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스키와는 달리 두 줄의 Loipe로이페를
따라서 달리는 “노르딕스키”는
오래 달리기 같습니다.
일단 코스가 엄청나게 길어서
한번 길을 나서면 짧으면 2시간
길면 하루 종일 걸리기도 하죠.
노르딕 스키장은 여름에는 소들이
풀을 뜯는 농장을 겨울에 이용하는 경우라
넓은 겨울 들판을 달리면서 보는 풍경은 덤입니다.
멋진 풍경을 보면서 달리다 보면
시간이 금방 흐르고, 팔다리를 휘휘저으며
스키를 타다 보면 내 몸에 땀들도 쉼없이 흐르니
운동 부족한 겨울철에 딱 맞는 스포츠죠.
노르딕스키는 대여를 해서 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만의
노르딕스키를 가지고 다니죠.
일단 하나 사 놓으면 겨울 들판 어디서나
달릴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
스키만 장만해 놓으면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겨울 스포츠입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노르딕스키도
거의 20년 된 녀석입니다.
처음에는 잘 맞았던 신발인데,
세월이 가면서 조금 작아진 것인지,
스키를 타고 나면 발에 물집이 생겨서
타러 가는 것이 고역이었는데..
제작년인가 남편이 스키 신발을 새로 사줬네요.
생각해보니
노르딕스키를 사준 것도 남편이었네요.
http://jinny1970.tistory.com/3331
내 스키보다 더 오래된 남편의 노르딕스키.
스키 신발도 스키를 살 때 함께 산 제품일 테니
20년은 기본적으로 넘어 30년을 바라 볼만한
연세를 가진 골동품 스키죠.
남편은 스키를 탈 때마다 발뒤꿈치와
발가락 사이에 반창고를 붙입니다.
마눌에게 새 스키 신발을 사주기 전까지는
물집이 잡혀서 아프다는 마눌의 발에도
반창고 서비스를 해줬던 남편이죠.
http://jinny1970.tistory.com/2878
조금 더 큰 스키 신발로 새로 바꾼
마눌은 더 이상 물집이 잡히지 않지만
여전히 헌 신발을 고수하고 있는 남편은
여전히 반창고를 붙입니다.
3박 4일 휴가의 첫날부터 남편은
발의 여기저기에 세심하고 꼼꼼하게
반창고를 붙였는데..
첫날부터 잡히기 시작한 물집 때문에
남편의 발은 상처뿐인 영광.
스키를 타지 않을 때는 절룩거리면서도
매일 스키를 타러 가자고
마눌을 잡아 끌었던 남편.
물집 때문에 아팠을텐데,
통증을 무시하면서 스키를 탄 것인지
아니면 스키를 타는 동안은
통증을 느끼지 못했던 것인지..
그렇게 3일동안 남편의 피부처럼
달라붙어 있던 반창고.
몸의 어딘가가 불편하고 아프면
일상이 편하지는 않죠.
아무리 스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해도
절룩거리는 발로 스키를 타는 것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을 텐데..
곰탱이 같은 남편은 미련스럽게도
반창고 붙인 발로 3일동안 스키를 참 잘 탔죠.
그런 남편은 보는 것이 안스러워서
한마디 건내 봤습니다.
“이번에 당신 스키 신발 사자.
내가 사줄께!”
신발이 아직 멀쩡해서 버리기 아까울 수는 있지만
그래도 신을 때마다 내 발을 깎아먹고
아프게 하는 녀석과는 정리를 해야 할거 같은데,
마눌의 제안을 한마디로 거절 해 버리는 남편.
내 돈으로 산다면 아까울 수도 있는걸
남편이 사준다면 나는 얼싸 좋다고
얼른 바꾸겠는데..
남편은 마눌 돈도 다 자기돈 화를
시켜서 아깝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남편의 발이 내 발은 아니니
아프건 말건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기는 하지만,
그래도 마눌은 신경이 쓰입니다.
이번 기회에 새 신발을 사서 더 이상
남편 발의 물집이 안 생겼으면 좋겠는데..
남편은 마눌이 사준다는
스키 신발을 이번에도 안 사지 싶습니다.
어차피 봄이니 더 이상 스키 신발을
신을 일은 없고, 올 여름, 가을을 지나
겨울이 오면 그때는 또 잊은 듯이
헌 스키 신발을 찾아 신겠죠.
그리곤 잊고있었던 물집이 다시 찾아오면
그때는 새 스키 신발을 살 생각을 하게 될는지..
남편이 물집이 잡히는 스키 신발을
계속 찾아 신는 것이 미련해서도 아니고,
통증을 못 느껴서도 아니라는걸 압니다.
남편의 성격상 물건을 하나 사면
어딘가 떨어져서 버릴 때까지
마르고 닳도록 사용하는데,
아직 멀쩡한 스키 신발을 버린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살다 보면 나이가 들고 내 몸이 변하니,
변해가는 몸에 맞춰서 성격도
조금씩 변해줘야 하는데,
남편은 나이가 들어서 발 볼도
넓어지는 것도 인정하기 싫은 것인지..
그럼 남편은 미련곰탱이가 맞는건가요?
덩치도 곰이고, 생각도 곰.
거기에 조금 미련스러울정도로 우직한 남편은
앞으로도 나와 쭉 함께 걸어가야 할
내 삶의 짐이자 파트너입니다.^^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모양의 공감(♡)을 눌러서 남겨주우~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
오늘 업어온 영상은 엊그제 보셨던 눈신발 등산 2편입니다.^^
'일상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편이 간만에 출근했다 (10) | 2022.04.07 |
---|---|
참 감사한 선물, 터키 팔찌 (4) | 2022.04.03 |
요즘 새로 생긴 습관 (10) | 2022.04.01 |
점점 더 부담스러워지는 시아버지 점심 식사 (24) | 2022.03.26 |
올해 시어머니께 드린 생신 선물, 볼프스킨 자켓 (12) | 2022.03.22 |
휴가인지 동계 훈련인지 헷갈리는 3월의 스키 휴가. (11) | 2022.03.14 |
시어머니께 빌려드린 베르샤체 향수 (10) | 2022.03.12 |
어느 날 갑자기 휴가를 왔다. (6) | 2022.03.10 |
나를 시샘하는 그녀? (16) | 2022.03.10 |
이건 싸운걸까 만걸까? 우리의 부부싸움 (10) | 2022.03.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