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늦은 30대 후반에
결혼을 하면서 정착한 오스트리아.
국제결혼을 해서 남편의 나라에 와서
살고있는 외국인 아내를 끝까지
책임져줘야 한다는 건
지극히 한국적인 사고방식!
오스트리아 남편은 초반부터
한국인 마눌을 스파르타식으로
교육시켰습니다.
독일어 버벅이는 마눌을
남편이 데리고 갔던 곳은
오스트리아의 노동청, AMS.
그렇게 저는 결혼하고 두 달 만에
남편 손에 이끌러 갔던 노동청의 소개로
한 업체에 취직을 했죠.
초보 독일어 실력의 아낙의
첫 직장이야기는 아래에서..
http://jinny1970.tistory.com/268
아마 이때였지 싶습니다.
왜 마눌이 오스트리아에서 일을 해야
하는지 남편이 설명을 했었죠.
“나는 당신이 늙은 후에도
내 연금으로 사는걸 원치 않아,
다만 얼마가 됐던 간에 당신 앞으로
나오는 돈이 있어야 당신도 편안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지!”
처음에는 남편의 이 말에
조금 실망했었습니다.
“지금 이 인간은 자기 하나만 보고
이곳까지 온 외국인 마눌에게
늙어서도 자기 연금을 나눠주지
않겠다고 이야기 하는구나.”
남편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그것이 아니었는데..
(듣는 이에게는)
겁나게 섭섭했던 말이기는 했습니다.
남편이 독일어초보인 마눌을
취직 시켰던 이유는 하나였죠.
“최저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조건 만들기”
남편이 했던 “당신 앞으로 나오는 돈”은
연금이었습니다.
오스트리아에서 15년이상 일을 하면
연금을 받을 조건이 되죠.
큰 돈을 버는 직업이라면
나오는 연금 액이 꽤 되지만
시간제로 일을 하면
나오는 월급도 소소하고,
내가 내는 연금보험액도 소소하니
나중에 내가 받을 수 있는 연금도 “최저 연금”
남편이 마눌에게 받게 해주고
싶었던 것이 바로 이 “최저연금”
지금은 정확하게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800유로정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가 최저연금이라도 받으려면
나는 오스트리아에서
15년이상을 일을 해야하는데..
언젠가 남편이 친구들과 이야기 하다가 했던 말.
“나는 50살에 은퇴 할거야!”
그때 마눌이 당황해서 물었었죠.
“나보고 15년 일하라며?
당신이 50살에 은퇴를 하면 나는 어쩌누?
내 연금은 당신이 줘야겠는데?”
이때는 남편이 아무 말도 안했지만,
나중에 친구들하고 하는 이야기 중에
마눌의 연금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었죠.
“일을 하지 않는 상태라도
연금보험을 한달에 100유로내면
나중에 연금을 받을 수 있다”
혹시 우리가 오스트리아를 떠나있는
상태라고 해도 남편은 마눌 앞으로
꼬박꼬박 연금보험을 넣겠다는
이야기로 이해 했었죠.
남편이 말했던 “50살 은퇴”
물론 남편이 꼭 이때 하겠다는
이야기는 아니었고,
대충의 계획이었습니다.
코로나가 터지지 않았다면
남편은 휴직을 했을테고
뉴질랜드에서 1년 혹은 2년 정도의
시간을 보낸 후에 다시 오스트리아로 돌아와서
계속 일을 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코로나로 우리는 계속 오스트리아에 있었죠.
마눌은 시시때때로 남편에게 묻습니다.
“50살에 은퇴한다며?
언제 은퇴 할꺼야?”
엊그제는 남편이 “52살”이라고 했습니다.
“어? 그럼 내년 4월인디?”
내가 오스트리아에서 일한 시간을
대충 계산해보면 대충 10년되려나?
나는 아직 5년은 더 일을 해야
연금을 받을 수 있는데..
엊그제 남편이 보내온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남편이 연금보험공단에 보내는
이메일을 마눌에게도 보내왔죠.
“제 아내가 최저 연금 수급 자격을 위한
보험 기간을 기준으로 현재까지
얼마나 보험료를 납부했나요?”
최저 연금을 받으려면
15년 일해야 하는데,
마눌이 15년의 기간 중
얼마나 연금을 납부한 상태인지를
묻는 이메일입니다.
이메일을 읽으면서 순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남편은 마눌의 노후 계획도
신경 쓰고 있었네요.
남편이 연금보험조합에
이런 이메일을 보냈다는 건
뭔가를 계획하고 있다는 이야기죠.
남편의 계획은 항상 남편이 친구들과 하는
이야기속에서 듣게 됩니다.
“당신은 왜 계획을 마눌에게 이야기를 안하냐?”고
따진 적도 있었지만,
남편은 매번 같은 대답이었죠.
“계획은 계획일뿐이잖아.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그래서 이야기를 안 한거지.”
남편이 말한 내년에 정말로
은퇴를 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코로나가 내년에도 우리 곁에서
또다른 변이를 만들고 있을지도 모르고..
계획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으니 말이죠.
단지 남편이 마눌의 연금보험까지
문의를 들어간 것을 보면 뭔가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계획은 계획일 뿐이니
저는 그저 오늘을 열심히 사는 것으로
남편이 미래 계획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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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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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계획 철저한 남편이
여행가는 곳의 숙소들을 분석하고 선택한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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