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17년.
나는 평생 한국인으로 살면서
한국 여권을 지니고 싶다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부득이 하게 오스트리아 국적을
취득하게 됐습니다.
요즘 인터넷에 떠도는
“각 나라의 여권 파워”를 보면
한국 여권이나 오스트리아
여권이나 파워는 비슷합니다.
내 출신국이 동남아 빈민국이라서
어느 나라를 가던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면 모르지만,
여권 파워로 보면
한국여권으로 평생 살아도
불편함이 전혀 없는데도
국적을 바꿔야 하는 이유는
여러 개가 있었죠.
궁금하신 분은 아래에서 확인하세요.
https://jinny1970.tistory.com/3982
“네 남편은 앞으로 10년 정도의
계획은 이미 세워놓고 있을걸?
모르지. 평생 계획도
이미 다 세워놨는지도..”
내 남편을 너무 잘 아는
지인이 했던 말이죠.
무계획이 계획인 마눌과는 달리
모든 것을 다 계획하고
움직이는 남편이라 마눌은
남편이 세워놓은 계획 아래에
(남들이 보기에는 꼭두각시처럼)
아주 잘 살고 있죠.
내 현지인 직장동료들의
눈에는 내가 등신같이
남편이 하자는 대로 하는
수동적인 (동양인) 인형처럼
보이는 모양이던데,
나는 내 삶에 만족합니다.
내 인생을 돌아보면
나는 항상 누군가 이끌어
주는 대로 살았었죠.
위로 언니가 둘이라,
내 사회생활도 다 언니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었습니다.
알바도 언니들의 소개를
받아서 시작했었고,
회사도 언니들의 소개를
받아서, 혹은 언니들이
일했던 회사에서
일하기도 했었죠.
내가 맏이였다면 앞에서
동생들을 이끌어주고,
엄마도 챙겨야하는
책임감이 필요했고,
또 내 삶도 내가 알아서
개척해야 했겠지만
나는 다행스럽게도
셋째 딸이라
(밑으로 남동생이
하나 있기는 하지만)
남동생을 보살펴야 하는
책임감 따위는 필요없이
그저 말 잘 듣는
(아니 뺀질거리며 말 안 듣는)
동생에, 철없는 셋째 딸
코스프레로 충분했습니다.
행동으로 보자면야
나는 남동생 앞에서도
까불거리며 재롱을 떠는
막내 여동생 같은 누나였죠.
그렇게 내 스스로 (새로운)
길을 닦는 일보다는 언니들이
닦아놓은 길로만 편하다면
편한 인생을 살아왔기에,
(지금은 언니 자리를
남편이 하는 것이니..)
남편이 세워놓은 인생
계획을 살고 있습니다.
삶을 개척하고 도전적으로
사는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사는 내가 한심하게
보일수도 있겠지만,
나는 엄마, 아빠, 언니들의
보호 아래서 평생을 살아온
(막내 같은 인생이라)
누가 이끌어 주는 삶을
사는 것이 익숙한 사람이죠.
겉으로 보기에 나는 수동적이고,
남편이 하자는 대로 하는
말 잘 듣는 마눌로 보입니다.
(만 실제로는 엄청 까칠하고
말도 겁나게 안 듣는
막내딸 같은 마눌이죠.)
오스트리아 국적을 취득할 때
이력서 한쪽에 "왜 오스트리아
국적을 취득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동기부여”를 써야한다는
말에 내 머리에 떠올랐던 말은
“남편이 시켜서!”였죠.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남편이 시킨 것도 맞고,
또 앞으로 은퇴 후 우리부부가
조금 더 편안한 삶을 사는데
필요한 조건이라니
하게 된 거죠.
아무튼 나는 오스트리아
국적취득에 필요한
모든 서류를 지난
11월경에 접수했었고,
8월경에 “시험”을 보라는
안내를 받아서 지난
9월 3일에 시험을 봤었죠.
https://jinny1970.tistory.com/4014
시험을 보고나서 내가 시험을
합격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시험결과 및 앞으로의 진행
사항은 집으로 연락이 갈거다.”
했지만 사실 별로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연락은 때가 되면 올 것이고,
나는 내가 시험에 낙제하지
않은 것으로 만족했죠.
내가 오스트리아
국적을 취득하는 과정인데,
사실 당사자는 “그냥 하나보다..”
자세이고, 오히려 남편이
더 열성적으로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남편이 이렇게 열성적인
자세를 취하는 이유는
남편이 세워놓은
계획 때문이죠.
남편의 계획에는 지금쯤
마눌이 오스트리아 국적을
취득해야 다음 단계로의
진행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마눌이 오스트리아 국적을
취득한 후에는 오스트리아
여권을 발급 받아서
아마도 뉴질랜드 영주권을
신청하지 싶습니다.
영주권을 발급받는 과정도
짧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테니
천천히 단계를 밟고있는 거죠.
남편이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남편의 대충의 계획을 보자면
우리 부부는 앞으로
3년 후쯤에는 뉴질랜드에서
낚시하며 시간을 보내게
될거같거든요.
오스트리아 국적을 취득할 때
내야하는 수수료의 금액이
상당하다는 건 전에
이미 알고있었습니다.
