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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나는 느끼지 못할 감정

by 프라우지니 2019.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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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근무하던 직원 하나가 요양원을 떠나게 됐습니다.

 

아들 하나를 데리고 살던 서른 살 터키(출신) 아낙,


 N이 최근에 부모님이 사시는 쪽으로 이사를 하면서 

출,퇴근할 때 2시간이나 걸려서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그때 지나가는 말로 그녀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그럼 그 근처에 있는 요양원을 알아보면 되겠네.”

 

일 하려고 차를 1시간씩이나 타고 오는 건 조금 아닌 거 같았거든요.


요양원은 동네마다 하나씩 있고, 

어디든 직원은 필요한 상태이니 취업은 바로 될 테고!

 

우리 요양원은 오스트리아 연방주에 속한 

요양원으로 지점10여개 중에 하나입니다.

 

다른 지역에도 우리 요양원과 같은 본사를 둔 요양원이 있어서,

굳이 퇴직을 하지 않고 요양원 지점만 옮겨가는 방법도 있죠.

 

근처에 부모님이 계시면 아이를 맡길 수도 있고, 

여러모로 편해서 이사를 가기는 했는데..


출근하는 것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그녀는 결국 우리 요양원을 떠납니다.

 

나처럼 주 20시간 일하는 직원이라 받는 월급도 많지 않은데..


출퇴근 2시간 하면서 지출해야 하는 

기름 값도 부담이 됐지 싶습니다.


 

 

그녀는 부업으로 “허벌라이프” 판매를 하는데, 

터키 사람들에게는 아주 인기가 있는 것인지.. 


그녀는 부업으로도 꽤 돈을 벌어 들인다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같이 근무하는 동료 직원에도 

허벌라이프에서 나오는 쉐이크를 판매하고,


나에게도 제품을 이야기하기도 했었네요.

 

나도 이 회사를 알고 있습니다.


한국에 갔다가 사촌 오빠가 밥 사준다고 해서 

갔다가 얼떨결에 ‘강의’ 라는 걸 들었었죠.

 

궁금하신 분은 읽어보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1372

사촌오빠의 “피라미드 회사”로의 초대

 

그녀의 페이스북에는 그녀가 

허벌라이프에서 하는 행사도 열심히 다니고,


아주 섹시한 모습으로 허벌라이프 제품을 들고 

포즈도 취하고 있는디..

 

같이 근무할 때 보면 그녀는 그리 날씬하지 않습니다.



나처럼 옆구리 살도 접히고, 

몸매 관리한다는 느낌은 전혀 없는 아낙이죠.

 

그녀가 나에게 제품을 팔려고 시도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나 허벌라이프 알아, 

한국에서는 여기 회원 가입하려면 물건 6백만원어치 사야 한다고 하던데..”

“여기는 아니야, 물건 안 사도 바로 가입이 돼!”

 

그녀가 말하는 그 “가입”이 판매를 목적으로 

도매 가격으로 살 수 있다는 조건이 된다는 것인지는 

관심이 없어서 묻지 않았습니다.

 

계속 말을 했다가는 아침에 먹는 십몇만원 한다는 

쉐이크를 나에게 안길 거 같아서 말이죠.

 

그렇게 요양보호사 주 20시간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허벌라이프” 판매하면서 살고 있던 그녀.

 

그녀도 나처럼 실습생으로 우리 요양원에 들어와서 

직업교육을 마치고 정직원으로 근무를 했죠.

 

내가 실습생으로 처음 요양원에 들어왔을 때, 

그녀는 직업교육이 끝나가고 있는 실습생이었으니.. 


그녀는 실습생 기간 2년을 포함해서 총 5년 5개월을 근무했답니다.

 

그렇게 따지다 보니 나는 내년 2월이면 딱 5년이 되네요.

실습 2년에 정직원 3년으로 말이죠.^^


 

 

오늘은 두어 달에 한 번씩 있는 직원 회의가 있었습니다.

 

그녀가 9월까지 근무한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오늘 회의에 그녀도 왔네요.


“그런가 부다”했었는데..

 

그녀는 직원들이 다 모이는 회의에 

작별 인사를 하려고 일부러 참석했답니다.


근무는 9월까지지만 나머지 기간은 휴가를 냈으니 

이제 더 이상 근무는 없는 모양입니다.

