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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3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390-용감한 일본여성, 마리코

by 프라우지니 2013.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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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용감” 이라는 단어를 해석하는 기준이 다를꺼라고 생각해서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도 이 아가씨를 용감하다고 생각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볼 때는 “참 용감한 아가씨다~”라는 감탄사가 나왔던 일본인이였습니다.

 

이 아가씨는 며칠에 한 번씩 배녹번 캠핑장에 샤워를 하러 왔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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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에서 머물게 되면..

농장에서 일하는 조건을 갖은 사람들은 1주일 단위로 계산을 하게되며,

하루에 10불정도의 숙박비가 계산이 됩니다.

이 10불에 무료 샤워가 있고, 주방을 사용하고, 전자제품(디카,노트북)을 충전하고 하는거죠!

 

캠핑장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무료인 샤워이지만..

캠핑장에 머물지 않고 샤워만 하러 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비싼 곳은 5불을 받기도 한다고 하던데, 저희가 머물던 배녹번 캠핑장에서는 2불을 받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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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무는 곳이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샤워는 할 수가 없는 곳인 모양입니다.

마침 일하는 농장이 캠핑장 근처인지라 일을 끝나고 숙소(잠자는 곳)으로 가기 전에 샤워를 하러 오는 것이죠!

 

다른 일본여성(아츠코,미사토)에 비해서 유난히 얼굴이 벌겋게 익어서 다니던 마리코.

 

그녀에게 말을 걸기 전에 이미 몇 번 샤워를 하러오고, 주방에서 뭔가를 충전하는 걸 본적이 있는지라 그녀도 같은 캠핑장에 사는 줄 알았습니다.

 

단지 우리 주변이 아닌 어디 뒤쪽 안 보이는 곳에 머무는 줄 알았었죠.

 

유난히 볼이 빨갛던 마리코는 여자로는 드물게 체리피커(체리를 따는 사람)라고 했습니다.

 

동양여자는 왠만하면 건물 안에서 체리팩커(체리를 포장하는 사람)을 일을 하죠!

아츠코와 미사토도 체리팩커로 일을 했었거든요.

 

“아니, 체리피커로 일하면.. 하루에 10킬로짜리 바구니 10번을 따?”

마눌이 놀라서 물어봤습니다.

 

“아니, 나는 여자라서 그 정도는 아니고, 그보다는 훨씬 적게 따는데,

농장에서 정해준 기준선 정도는 따야해! 가끔 안 될 때도 있지만..^^;“

“태양아래서 일하면 얼굴 많이 상하겠네. 그래서 볼이 항상 빨갛구나!”

“썬크림을 발라도 하루종일 일하다보면 별로 효과를 못 보는거 같아!”

“아니, 그럼 그냥 실내에서 체리패커하면 되잖아!”

“답답한 실내에 있는거 보다는 밖에서 일하는 것이 좋아서..”

그렇게 마리코를 알게 됐습니다.

 

캠핑장에 머물고 있던 아츠코와 미사토도 마리코를 가끔씩 스치듯이 보기는 했지만,

서로 말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구요.

(같은 나라 사람임에도 서로 피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습니다.)

 

마리코는 크롬웰 근처의 호숫가에서 (무료로)잠을 자고, 샤워는 할 수가 없으니 며칠에 한번씩 이곳에 와서 2불주고 샤워를 한다고 했습니다.

 

2불에는 샤워만 해당이 되는데, 가끔씩 주방에 와서 디카 건전지 충전을 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친해졌습니다.

 

이 근처에 무료로 잘만한 공간이 있다는 솔깃한 뉴스에 마눌이 혹 했습니다.

 

 

 

“어디야? 어디인데 무료로 잠을 자?”

“응, 던스턴 호수옆에 Lowburn Harbour 로우번 하버라고 있거든.”

“응? 거기는 피크닉 장소잖아, 보트을 호수에 띄우는 장소이기도 하고!”

“맞아, 사실 캠핑은 불법인데, 많은 사람들이 거기서 잠을 자!”

“너는 여자 혼자서 다니면서 그런 곳에서 잠을 자면 위험하지 않아?”

“전에는 셋이서 같이 있어서 괜찮았는데, 2명이 프랑스로 돌아가는 바람에 혼자가 돼서..

그래도 이제는 주변에 자는 사람들을 다 알고 있어서 별로 안 위험해!“

“전에는 셋이서 살았어? 어떻게?”

(보통의 캠퍼밴이나 차에는 2명이 살거든요.)

 

“응, 2명의 프랑스 남자들이랑 봉고형 캠퍼밴에서 살았어.”

“엥? 그럼 니가 남자들 중간에 끼여서 잤던거야?”

“셋이서 한 몇 개월 정도 살면서 여행도 하고 일도 했었는데, 둘이는 프랑스로 돌아가고,

가면서 차를 파는 바람에 나는 천불짜리 스테이션 왜곤(일방 승용차보다 길이가 조금 긴)을 사서 혼자 쓰고있어.”

 

동양여자가 덩치가 산만한 서양남자 2명이랑 몇 개월이나 좁아터진 봉고 안에서 잠을 잤다는건 조금 놀랐습니다.

 

저희도 봉고 안에서 살고 있지만, 둘이 자기에는 넉넉하지만, 셋이서 자면 몸을 틀 여유조차 없거든요.

 

물론 친구처럼 지냈으니 몇 개월동안 아무 일도 없었겠지만..

그래도 한명도 아니고, 2명의 장정이랑은 아줌마인 저도 조금 쉽지않는 환경일거 같습니다.

 

“그래서, 그 두 사람이랑은 그냥 끝까지 친구로 남은거야?”

(오랜기간 붙어있다보면 정이 들테니, 감정의 변화가..)

 

“응, 한사람이였음 연인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둘이여서 끝까지 친구로 남게됐어.”

남편의 보호아래 온실(?)속 화초처럼 살고있는 마눌은 지금까지 이리 용감무쌍한 아가씨를 본적이 없습니다.

 

아무리 “같이 여행할 친구 구함”이라는 광고를 봤다고 해도 같이 여행할 사람이 금발 청년2명이라면, 어째 한 번에 그러겠다고 하기 쉽지 않은텐데 말이죠!

 

아무리 돈을 아낀다고 해도, 호수옆 공터에서 세수도 제대로 못하고, 요리할 곳도 제대로 없는 그런 환경에서 사는 것보다는 1주일에 70불내고 그냥 편안한 삶을 살 거 같은데..

더운 여름날 땡볕아래서 하루종일 일하고 나면 땀도 나고 몸도 피곤한텐데..

 

피곤한 몸을 이끌고 호수옆 공터로 돌아가서 잠자리 편치않는 자동차 안에서 하루를 마감한다는건.. 조금 슬플거 같았습니다.

뒷자석의 의자를 굽혀놓고 눕는거라 누워도 그리 변한상태로 잠을 잘수는 없거든요.

 

“그놈의 돈! 죽을 때 싸갈 것도 아닌데..”

 

마눌이 “악~”소리나는 환경에서 살던 마리코는 계획한대로 체리농장에서 일을 마치고..

나머지 기간중에는 북섬에서 키위농장에서 조금 일을 한 후에..

일본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그녀의 바람대로 “같이 살던 프랑스 친구 2명 방문”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는거 같습니다.

 

악착같이 모았던 돈으로 유럽여행을 가겠다는 그녀의 계획은 아직 진행중인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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