15년전쯤에 한 지인이
오스트리아 국적을 취득했는데,
그녀는 직장이 없었으니
수입도 없이 나라에서 주는
지원금으로 아이 셋을 키우는
한부모 가정 이었음에도
대충 1500유로의 수수료를
지불했다고 했었죠.
(모르죠, 직장은 없는데
따로 수입이 있어서
수입 신고를 했었을수도……)
오스트리아 국적을 취득할 때
내야하는 수수료는
당사자의 수입에 비례해서
수수료가 올라가는 시스템이라
개개인이 내는 수수료는
다를 수 있으니 나는 그것보다는
조금 더 내야할 것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고,
시험을 보고 난 후에는
‘최근 나의 월급 명세서’들을
접수하라는 이메일도 받았었죠.
서류를 접수하고 시험 날짜를
받을 때까지는 제법 긴 시간
(10개월)이 필요했지만,
시험을 보고 난 후에는
일이 엄청 빠르게
진행중입니다.
대충 얼마의 수수료를 내야하나
연방정부 사이트에 접속 해 봤지만
대충의 금액도 예상할 수 없이
막연하게만 나와있습니다.
위 사진의 글을 직역 해 보자면..
보너스에 대한 법적 근거에 따라
867.40유로 또는 1,115.30유로의
연방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며
배우자에 대한 보너스에 대해
추가로 867.40유로를
지불해야 합니다.
어린이를 위한 연방 수수료는
어린이 1인당 247.90유로입니다.
또한, 총 소득 금액
(최대 864.00유로)을 기준으로
계산되는 주 행정세를
납부해야 합니다.
수입에 따라서 860유로~1115유로
정도의 연방수수료에,
행정세 864유로면 되는건가
싶은데 대충의 금액만
산정할 수 있을 뿐입니다.
재미있는 건 연방정부에서는
국적취득에 대한 모든 진행을
당사자인 내가 아닌 오스트리아
국민인 남편에게 이메일로
연락을 해왔죠.
분명히 내 이메일 주소도
있었을 텐데, 내가 아닌
오스트리아 사람인 남편에게
꾸준히 연락을 합니다.
내 최근 월급명세서도
나는 남편의 이메일로 보내,
남편이 연방정부로 보냈었고,
귀화 비용도 남편이 직접
이메일을 받아서 나에게 전달로
이메일을 보내왔었죠.
어느 날 남편이 뜬금없이
나에게 물었습니다.
“당신 귀화 비용은 얼마나 낼래?”
이렇게 물어왔다면 나는
언제나처럼 “1유로” 외쳤을텐데,
남편은 이번에 “얼마”가 아닌
“몇%”로 물어왔습니다.
내가 얼떨결에 한 대답은 “10%”.
남편이 마눌에게 돈을 내겠냐고
묻는 이유는 마눌에게도
책임감을 주기 위해서죠.
남편이 돈을 다 내도 되지만,
이렇게 되면 마눌에게
뒤통수를 맞을 수도 있죠.
“니가 한다고 니돈 냈으니
나는 상관없잖아.”해 버리면
마눌 일을 열정적으로
해줬음에도 졸지에 새 되는
(열 받는) 경우가 있으니
그걸 예방하는 차원인거죠.
내 입으로 “10%”라고 말하고 나니
남편이 나에게 내 앞으로 나온
수수료 명세서를 보내왔습니다.
내가 내야하는 오스트리아
국적취득에 필요한 금액은
1,909유로입니다.
연방정부 수수료가 두 번,
125.60유로에
867,40유로를 내야하고,
행정세도 두 번, 864유로에,
52유로를 내야하네요.
총 비용에서 나는 10%를
낸다고 했으니 내가 남편에게
지불할 금액은 190유로가
되지 싶습니다.
남편은 연방정부에서
보내왔던 명세서의
금액을 이미 납부했고,
납부와 동시에 나는 오스트리아
국적취득 날짜까지 받았죠.
시험이 9월3일이었는데,
한 달 남짓의 시간 후에
나는 오스트리아 국적을
취득하게되는 그야말로
초특급으로 진행입니다.
한 달의 시간이면
그닥 짧은 것은 아니지않나?
하실수도 있지만, 서류접수하고
시험볼때까지 거의 11개월을
기다린 것에 비하면
시험후에는 거의
익스프레스 수준의 진행인 거죠.
오스트리아 국적을 취득한
후에는 한국대사관에
한국 국적 상실 신고도
해야하는데 구비서류에
오스트리아 시민권 원본과
사본이 있는걸 봐서는
본인이 직접 대사관까지
가야하는 모양입니다.
유럽연합도 나라에 따라서
“외국 국적 불행사 서약”만 하면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던데,
아쉽게도 오스트리아 주재
한국 대사관에 문의를 해보니
오스트리아 같은 경우는
이중국적이 허용이 안되는
나라라 나는 한국국적을
포기해야 하죠.
오스트리아 국적을 취득한 후에도
한국대사관에 신고(?)을
안하면 한국 국적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이러다가 적발(?)이 되는 경우는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고 하니,
오스트리아 국적을 취득한
후에는 한국 여권을 반납하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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