 

여기서 잠깐!


오스트리아에서는 퇴직을 할 때 정해진 날까지 근무하는 대신에,

쓰지 않는 휴가를 이용합니다.

 

9월30일까지 근무를 한다고 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휴가를 이 기간에 쓰는 거죠.

 

휴가가 4주 있다면 9월 한 달을 다 휴가 처리 해버리면 

실제로는 8월말까지만 일하면 되고, 


남은 휴가가 2주라면 9월 둘째 주까지만 일하면 되는 거죠.

 

작별 인사를 하면서 그녀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립니다.

그러면서 떠나게 되는 서운한 마음을 드러냅니다.


 

“너희들은 직장 동료이면서 내가 힘들 때 

옆에서 힘이 되어줬던 사람들이야.”

 

뭔 힘? 네가 자궁외 임신 했을 때 

동네 방네 소문내고 네 뒷담화 했던 거?


그녀는 나와는 다르게 동료들을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동료들과 마음을 나누고 사생활까지 

훌러덩 털어놓고 지냈던 모양인지..

 

그녀가 나에게도 그녀의 이야기를 한 적은 있습니다.

 

그녀에게 역시 남자는 자신과 같은 문화를 가진 

터키 남자가 최고라는 이야기도 했었고,


자궁외 임신에 대한 이야기도 했었네요.

 

하지만 사생활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마음을 나눈다는 의미는 아니죠.

 

나도 최근에 그만둘 뻔 한 기회가 있었지만, 

나는 그녀처럼 슬프지는 않았습니다.



“앗싸라~ 이제는 더 이상 일 안 해도 되고, 

진상 동료들 안 봐도 된다~”

 

이런 마음에 신이 났었습니다.

 

물론 나를 챙겨주고 잘해준 직원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들에게 내 맘을 나눠준 적은 없거든요.

 

나는 직장에서 개인적인 대화는 잘 하지 않습니다.


누군가 물어보면 대답을 하는 정도이지 

먼저 내 신상에 대한 이야기는 안 합니다.

 

사실 근무할 때는 모여앉아 수다를 떨 시간이 없습니다.


그럴 시간에 한번이라도 더 

어르신 방을 찾아다니는 것이 낫죠.

 

오늘 곰곰이 생각 해 보니 나는 동료들에게 

내 마을을 열지 않은 거 같습니다.


마음을 열지 않았으니 특별히 친한 사람도 없고, 

그러니 통곡 할 정도로 슬프지 않은 거죠.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


“나는 N처럼 독일어가 모국어 수준이 아닌 

외국인이라 그녀 같지 않은 걸거라고..”

 

모르죠, 나도 동료들의 사투리를 

다 이해하는 수준의 독일어를 구사했다면,



동료들과 밖에서도 만나고 

내 고민도 털어놓는 그런 친구가 가능할지도!

 

동료들이 사투리 할 때 

나는 알아듣지 못하니 사오정이 되고,


가끔은 내가 왕따라는 걸 나도 느끼니 말이죠.

 

하긴, 나에게는 친구 기능을 하는 

여러분이 계시니 나는 친구가 필요 없네요.

 

오늘 통곡하는 N를 보면서 나도 눈물이 찔끔 났고, 

30여명이 넘는 직원들 하나하나 안아주는 그녀를 보면서, 


또 그녀를 안아주는 직원들이 태도를 보면서 


그들이 내가 느끼는 것과는 또 다른 감정의 

테두리 안에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들의 행동으로 보아서 그들은 정말로 

마음을 주고 받은 듯이 보였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오스트리아 사람은 “일본인 기질”이 있어서 

마음에도 없는 행동을 곧잘 하지만 말이죠.

 

이곳에 살면서 제가 변해가는 모양입니다.

 

참 정이 많고, 마음도 잘 주고, 잘 울고 그랬던 나인데..

이곳 사람들에게는 정도 마음도 주지 않고 있는 모양입니다.

 

오늘 저도 몰랐던 저를 알게 되네요.

 

그렇다고 슬픈 건 아닙니다.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면 친구도 되고 마음도 나누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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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뜬금없는 영상 하나 업어왔습니다.

 

오스트리아에서 한국 쌀을 구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나마 비슷한 건 찾을 수 있죠.


제가 애용하는 쌀은 바로 이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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