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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날라리 주부가 만드는 꼼수 한끼

by 프라우지니 2021.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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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리에 취미가 없는 편이라

내가 하는 요리들은 생존을 위한 요리들입니다.

 

나는 요리 하는 것이 즐겁지 않다

 

이렇게 외치지만 내가 요리를

그만둘 수 없는 이유들이 있죠.

 

첫째, 나는 여자다, 고로 가정주부!

요리를 안할 수가 없는 위치인거죠.

 

둘째, 나도 먹고 살아야 한다.

내가 사는 곳이 한국이었다면

내가 굳이 요리를 하지 않아도

집만 나서면 먹을 것 천지겠지만..

 

내가 사는 곳은 한국 음식을 접하는 것이

힘드니 내가 해 먹어야 하는 상황이죠.

 

 

그렇게 나도 먹고 살아야 하고,

또 남편도 챙겨야 하니

 

요리에 대한 나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저는 매일 뭔가를 꾸준히

만들어 내고 있죠.ㅠㅠ

 

 

남편이 출퇴근할 때는 사실

요리라고 할만한 것이 없었습니다.

 

평일에는 남편이 출근을 하니

대충 점심 도시락으로 샌드위치나

여러 종류의 과일/야채를 싸주면 됐고,

저녁이나 어찌 대충 해결하면 됐었죠.

 

오스트리아는 저녁식사 가볍게 먹는 문화라

빵에 햄, 치즈 정도만 있음

간단히 해결되는 끼니였죠.

 

하루 세끼를 해결해야 하는

주말이라도 해도 가끔은 남편이 하고,

 

가끔은 시어머니가 요리를 하시니

내가 걱정해야 하는 부분은 아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남편이 재택근무를

시작하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죠.

 

남편은 집에서 세끼를

해결하는 삼식이가 되었고,

더불어 나는 식순이로 전락했죠.

 

그렇게 나의 생존 요리 실력은

아이디어로 탄생했습니다.

 

나의 요리 솜씨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성의없이 하는 것 치고는 맛있는 손ㅋㅋㅋㅋ

 

 

 

하루 세끼 중 점심 한끼에 가장 진심인

오스트리아 사람들이라 저는 남편의

점심에는 성의를 보였습니다.

 

어떤 날은 한식으로, 어떤 날은 남편이

원하는 오스트리아식으로,

 

어떤 날은 남은 재료들을 모아서

국적은 애매모호하지만 먹을만한

인터네셔널식으로~

 

전날 낼은 어떤 점심을 해줄까?’ 묻기도 하고,

 

당일 날 아침에 오늘 점심은 뭐 먹을래하고

물어보지만 남편의 대답은 항상 애매하죠.

 

 

남편은 마눌이 뭘 해다 바쳐도

배 고프면 다 먹겠다는 생각이죠.

 

그러니 이 메뉴 저 메뉴

이름을 대봐도 다 시큰둥입니다.

 

그렇게 매일 남편 점심을 해 줘야 하는

숙제를 안고 살던 내가 부렸던 꼼수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간편 반조리 음식.

 

 

 

그 시작은 코돈블루였습니다.

 

오전에 장을 보러 가서 만난

오늘의 대박 상품

 

“70% 할인 코돈블루

 

유효기간 임박해서

한 번에 저렴해진 몸값이지만,

 

나는 사와서 바로 튀길거니

유효기간 임박은 상관없죠.

 

그렇게 코돈블루 2개가 들어있는

팩을 사와서는 바로 기름에 튀겨버렸죠.

 

사온 걸 튀기기만 한 건 성의 없어 보이니

그나마 성의를 보인 것은 양배추 구이.

 

양배추를 썰어서 프라이팬에 구우면서

소금, 회향, 후추 뿌리고, 나중에 그 위에

설탕을 약간 뿌려서 겉이 짭짤하면서

약간 달달하게 굽는 것이 포인트죠.

 

그렇게 저는 남편의 한끼를 해결했습니다.

 

사실 70% 상품은 내가 사고 싶다고

아무 때나 살수 있는 제품이 아니죠.

 

이런 제품을 노리는 사람들은

나 말고도 엄청나게 많으니 나오자마자

금방 사라져버리는 물건들인데..

 

내가 운 좋게 직원이 스티커를

붙이는 시간과 맞아서 사온

대박 상품이었습니다.^^

 

그렇게 코돈블루를 한번 사다가

튀겨서 한끼를 해결하고 나니

이제는 자꾸 들여다 보게 되는 냉장 코너.^^

 

 

 

며칠 후 나는 냉동코너에서

또 다른 저렴이를 만났습니다.

 

이번에는 슈니츨

이 녀석도 70% 할인가.

 

이렇게 튀기기만 하면 되는 제품들은

대체로 500g 정도의 무게에

가격은 3~4유로선이지만

 

70% 할인하면 1팩에

1유로 내외로 구입이 가능하죠.

 

점심 한끼에 1유로내외라면

싸도 너무 싼 가격이죠.

 

사실 이 녀석들이 정가로 판매가 된다면

나는 쳐다도 안볼 제품입니다.

 

이런걸 사느니 그냥 고기를 사다가

내가 직접 조리를 해서 먹는 것이

더 저렴 하기도 하지만,

더 내 입맛에 가깝게 맞출 수가 있죠.

 

. .!

70% 할인스티커가 함께 하면

뭐든지 용서가 됩니다.

