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선풍적인
인기가 있었던 “레몬 맥주”를
내가 사는 오스트리아를
포함한 독일어권에서는
“Radler라들러”라고 부릅니다.
라들러는 맥주에 다양한
탄산음료를 섞어서 마시는
가벼운 알코올 음료죠.
레몬 맥주는 맥주에
레몬 탄산수를 섞은 것이고,
그외 콜라나 환타등 다양한
음료를 섞어서 자신의 원하는
맛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자전거를 타다 보면 갈증이 나는데
그렇다고 맥주를 마실 수는
없으니 탄산수를 섞어서
알코올 농도를 낮춘 것이
바로 라들러죠.
Radler라들러는 독일 남부와
오스트리아에서 쓰이는 단어로
“Radfahrer라드파러/
”자전거”와 “Fahren 타다”의
줄임말입니다.
유럽은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용으로 이런 음료가
나올 정도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고,
우리 부부도 자전거를
많이 타는 사람들 중 하나죠.
나 같은 경우도 회사나,
장을 보러 갈 때는
일반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누비지만,
남편과 주말 여가나
휴가를 보낼 때는
전기자전거를 이용하죠.
오스트리아의 잘츠캄머굿 지역은
전세계적으로 알려진 유명한
여행지이지만 관광버스를 타고
이곳을 살짝 스쳐가는
단체 여행객들은 잘 모르는
사실 하나는 이곳이
유럽 여행자들의 자전거
여행 메카라는 것.
잘츠캄머굿의 다양한
호수를 따라 자전거
도로가 형성되어있고,
자전거만 타면 남들은
모르는 잘츠캄머굿의
호수들을 제대로 즐길 수 있죠.
우리 부부도 그동안 여러
호숫가를 달린 경험이 있습니다.
아터 호수는 자전거 도로가
군데군데 형성된 곳이라
마눌은 1년에 한번 있는
“자전거의 날”을 이용해서야
아터 호수를 한바퀴 돌 수 있었고!
https://jinny1970.tistory.com/3955
볼프강 호수는 나름
자전거 도로가 잘 형성되어 있었지만,
부분적으로 등산로가 형성되어 있고,
“자전거 금지”라는 표지판
때문에 우리 부부는 자전거를 끌고
그 구간을 넘고 있었는데,
우리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다 자전거를 타고 그 구간을
지나고 있어서 순간 우리 부부가
바보처럼 느껴진 적도 있었죠.
전에도 잘츠캄머굿 지역의
호숫가를 많이 달려봤는데,
남편이 이번에 고른 루트는
조금 색다른 구간.
아터 호수에서 출발해서
볼프강 호수를 찍고,
몬트 호수로 돌아오는 루트인데,
달리면서 호수 3개를 다 볼 수
있는 자전거 투어이죠.
부분적으로 차들이 달리는
도로를 달려야 하는
구간도 있지만,
피할 수 없는 구간이니
차도는 조심해서 달려야 하는 거죠.
사실 자전거 여행자가 조심한다고
사고가 안 나는 건 아닙니다.
자전거를 추월하면서
자전거와의 거리를 두고
지나가면 상관이 없는데,
가끔 자전거 옆에 바싹 붙어
추월하면서 속도를 높이는
차들도 있거든요.
나는 8월 초순경에 근무가 없었고,
마눌의 근무표를 확인한 남편도
휴가를 내어 우리 부부는
휴가는 아니지만 휴가 같은
1주일을 보냈었죠.
이 기간에 남편이 계획한 것이
바로 잘츠캄머굿 지역의
“세 호수 투어”
첫날과 둘째 날에는 아터 호수 쪽에
주차를 한 후에 아터 호수변을
달리다가 산을 타고 넘어가서
볼프강 호수 변을 돈후에
다시 산을 타고 몬트호수를 돌아
다시 출발지로
돌아오는 여정이었고,
셋째 날은 중간에 조그만
호수를 끼고 몬트호수와
볼프강 호수를 끼고 돌았죠.
이 지역은 매년 신문에
자전거 여행자의 사망사고가
나는 지역이라 어느정도
위험한 건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달리면서 제대로
실감할 수 있었죠.
둘째 날, 아터 호수를 지나서는
산을 타고 볼프강 호수로
넘어가고 있었는데,
내 뒤에서 사이렌 소리를 내며
비포장 도로를 따라 올라오는
구급차 발견.
산 위에 사고가 있어
구급차를 부른 모양입니다.
단번에 자전거를 타는 사람의
사고라는걸 직감할 수 있었죠.
산길 비포장 도로인데,
도로 위로 겉도는 자갈과
작은 돌멩이들이 많아
빠른 속도로 산길을 내려올 때
위험하다 싶어서 남편에게
두어 번 확인을 했었죠.
“나중에 이 길 내려오면
엄청 위험할 텐데..
우리 이 길로 내려오남?”
아니라는 대답을 두어 번 들은
후에야 “다행이다”싶었었죠.
