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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심술 속에 보낸 결혼 13주년 기념일

by 프라우지니 2020.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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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부부의 결혼 13년 기념일이 지났습니다.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7월 4일!

남의 나라는 독립을 하는 날에 우리는 속박을 선택했죠.

 

처음에는 연인이고 사랑하는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오래 본 친구 같고,

처음에는 안 보면 보고 싶은 사랑이었는데, 이제는 사랑보다는 전투애로 바뀐 시간들.

 

다른 해 같으면 참 많이도 다녔을 주변국으로의 여행이지만..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일단 정지 상태!

 

우리 결혼기념일이라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었죠.

 

생일이나 명절 때도 마눌에게 어떤 선물을 달라고 요구하지 않는 남편!

매년 부부는 같은 대화를 주고받습니다.

 

“선물 뭐 해 줄까?”

“말이나 잘 들어?”

 

하늘같은 마눌에게 “말이나 잘 들어”하는 아빠 같은 남편!

 

마눌은 결혼 13주년을 코 앞에 두고 여러 주문을 했었습니다.

 

“우리 그날 할슈타트 갈까? 외국인들이 안 오니 얼마나 한가한지 가보자!”

“안돼! 주말에는 사람들로 붐빌꺼야!”

 

사실 항공기를 이용하는 관광객들을 주춤한 상태지만, 유럽 내에서 여행을 다니는 관광객들을 여전히 있고, 할슈타트가 한가하다니 그 틈새를 노려서 구경을 오려는 사람들도 많은 것이 현실이죠.

 

국경을 통제해서 내국인 통행만 가능할 때도 “잘츠캄머굿 지역”은 주말에 교통이 정체 된다는 라디오의 교통방송을 들은 적도 있었습니다.

 

할슈타트는 내국인들도 주말에 차가 밀리도록 가는 곳이죠.

 

 

 

우리부부가 결혼기념일에 나란히 차를 타고 간 공식행사장은..

“장보기”였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여행을 가는 것도, 외식을 가는 것도 하지 않는 남편!

이때는 집에만 있는 것이 가장 안전하니 그렇게 보내고 있습니다.

 

장보기는 남편이 1주일에 한번 하는 중요한 행사이니 빠뜨릴 수 없고!

거기에 마눌까지 대동해서는 장보러 “메트로”라는 곳에 갔습니다.

 

메트로에 입장하려고 보니 앞에 붙어있는 식당메뉴!

 

슈퍼마켓에 딸려있는 레스토랑은 푸드코트 개념이라 음식 값을 계산해서는 아무 테이블에나 앉아서 먹으면 되죠.  음식 값의 반이나 차지하는 음료도 부담스러우면 시키지 않아서 되는 장점까지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메트로에 장보러 가면서 아침으로 과일을 먹은 후라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한마디!

 

“남편, 우리 여기서 점심 먹을래? 치킨구이가 8,90유로다!

치킨까스가 올라오는 샐러드도 좋겠고!”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식당에 가면 안돼!”

 

 

 

 

저렴하게 한 끼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되도록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하려는 남편!

 

“그래도 우리 결혼기념일인데 외식 한 번 하자!”

“안 돼! 나중에 해!”

 

결혼 13주년이라고 할슈타트에 놀러가자고 한 것도 거부!

식당에서 한 끼 하자는 것도 거부!

 

앞으로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자기가 말해놓고..

몸을 사려도 너무 심하게 사리는 남편!

 

 

 

결혼기념일인데...

 

아들 내외가 언제 결혼했는지 관심도 없는 부모님은 아들내외의 13주년 기념일을 아실 턱이 없고! (그래서 저도 시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을 챙기지 않고 있습니다.)

 

나들이도 안 돼! 외식도 안 돼!

짜증만 나는 결혼기념일!

 

남편에게 한두 번 써먹은 적이 있는 것으로 방법을 바꿔서!

 

“우리 결혼 13주년이잖아. 1년에 100유로씩 계산해서 나한테 1300유로를 선물로 줘!

난 그 돈으로 노트북을 살 생각이야!”

“내가 1300원을 줄께!”

 

유로보다 동그라미가 많이 들어가는 한국의 원화죠!

남편이 가끔 하는 농담입니다.

