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요양원에 계시는
P부인이 굉장히 서럽게 우셨습니다.
나는 세탁실에서 올라온
“수건을 개시겠냐?”고
방문을 노크를 했을 뿐인데,
방문을 열고 문틈으로 나를 보시는
P부인은 눈은 울어 이미 빨개진 상황.
P부인은 가벼운 치매 환자이시고,
신체적으로는 거의 정상이시라
씻는 것도, 먹는 것도 다 스스로
하시는 분이시죠.
매일 오후에 따님이 와서
요양원 앞 공원을 산책하시며
여가를 보내시고, 수건 개는 건
그리 반가워하시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날 같이 근무하는
M에게 따로 주의를 줬습니다.
M은 꽤 불량한 태도의 실습생인데,
병동의 직원이 딸리는 상황이어서
그랬는지 직업교육을 마치고
정직원이 된 외국인 아낙입니다.
https://jinny1970.tistory.com/3272
다른 직원 같으면 아무 말도 안했을 텐데,
상대가 M이라 내가 했던 말.
“수건이 담긴 카트를 코 앞에
들이밀면서 “하시겠냐?” 하지 말고,
일단 가서 여쭤본 다음에
하시겠다고 하면 수건 카트를 가지고 가.”
수건 카트를 코앞에 들이밀면서
“하시겠냐?”고 물어오면
안하고 싶어도 해야 할거 같은
상황이니 거절하기가 힘이 들죠.
일부러 주의까지 주었는데,
수건 카트를 P부인이 있는
테이블로 가지고 갔던 M.
그런가부다 했었는데,
얼마 후에 P부인이 방으로 들어가셔서
내가 P부인의 방을 노크했던 거죠.
온 얼굴에 눈물, 콧물범벅이 된
P부인은 서럽게 우시는 와중에
말씀을 하십니다.
“다른 사람은 노는데,
나는 일하라고 하면서 비웃고……”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M이 다른
어르신들과 함께 있는 테이블에 가보니
직원M은 M부인과 같이 보드게임을 하는 중.
상황을 파악해야 하니
일단 직원 M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P부인이 왜 그러시는거야?”
“수건 개라고 했더니만
조용히 일어나서 가시더라.”
“네가 뭐라고 했는데?”
“M부인은 나랑 게임을 해야하니
P부인보고 수건 개라고..”
“P부인이 사람들이 비웃었다고 하시던데
네가 그런 거야?”
“내가 웃었지,
M부인도 옆에서 따라 웃었고!”
“너라면 남은 옆에서 노는게 일하고 싶겠니?
말이 “아”다르고, “어”다른데 그런 식으로
말을 하면 어떻게 해?”
“그럼 어떻게 말해?
M부인은 수건 개는 거 싫어하고,
나랑 자주 보드게임을 해서 그렇게 한 건데?”
“그럼 P부인에게 살짝 가서
작은 소리로 “M부인은 워낙 게을러서
일을 안 하시는데, P부인은
정말 부지런하시다”는 칭찬을 해줘야
일할 맛이 나는 거지.”
M부인은 몸무게 100kg가
넘는 뚱뚱한 할매시죠.
같이 식사하는 다른 분들이 남기는 건
다 갖다 드시다가 직원들에게
자주 걸리는데도 여전히 같은 행동을 하시고,
먹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안하시는
게으른 분 인건 맞습니다.
M부인은 옆에 할매들이
수건을 갤 때도 유일하게
일을 안하시는 분.
수건을 갠 할매들께만 드리는
요거트를 보상을 일하지 않으신
M부인은 한번도 받으신 적이 없죠.
http://jinny1970.tistory.com/3664
직원 M은 눈치도 없고,
부지런하지도 않으면서 어르신들께
말까지 밉게 하니 정말 미칠 노릇!
카트 가득 수건이 올라오면
연세가 많으신 분이 혼자서
개기는 많은 양.
직원은 어르신들 “손 운동,
팔 운동 하시라”하지만
수건 개기도 엄밀히 말하면 일인 거죠.
내가 M이었다면 게으른 M부인이랑
앉아서 보드게임을 하느니,
P부인이 수건을 개는 걸 옆에서
도왔을 거 같은데, 일하기 싫은 건
직원인 M도 마찬가지인 것인지..
M이 어르신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독일어가 딸려서 그러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 거칠다”는
느낌을 많이 받죠.
나에게 다짜고짜 “이리 와봐”하는
M에게 내가 해준 조언은..
“지금 시간 있니?
잠깐만 와줄 수 있어?”
나도 그리 잘하는 독일어는 아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예의는 챙기고,
이왕이면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게
말하려고 노력을 하는데,
M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없는 것인지..
말 한마디로 “P부인을 우울의
도가니탕”으로 밀어 넣는
막말 실력은 우등생감.
초기 치매이신 P부인은 요양원에
오신지 얼만 안된 분이시라
항상 눈치를 보시고,
소소한 일에도 상처를 받으시는데..
“우리는 놀 테니, 너는 일해라”
하면서 웃었으니
“내가 멍청하다고 사람들이
비웃으면서 일이나 시키는구나”로
받아 들이신거죠.
주위에 의지할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누군가 나를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듣게되면 한없이 작아지는
내 자신이 되는 법인데..
내가 근무하는 날
알게 된 일이라 M에게 주의를 주었는데,
M이 얼마나 나의 조언을 잘 받아
들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이
칼 같은 무기로만 가능한건 아니죠.
말 한마디가 칼보다 더 깊은
상처를 낼 수도 있다는 걸
M은 모르는 것인지..
내가 그동안 봐온 M의 성격으로 봐서는
“내가 뭘 어쨌다고?”할거 같지만,
그래도 그녀가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상대방을 배려하고, 마음을 담아서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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