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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4유로짜리 섭섭함

by 프라우지니 2022.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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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에 근무하는 나는 가능한

요양원에 사시는 어르신들과 거리를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서비스를 하는 직원과 서비스를 받는

고객의 사이이니 서로간의 거리를

지켜야 하는데 어르신중 몇몇은

자꾸 그 선을 넘으시기도 하죠.

 

어르신들이 요양원에 근무하는

직원을 부르는 이름은..

 

“Schwester 슈베스터 (간호사)”

 

간호사야 간호사로 불리는 것이 당연하고,

요양보호사나 도우미는 사실 간호사가 아니지만,

모든 직원은 다 슈베스터로 불리죠.

 

한국의 요양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선생님이라고 불리는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시면 맞습니다.

 

대부분은 날 슈베스터라고 부르고,

몇몇은 슈베스터 지니라고 부르지만,

당신딴에는 친하다고 생각해서

내 이름인 지니만 부르는 이들도 있죠.

 

내가 슈베스터인것도 맞고,

내 이름이 지니인것도 맞으니

나는 어떻게 불려도 대답을 합니다만

지니라고 부른다고 해서 내가

그들을 더 친근하게 생각하지는 않죠.

 

날 많은 슈베스터중에 한 명으로

인지하고 있는 어르신도 있지만,

유독 나에게 관심을 보이는 어르신들도 있습니다.

 

http://jinny1970.tistory.com/3511

 

그녀에게도 어려운 일

우리 요양원에는 유난히 직원의 미움을 받는 할매가 한 분 계십니다. 손하나 까딱 안하고 사시는 방식이 여왕님이신데.. 모두가 싫어하는 진상 여왕님! http://jinny1970.tistory.com/3426 요양원에 사는

jinny1970.tistory.com

 

 

우리 요양원에 사시는 여왕님은

나를 콕 집어서 보물이라고 부르고

나와 함께할 목욕을 그리워하시죠.

 

이왕에 하는 일 이왕이면

내 서비스가 좋아서 만족스러워하는 상대라면

나도 기분이 좋고, 일하는 보람도 느끼니

나도 이왕에 일요일에 근무가 잡히면

여왕님 목욕을 해 드리려고 노력을 했죠.

 

내가 늦은 출근을 하게 되는 날에는

동료에게 우리 병동 여왕님인

“N부인의 목욕은 내가 할 테니

그냥 두라고도 했었습니다.

 

그렇게 나를 보물이라 칭하고,

내가 근무를 안하면 왜 지니는 안 오냐?”

묻기도 했신다는 N부인.

 

요양원 고객과 직원 사이이기는 하지만,

N부인에게 나는 조금 특별한

존재 인줄 알았습니다.

 

"보물이라는 단어를 아무에게나

사용하지는 않으니 말이죠.

 

그러다 최근에 N부인의 마음을 보게 됐죠.

 

내 동료들에게 N부인이

나눠준 와인 한 병으로 말이죠.

 

 

 

1층 사무실 한 켠에 꽤 오래도록 서있던 와인 한 병.

 

지난 연말에 직원 중 누군가가

선물로 받은 거 같은데, 가져가지 않고

그냥 사무실에 놓아 둔거였죠.

 

궁금한 건 알아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니

 와인 주인 찾기를 시작~

 

선물을 받기는 했는데, 자신이 안 마시니

그냥 나둔 것일 수도 있고,

까먹고 그냥 나둔 것일 수도 있으니

일단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바로 나오는 와인의 출처.

 

그거 N부인이 6병들이 와인 2박스를 받았는데,

그 중에 몇명에게 나눠 준거야.

병에 Asti 아스티라고 써있는 걸 봐서는

조금 달달한 와인이네.”

 

아하! 지난 연말에 N부인이

직원들에게 나눠줬던 와인이군요.

 

N부인의 방에 와인 박스가 있는걸 봤었는데,

혼자 드시려고 갖다 놓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친하다고 혹은 친절하다고 생각하는

직원들에게 선물용으로 돌린 모양입니다.

 

 

 

N부인이 와인을 돌렸다니

출처에 가서 물어봤습니다.

 

“N부인, 사무실에 와인 아스티가 한 병 있더라.

그거 누구 줬던 거야?”

 

아스티? 그거 내가 D줬는데?”