 

1300유로 달라니 1300원 주겠다는..^^;

 

“그럼 당신이 그냥 노트북을 사줘! 노트북은 800유로면 되니 1300유로보다는 훨씬 싸지?”
사주는건 무리가 있고 내가 조금 보탤께!
얼마나?
“그건 생각 해 보고..”
“노트북 살 때 얼마나 보탤 거야?”

“당신이 하는 거 봐서!”

 

이 말에 울화가 치밀었습니다.

 

남편이 말하는 요지는 내가 성질이 난 상태면 조금 더 주고, 기분이 좋은 상태면 조금 덜 주는 자기 나름의 아주 얍삽한 행동을 하겠다는 예고죠.

 

쉽게 설명하자면..

 

내 기분이 좋은 상태면 평소처럼 100유로로 퉁칠것이고,

내가 성질이 난 상태면 조금 더 주겠다는 의미죠.

 

 

 

 

기념일인데 마눌 기분 좋게 애초에 금액을 말하면 좋겠는데..

끝까지 얍삽하게 행동하는 짠돌이 남편!

 

오전에 장보고 돌아와서는 바로 침대에 가서 누웠습니다.

남편이 조심해야 하는 시간이라는 이야기죠.

 

“마눌이 이야기를 안 한다?”

“마눌이 잠을 잔다?”

 

이건 남편에게는 경고와도 같은 마눌의 행동입니다.

 

하루 종일 수다를 떨어 속을 다 드러내는 마눌이 입을 다물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전혀 몰라서 불안하고,

 

평소에 낮잠을 자지 않는 마눌이 잔다는 이야기는

 “아프거나, 우울한 상태”.

 

남편의 염려스러운 눈길을 뒤로하고는 그냥 잤습니다.

 

“남의 남편은 마눌 생일이라고 고가의 브랜드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선물로 준다는데...”

 

누가?

 

http://jinny1970.tistory.com/3257

반전 있는 내 남편의 말과 행동

 

남편이 다이아 목걸이를 준다고 해도 넙죽 받지는 않습니다.

저는 목걸이를 좋아하는 타입도 아니거든요.

 

그저 날 위해 뭔가를 주려는 남편의 태도가 더 중요 한거죠.

 

저는 남편이 결혼 13주년 기념일이라고 “노트북 하나 사줘!”해도 사줬을 겁니다.

아끼는 것도 좋지만 써야할 때는 써야하는거죠.

 

 

 

나를 13년 동안 잘 보살펴 주고, 사랑 해 주고 (잔소리도 겁나게 한) 남편이 갖고 싶은 물건이 있고, 그걸 내가 사줬으면 좋겠다고 하면 나는 기꺼이 사줄 용의가 있습니다.

 

이건 나의 용의도 있고, 또 잔고도 넉넉해서 현찰 박치기도 가능하죠.

하지만 마눌이 사준다고해도 남편이 받지 않을걸 알고 있습니다.

 

남편도 가끔 마눌에게 뭘 사달라고 할 때가 있기는 한데..

그때마다 마눌의 대답은 한결 같았죠.

 

“갖고 싶어? 그럼 사야지! 사! 돈은 내가 줄께!”

 

남편이 갖고 싶은 물건은 주문해서 샀지만, 한 번도 마눌에게 돈을 달라고 한 적은 없었습니다. 매번 그저 마눌의 반응을 보든 듯 했죠.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흔쾌히 사줄 용의가 있는 마눌인데..

남편은 그렇지가 않죠.

 

노트북 가격을 보태는 것도 애초에 “얼마줄께!”도 아닌..

“내 기분 좋으면 100유로! 내 기분이 더러운 거 같으면 200유로!”

 

얼마나 더 오래 붙잡고 살면서 정신을 개조시켜야 이런 얍삽한 생각을 버릴 것인지..

 

한두 시간 자고 일어나니 여우같이 얍삽한 남편이 마구와서 안깁니다.

마눌이 화가 났을 때마다 애교를 떨어대는 남편이 행동이죠. ^^;

 

결국 남편은 결혼기념일 선물로 마눌의 노트북에 200유로를 보태는 걸로 결정. 그렇게 화를 풀고 마당에 나와 보니 시어머니가 하시는 말씀!

 

“낮잠 잤냐? 오늘 날씨가 찌푸둥한것이 피곤하지?”

 

왜 우리 어른들이 “무릎이 아픈걸 보니 비가 오겠다. 빨래 걷어라~”하시잖아요.