 

내가 너를 업어다가 후딱 한끼를 해결할 수 있구나!”

 

단지 이맘에 얼른 집어 들죠.

 

그렇게 코돈블루도 맞봤고,

슈니츨도 맛을 봤는데..

 

남편은 음식에 대한 말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러려니 했죠.

 

 

 

내가 왕 저렴이 마감임박 제품에서

마지막으로 집어 들었던 것은

바로 이것.

 

유럽에서는 체밥치치라고 불리는 녀석이죠.

 

고기를 양념해서 손가락(보다는 굵은)형태로

모양을 잡은 것인데

 

유럽의 대부분의 나라,

식당에서 볼 수 있는 메뉴입니다.

 

오전에 장보러 갔다가 이날은 오직

이 녀석만 70% 스티커 옷을

입고 있길래 들고 왔죠.

 

이건 크로아티아 여행가서

식당에 가면 남편이 가끔 주문했던 건데..

 

(크로아티아 여행기에 보면

체밥치치 사진이 있을 거 같은데

찾는데 실패.ㅠㅠ)

 

체밥치치를 주문하면 이런 모양의

고기 옆에 감자 튀김이 나오고

그 옆에 생 양파와 소스가 딸려 나오죠.

 

 

 

내가 해본 적은 없지만,

어떻게 나오는지는 알고 있으니

일단 집에 와서 샐러드 푸짐하게 하고,

놀고있는 양송이도 살짝 볶아서

샐러드 위에 살짝 널어 주시고..

 

500g 포장에 10 조각이 있는걸 봐서

1인분에 5개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남편을 위한 한 접시를 준비했죠.

 

밑에 야채를 깔고 그 위에 고깃덩어리

5개를 펴 놓으니 은근 건강해 보이는 식단입니다.

 

체밥치치까지 내가 직접 만들었으면 좋았겠지만..

 

이건 어떤 양념이 들어가는지 모르니

나는 애초에 이런걸 만들 생각은

하지도 않았을테고..

 

남편을 위한 한끼로 바게트 반쪽을

옆에 끼고 방에 들어가니

언제나 같은 남편의 표정.

 

무덤덤.

 

마눌이 점심을 갖다 줘도

오나 보다하는 표정이죠.

 

약간은 호들갑을 떨면서

우리 마님이 점심을 가져오셨어요?

이거 감사해서 어쩌나?”하는

 

애교도 떨만한데 애교도

지 마음이 내켜야 하는 것이니 패스~

 

그렇게 점심을 갖다 놓고 나중에

들어가보니 접시는 깨끗하게 비운 상태.

 

점심이 맛있었냐?”고 물어봐야

한마디 하는 남편이라 남편이 먼저

맛있다. 고맙다는 말은 잘 안하는 스탈.

 

음식에 대한 궁시렁이 없다면

맛있게 먹었나보다하죠.

 

 

 

나는 휴가 가서도 식당에서

절대 시키지 않았던 요리인 체밥치치

 

(크로아티아에서 내가 주문하는건 무조건 해산물)

 

나는 먹어본 적이 없으니

사실 어떤 맛이 나는지도 몰랐죠.

 

체밥치치 & 샐러드

힘든 조화였습니다.

 

뭔 양념이 그리 짠 것인지..

 

가능하면 빵을 안 먹으려고 했지만,

너무 짜서 빵으로 싸서 짠맛을 중화 시켜야 했죠.

 

체밥치치를 처음 먹어본 나의 평가는……

짜다. 마이 짜다.

 

붉기는 하지만 한국처럼 매운 양념을

사용하지 않는 유럽에서

그나마 짠맛이 없다면

 

니맛도 내 맛도 없는 요리가

될 가능성이 있기는 하죠.

 

요즘 내가 터득한 고기 양념에 대한 노하우라면..

 

일단 소금을 듬뿍 쳐야 한다.”

 

그렇게 슈퍼마켓에서 파는

반조리 음식들

 

코돈블루, 슈니츨, 체밥치치까지

다 마스터 하고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

남편이 한마디 했습니다.

 

 

당신이 고기 사다가 체밥치치 양념을 해봐.”

나 못하는데?”

 

얼마전에 체밥치치를 점심으로 줬었잖아.”

그건 양념된거 사온 거였는데?”

 

“……”

당신이 먹은 코동블루랑, 슈니츨도

내가 한 거 아니었어. 다 산 거였는데?”

 

“……”

 

남편은 지금까지 마눌이 주는 건

다 마눌이 만들었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하긴, 지금까지는 전부 마눌이

손수 만든 요리를 드셨었죠.

 

하지만 남편의 삼식이 생활이 길어지면서

마눌이 꼼수도 생각 해 내는

날라리 주부라는 걸 잊으셨던 것인지..ㅋㅋㅋㅋ

 

까다로운 입맛의 남편에게도

슈퍼에서 양념해서 파는 반조리 음식이

괜찮았던 모양입니다.

 

그러니 아무 말 없이 접시를

깨끗이 비운 것이겠지요?

 

정가로 판매한다면

살 일이 없는 고기요리 삼총사,

 

코돈블루, 슈니츨, 체밥치치

 

혹시 반값 세일이나 70% 세일을 한다면

언제든 업어올 준비는 하고 있습니다.

 

날라리 주부에게 이보다 더 편한

한끼는 없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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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남편의 주말장보기입니다.

평일에 자주 다니는 마눌과는 달리 남편은 주말에 몰아서 한번 장을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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