 

6병들이 2박스를 받아서 한 박스는

아직 새것이니 6명 정도에게 나눠준거 같은데

와인이 달달한 아스티라고 하니

대번에 20대 청년인 D이름을 댑니다.

 

마침 그날 다른 층에 D

근무를 하고 있어서 물어볼 수 있었죠.

 

“1층 사무실에 와인 한 병 있던데,

그거 N부인이 너한테 준거라고 하던데?”

 

! 받아놓고 1층에 나두고 까먹었었네.

이따 챙겨야겠다. 고마워!”

 

그렇게 사무실에 주인을 잃었던 와인은

주인을 찾아서 갔는데, 나는 괜히 섭섭했습니다.

 

나랑 목욕하는 것이 좋다며?”

 

나보고 보물이라며?”

 

나는 4유로짜리 와인 한 병 주기도

아까운 직원이라는 이야기인가?”

 

그렇게 계속 섭섭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오늘 N부인이 필리핀 출신 직원인

M을 대하는 태도를 보고서 알았습니다.

 

N부인은 최근에 정직원이 된 M

불러다가 이런 저런 것들을 시키고,

휠체어를 끌라고 시키고,

마치 자신의 몸종처럼 M를 부려먹고 있었습니다.

 

 

 

나도 N부인이 만만하게 생각하는

실습생인 적도 있었지만,

정직원 6년차가 되니

이제는 N부인이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하게 요구를 들어주지 않죠.

 

나에게 휠체어를 끌라고 했으면

나는 한마디를 했겠죠.

 

“N, 너도 운동이 필요하잖아.

천천히 휠체어를 천천히 타고 와.”

 

직원이라고 시키는 일을 다 하지는 않습니다.

 

어르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스스로 하시게 하죠.

 

우리 몸의 근육은 사용하지 않으면

쇠퇴를 하고, 어느 순간이 되면

아주 쉬운 일도 스스로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요양원에서는 아무리 천천히 몸을

움직이셔도 스스로 하실 수 있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건 기다려드립니다.

 

특히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임에도

직원을 불러다가 일을 시키는 어르신들이

몇 분 계신데 그중 으뜸은 N부인이시죠.

 

목욕할 때는 나랑 하는 것이 제일 좋다면서

나를 보물이고 해놓고, 나에게는 왜 고작

4유로짜리 와인을 선물로 주지 않으신걸까? 싶었는데..

 

M을 대하는 N부인의 태도를 보고 알았습니다.

 

N부인은 특별히 나를 꼭 집어서

목욕하고 싶다고 했지만,

다른 직원들은 꺼리는 목욕탕 근무를

나에게 시키면서도 한번도 고맙다는

생각은 없었던거죠.

 

 

 

N부인에게 나는 고마운 직원이 아니라,

일 시키기 만만한 소모품 같은 직원 중

하나였나 봅니다.

 

그러니 다른 현지인 직원들 선물을

챙기면서도 나는 건너뛴거겠지요.

 

재밌는건 N부인이 평소에 

웬수라고 부르던 직원에게도

와인 선물을 줬다는 사실!

 

평소에도 별로 기대를 하지 않는

이곳의 인간관계인데..

 

가끔 이렇게 현실과 마주하면

조금 슬퍼집니다.

 

화장실에서 자신이 큰일을 보는데

나가지 말고 자기 옆에 있으라고 하면서

그 고약한 냄새를 다 맡게 하고,

덤으로 방귀까지 사정없이 뀌어 넣고도

미안하다말도 안하는

참 이상한 인간들.

 

애초에 인간이 지켜야할 기본적인 매너가

있다는 걸 모르고 살아온 삶이라 끝까지

그렇게 살 예정으로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일부 보호자들이 생각한다는

못 배웠으니 남의 궁디나 닦는 거야하는

생각으로 직원들을 무시해서

그러는 것인지 그것이 궁금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술을 안 마시는

저는 그깟 와인 선물 받아도 그만,

안 받아도 그만입니다.

 

 

 

받았다고 해도 우리 집 지하실에

데려다 놓고 잠을 재웠겠죠.

 

4유로짜리 와인 한 병을 못 받은 것이

섭섭한 것이 아니라, 그 선물 뒤에

숨어있는 N부인의 고마움을 모르는

그 마음을 본 것 같아서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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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시원하게 달리는 영상을 들고 왔습니다.^^

 

https://youtu.be/xgaoNk37F_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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