는 일본 아가씨들한테도 배, 배로 만든 스콘, 말린 배까지 맛 보이고 나니..

자기네들도 배를 얻어다가 만들고 싶은데 수줍어서 절대 못가겠다고 합니다.

 

오지랖 넓은 아낙이 비닐봉투 2개를 얼른 주머니에 챙겨서 일본 아가씨들을 데리고 나섰습니다.

 

마눌의 이런 성격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남편은 당근 한마디 합니다.

 

“왠만하면 혼자 얻어 먹은 걸로 만족하지. 꼭 사람들까지 그렇게 데리고 가야 되겠어?”

“아저씨가 며칠 있으면 배가 다 떨어져 버린다고 빨리 따다가 먹으라고 하셨거든...

그리고 배가 바닥에 떨어져서 버리느니 우리가 갖다가 말려서 먹으면 좋은거 잖아..“

물에 빠져도 입만 동동 뜰 아낙입니다.

 

말로는 남편도 마눌한테 절대 못 당합니다.

어째 그리 청산유수에 혼자만의 이론으로 말을 해 대는지...

(지금 누가 누구 얘기를 하는겨?)

 

 

 

 

 

그리하야 아츠코와 미사토를 데리고 배나무 집을 또 방문했습니다.

 

마침 마당에 계시던 아저씨가 무지하게 반갑게 맞이해주십니다.

 

“아저씨, 저 오늘도 배 얻으러 왔어요.^^ 오늘은 2명 더 데리고 왔는데..괜찮죠?”

“그럼, 어차피 며칠 내로 다 떨어져 버릴껄 뭐! 잘 익은 놈으로 골라서 마음대로 싸 가!”

혹시나 말로만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 아니냐구요?

 

바닥에 떨어져서 “벌들의 천국”이 되어버린 마당을 보시면 그 말이 진심임을 아시게 된답니다.

(혹시 배녹번 캠핑장으로 가신다면 2월 초순경에 가시면 배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마눌은 데리고 갔던 아츠코와 미사토에게 가기 전에 한마디를 했었습니다.

(사람이 얻어만 먹고 입을 싹 닦으면 안되는 거죠!^^)

 

“전에 얻어온 배로 만든 스콘 가져다 드리니 무지하게 좋아하시더라.

너희도 배 얻어오면 오븐에 약한 온도(100도 이하)로 말려서 아저씨 조금 갖다드려!

무지하게 좋아 하실꺼야! “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주신 아저씨는 다시 뒷마당에 일하러 가시고..

저희 셋이서 열심히 배를 땄습니다.

 

가져간 비닐봉투에 배를 가득 채우고서는 아저씨께 인사를 드리려고 뒷마당에 가보니..

아저씨가 누런 봉투에 뭔가를 담아서 가지고 오시더니, 내미십니다.

 

“이거 정원에서 키운 야채인데... 가지고 가서 먹어!"

“전에 갖다 준 스콘은 너무 잘 먹었어. 정말 맛있더라!”

 

 

 

캠핑장에 와서 아저씨가 주신 봉투를 열어보니 피망과 토마토가 가득입니다.

 

얻어온 유기농 배만해도 너무 감사한데..

유기농 피망과 토마토까지..

정말 감사하기 이를 때가 없습니다.

 

주신 토마토와 피망은 같이갔던 아츠코와 미사토에게도 반씩 나눠줬습니다.

설마 나만 먹으라고 주신 것은 아닐테니 말이죠!^^

 

마눌이 일부러 배를 얻으러 갔던 것은 이제 슬슬 이곳을 떠날 예정인지라..

이동 중에 먹을 과일들이 필요했거든요.

 

아츠코와 미사토도 조만간 떠날 예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저희보다는 조금 더 머물게 될테니..

얻어온 배를 오븐에 말려서 배나무집 아저씨께 꼭 갖다드리라는 당부를 했었습니다.

 

얻어만 오고 아무것도 안 드리는 것도 실례인거 같아서 말이죠!

 

사람은 받을 때보다 줄때 더 마음이 편한거 같습니다.

 

내가 가진 것이 별로 없어서 받을 때가 더 많은 길 위의 삶이지만..

받은 것은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베풀려고 노력하며 살다보니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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