구급차를 먼저 보내고
자전거를 타고 위로
올라가다 보니 사고현장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내 예상대로 산 위에서
내려오는 자전거의 빠른 속도와
길 위에 겉도는 돌멩이가
만나서 자전거가 미끄러졌고,
한 남자는 어깨를 감싸고는
엄청 아픈 표정으로 구급차에
있던 침대에 누워 구급차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죠.
사고가 난 곳에는 남자
대여섯 명이 있었는데,
아마도 한 팀인 듯했고,
그들에게 사고난 남자의
왼쪽 어깨가 탈골이 됐다는 걸
살짝 전해 들었죠.
조심해야합니다.
우리가 3일동안 달리면서
우리는 다양한 위험을 접했습니다.
제일 위험하다고 생각했던 곳은
구불구불한 산길을 내려올 때,
일단 차도의 우측에
가까이 붙어서 내려오는데,
내리막이라 내 자전거의 속도는
시속 50km가 넘어가는 상황이라
양쪽 브레이크를 잡으며
속도를 조절했고,
중심을 잃으면 미끄러져
사고가 날수 있으니 앞만 보고
집중하면서 달리며 혹시나
나를 추월하는 차가 있는지도
동시에 봐야했죠.
내리막이라 내 자전거의
속도는 충분히 빠르지만,
시속 100km로 달리는 차들에게는
못 미치는 속도이니
빠른 내 자전거를 추월해가는
차들도 꽤 있었거든요.
부부가 바짝 붙어서 나란히
달리다 보니 앞에서
차도에서 옆으로 빠지려던
남편이 삐끗하면서 넘어졌고,
남편의 바로 뒤에 따르던 나도
피할 겨를도 없이 남편이 넘어진
그 옆으로 슬라이딩을 했고,
브레이크를 잡은 덕에
무릎이 약간 까지는 정도의
작은 부상이었지만 우리가
넘어진 곳이 차도 위라 혹시
우리 뒤를 따르던 차가 넘어진
우리를 늦게 발견하면
큰 사고로 이어지니 무릎이
까진 것을 확인하는 것보다
먼저 했던 것이 부랴부랴
차도 옆 잔디로 빨리 자전거를
치우는 일이었죠.
넘어져서 아픈데 큰 사고 날까봐
자전거부터 후딱 치우는
우리 부부를 보면서
헛웃음이 났습니다.
자전거로 들판을 지나
산길을 달리는 것이 낭만적인
것은 분명히 아니었죠.
넘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아래로 보이는 호수를 보면서
간식을 먹으며 약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온 벌들.
한여름의 벌들은 꽃 냄새가
아닌 땀냄새에 환장하는 것인지
자전거를 타다가 중간에
간식이라도 먹을까 싶어서
잠시 정차하면 우리에게 반갑게
찾아오는 벌들 때문에
간식을 앉아서 먹지 못하고
계속 서서 오락가락하면서
먹었었죠.
아! 위험한 것이 간식을
먹을 때 달려드는 벌들 뿐만은
아니었네요.
자전거를 타는 중에
남편도 벌한테 한번 쏘였었고,
저도 뒤쪽 허벅지를 한번 쏘였죠.
우리가 벌들이 있는데
간 것도 아니고 도로 위에서
부지런히 페달을 밟으며
달리고 있는데 벌들은 왜
우리에게 달려와서 쏘고
가는 것인지 아직도 이해를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를 따라 달리기 경주를 하다가
자기네가 지니 억울해서
한번 쏘고 장열하게 전사를
한 것일까요?
그전에는 자전거 투어를
나가도 짧으면 한 두시간,
길어봤자 서너 시간이었는데,
호수를 3개나 도는 자전거 투어는
그것보다는 더 걸리는 거리라
반나절의 시간이 소요되는
긴 여정이다 보니 달리면서
보게 되는 풍경은 다양합니다만,
위험한 차도도 달리고,
산을 넘어야 하니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지만 달리면서
다양한 호수들을 볼 수 있고,
푸른 들판에 들꽃까지 있어
나름 매력적인 투어이기는 한데,
매번 출발 전 생각하는 건
“조심하자”.
차들이 추월하면서 나와의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못해
자전거를 타고 있는 나를 튕겨
버릴 수도 있고,
비포장 도로에서 미끄러져
팔, 다리가 까질 수도 있고,
달리다가 혹은 앉아서
간식을 먹다가 벌들에게
쏘일수도 있고, 차들과 나란히
급한 내리막을 달리다가
내가 중심을 잃으면 뒤에
따라오는 차 밑으로 깔릴수도
있다는 현실을 매번 생각하죠.
위에서 언급한 것 외에도
다른 위험함도 도사리고 있지만,
그래도 매번 자전거를 타고
길 위로 나서는 이유는
자전거 위에서 보는 풍경도
근사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가르는 그 상쾌함에
중독이 되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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