유럽도 마찬가지입니다. 날씨에 따라서 사람들이 피곤을 더 빨리 느낍니다.

 

“저 날씨 때문에 낮잠 잔 거 아닌데요? 테오 때문에 열 받아서 잤어요.”

“.....”

“오늘 우리 결혼 13주년 기념일이거든요.”

“......”

“테오 때문에 제가 짜증이 났었어요.”

“.....”

 

아들내외의 결혼기념일에도, 며느리가 화난 것에도 별로 관심이 없는 시어머니.

당신이 코멘트를 할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하셔서 입을 다무신 거죠.

 

 

 

아시죠?

 

시부모님은 남편의 부모님입니다.

내 편은 하나도 없는 것이 시집살이죠! ^^;

 

 

 

낮잠 자고 일어난 마눌을 200유로로 잘 꼬신 남편이 마눌을 끌고 간곳은 동네 가게.

다음 날 갈 뱃놀이 갈 때 가져갈 “1회용 그릴기” 사러!

 

“우리 결혼 13주년 기념으로 카약을 탈 거야! 거기가서 그릴하자!”

 

뻥입니다.

 

카약은 결혼 13주년 기념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남편이 일찌감치 잡아놓았던 약속!

거기에 1회용 그릴기까지 챙긴 것은 양념한 고기 가져가서 구워먹으려고!

 

남편이 사려고 한 1회용 그릴기는 예전에 우리가 노르웨이 여행 갔을 때 한번 사용한 적이 있었고, 지난 번에 카약을 타러 갔을 때 강에서 그릴에 소시지를 구워먹는 젊은이들도 봤었죠.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남편은 동료에게 고기를 구워먹을 준비를 해 가겠다고 했었는데..

그 약속 날이 바로 다음 날(일요일)이었죠.

 

그래서 그릴기는 꼭 구입을 해야 하는 상황!

 

 

 

 

2020년 13주년 결혼기념일을 우리는 이렇게 보냈습니다.^^

 

결혼기념일인데 한 것이라고는...

 

같이 식료품 쇼핑하고, 1회용 그릴기 사러 동네 가게에 간 것!

아! 마눌이 심술 나서 낮잠도 2시간 잤었네요.^^

 

13주년 결혼기념일을 그냥 보내는 건 섭섭해서 코로나 바이러스용 KN95 필터 마스크를 쓰고 찍은 결혼 13주년 기념사진 한 장!

 

배경을 보아하니 1회용 그릴기 사러 갔던 가게 앞에서 찍었네요.

 

마눌은 13주년 인증샷을 위해서, 사진 찍기 싫어하는 남편은 마눌이 또 다시 언짢아할까봐 마눌이 심기를 건들지 않기 위해서 사진을 찍는 찰나의 순간동안 “꼼짝 마라!”자세로!

 

우리부부는 이렇게 결혼 13주년을 보냈습니다.

결혼 기념일도 지났으니 이제는 결혼 14주년을 바라보면 또 일상을 시작합니다.

 

가끔은 사랑스럽고, 가끔은 원수 같은 내 남편!

엊그제 결혼 한 거 같은데 벌써 13년이라니...

 

역시 시간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빨리 날아가고 있는 거 같습니다.

 

원래 결혼기념일이라면 부부가 마주앉아서 이야기하는거라고 하던데..

이런 행사(?)는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우리 부부!

 

저녁에 남편에게 살짝 물어봤습니다.

 

“나한테 할 말 없어?”

“뭘?”

“결혼 기념일인데 (내가 남편의 두 손을 지긋이 잡고, 눈을 쳐다보며 ) 그동안 고마웠고, 앞으로도 열심히 살아보자! 뭐 이런 말들!”

“당신이 방금 했잖아!”

“그래서 당신은 안 해?”

“당신이 했으니까 됐어!”

 

얼떨결에 결혼기념일이라고 “나와 함께 해 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잘 살아보자!”는 남편이 마눌에게 하는 그런 “인사”가 아닌 마눌이 남편에게 하는 행사(?)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

 

내년에는 또 어떤 결혼기념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코로나 바이러스는 이미 이 세상에서 살아졌는지, 아님 우리와 나란히 어깨동무하면서 일상을 살고 있을지 참 궁금해지는 1년 후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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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2019년 여름에 우리가 달렸던 도나우 강가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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