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스키 휴가를 간다고하면
주변 사람들이 참 많이 부러워합니다.
"넌 무슨 복에 그런 남편을 만나서
팔자 좋게 여행이나 다니고 사냐?"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없지는 않을테고, 대놓고 나를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있죠.
우리가 온 휴가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팔자 좋은 휴가와는 조금 다르다는 걸
알아도 그렇게 부러워만 할 수 있을런지..
일반적으로 노르딕스키는 평지에서
스키 타고 달리는, 참 쉬워서 어르신들이나
하실만한 운동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건 무지한 생각인거죠.
노르딕스키는 따로 브레이크를
잡을 만한 것이 없어서 약간의 경사도만 있어도
내려가는 속도가 겁나게 빠릅니다.
빠르게 달리는 걸 세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좌, 우로 넘어지던가
그냥 뒤로 벌러덩 자빠져버리는 거죠.
가속도가 붙은 상태에서 넘어지면
아무리 눈 위라고 해도 다리에 멍이 들고,
넘어질 때 지탱했던 팔에도 무리가 가니 아프죠.
그렇게 3박 4일을 오전, 오후에 나눠서
스키를 타고, 거기에 넘어지는 건 덤.
아침에 자고 일어나서 아침 챙겨먹고
스키 타러 나와서는 4시간을 눈밭에서 달리다가
집에 가서 점심 챙겨 먹고 조금 쉬다가
다시 눈밭에서 뒹구는 나날이 남들이 부러워하는
우리부부의 휴가중 일과입니다.
마당에 봄꽃이 올라오고 있는
시점에 눈을 찾아서 휴가를 간다니..
3월에 가는 겨울 휴가라 주변에서
더 부러워했는지도 모르겠네요.
간만에 집을 떠나는 여행이라
신나서 집을 나섰었는데..
남편이 계획했던 것은 휴가가 아닌
우리부부의 동계훈련이었던 모양입니다. ㅠㅠ
나는 국가대표선수도 아닌데
3박4일 특별 동계훈련을 하고 왔죠.
휴가라고 가서 한 것이라고는
숙소에서 먹고, 자고, 끼니를 해먹고는
스키를 타고, 저녁에 돌아오면 다시 먹고,
피곤하니 일찍 잠자리에 드는 일과였습니다.
오전과 오후에 나눠서 하루에 2번씩 스키를 탔고,
스키를 타다가 넘어져서 멍든 건 덤에,
안 쓰던 근육을 쓰는 운동이라
온몸에 달고 있었던 근육통!
우리가 이번에 다녀온 곳은
“Bad Mitterndorf 바트 미턴도르프”
“Bad 바트”는 “온천”이 입니다.
이곳에 온천은 가본적이 있어서
알고 있었지만, 이곳에 엄청나게 많은
스키장이 있는 건 이번에 알았습니다.
산 위에서 내려오는 활강스키장도 다양하고,
평원을 가로질러 달리는 노르딕스키 코스도
15개가 있어 수준에 맞게 골라서 탈수 있었죠.
이곳의 노르딕스키장은 하루에 11유로.
다른 곳보다 조금 더 비싸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그래도 봄이 오는 3월에
스키를 탈수 있다니
다들 기꺼이 내는 요금입니다.
우리는 25유로짜리 3일권을
구입해서 본전을 뺐습니다.
그래서 3일동안 바트 미턴도르프
마을 주변에 퍼져있는 노르딕스키장을
거의 다 찾아다녔죠.
쉬운 코스도 있었고, 너무 가파른 언덕이라
내려오면서 수없이 넘어졌던 코스도 있었죠.
3월인데도 엄청나게 쌓인 눈 덕에
이곳은 아직 겨울.
원래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인가 했었는데,
이곳에 사시는 분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곳도 올 1월까지는 눈이 거의 안 왔었다고!
1월이 지나면서 눈이 많이 내려,
겨울이 지나기 전에 제대로
겨울 장사를 하고 있는 듯이 보였고.
오스트리아 사람들보다는 체코, 헝가리,
독일등지에서 온 겨울관광객들이
넘쳐나고 있었습니다.
3박4일동안 육체적으로는
조금 힘든 여정이었지만,
그래도 멋진 풍경 속을 달리는 건 좋았습니다.
봄볕에 햇볕에 반사되는 눈 때문에
눈이 부셔서 선글라스를 껴도 눈이 아팠지만,
그래도 풍경만은 근사한 날들이었습니다.
부부가 나란히 여행을 다니니
사람들은 우리 사이가 엄청 좋은 줄 아는데,
사실은 매일이 전쟁인 결혼 16년차 부부입니다.
성격도 다르고, 입맛도 다르고, 취향도
전혀 다른 부부라 의견차이도 심하지만,
신기한 것은 우리는 여전히 잘 지내고 있다는 것!
마눌은 “남편이 가 잔다고 무조건
따라나서는 마눌은 세상에 없는데,
나 같은 마눌 만난 건 당신 복이니
행복한 줄 알라” 하고!
남편은 “이렇게 여행 와서 운동까지
시켜주는 개인 트레이너같은 남편은
세상 어디에도 없으니 당신은
선택 받은 인간이다.” 하죠.
부부가 서로 “당신 복 때문에
내가 있다”는 재미있는 부부.
휴가인지 동계훈련인지 착각을 할정도로.
저에게는 빡센 날들이었습니다.
보통의 휴가라면 적당히 즐기고,
적당히 구경하고, 몸과 마음을 쉬어가면서
조금은 여유 있는 시간이겠지만..
우리는 훈련 온 운동선수처럼
오로지 스키와 하루 종일을 보냈죠.
스키가 좋아서 미치겠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좋은 휴가 일수도 있지만,
50대 아낙에게는 육체적으로
조금 벅찬 운동량이었습니다.
그냥 평지라면 다리 쫙쫙 찢는 운동이다
생각하고 그냥 걸어가겠는데,
높낮이가 있는 코스에서는 달리다가
오른쪽으로 넘어지고, 왼쪽으로 넘어지고!
팔꿈치에도 양쪽 무릎에도
멍이 들었고, 팔과 다리에는 근육통까지.
아픈 몸은 운동을 해서 풀어야 한다고
마눌 등을 떠밀어 눈 쌓인 바깥으로
밀어낸 남편 덕에 저는 3박 4일동안
운동선수 모드로 지냈죠.
3일동안 노르딕스키를 탔으니 마지막 날은
그냥 조금 편하게 올 수도 있었는데..
여행 마지막 날!
남편은 마눌에게 눈 신발을 신겨 주셨습니다.
그래서 무거운 눈 신발을 신고 등산을 해야했죠.
제대로 계획을 세우신 남편 덕에
저는 3일은 노르딕스키로 온몸의
근육들에게 통증을 안겨줬고,
마지막 날은 스키로도 깨어나지 못한
근육들을 눈 신발을 신고 다 두드려서 깨웠습니다.
산을 오르는데 왜 그리 속도는 안 나던지..
3일동안 지친 몸으로 산을 오르다 보니
나 스스로도 내 몸의 “방전”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죠.
온몸에는 근육통에 몸의 여기저기
멍든 휴가라도 부러워하시는 분이
계시려나요?
우리부부의 소란스러웠던 이번 여행은
조만간 영상으로 보실 수 있게
후딱 편집을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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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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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지난해 눈신발 신고 올랐던 등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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