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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나의 이유 있는 협박

by 프라우지니 2020.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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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시내를 나갔다 왔습니다.

보통은 자전거를 타고 한 30분 달리면 도착하는 시내인데 오늘은 전차를 타고 갔었죠.

 

유럽의 교통비는 물가에 비해 겁나게 비싼 편입니다.

 

요즘은 복숭아도 세일하면 1키로에 1유로면 사는데..

하루권 (24시간) 교통권은 4,80유로(6,240원)씩이나 합니다.

 

유럽에는 교통비를 아끼는 차원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제가 린츠 시내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는 이유 중에 하나도 절약차원이죠.

 

바람을 가르고 자전거를 타면 건강에도 좋고, 교통비도 절약이 되니 일거양득!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도 그렇게 오랫동안 전차를 타지 않았었는데..

오늘은 날씨도 꿀꿀하고 남편 때문에 열이 받은 상태라 질렀습니다.

 

사실은 열이 받았다기보다는 그냥 짜증이 났습니다.

자기가 한 말을 지키지 않는 남편이 실망스럽기도 했구요.

 

그래서 시내의 도서관이나 가보려고 책을 바리바리 챙겨서 집을 나왔죠.

 

 

 

 

간만에 전차 티켓을 사면서 가격 때문에 눈 나올 뻔 했습니다.

 

“넌 언제 가격이 이렇게 올랐니? 엊그제까지는 4,50유로였던 거 같은데..”

 

그나마 하루권이지만 24시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본전을 빼려면 두서너댓번 왕복을 해야 하는 거죠.

 

티켓을 사면서 약간의 갈등을 했었습니다.

 

우리 집은 린츠 시내권이지만 행정구역상 린츠 시외.

 

우리 집에서 살 수 있는 티켓은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린츠 시내권, 다른 하나는 시외에서 린츠 중앙역까지만!

 

린츠 시내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24시간 티켓의 가격은 4,80유로인데..

시외에서 린츠 중앙역까지만 갈수 있는 1주일권 티켓의 가격은 10,60유로.

 

린츠 중앙역에서 내가 다니는 곳은 걸어 다녀도 충분하니 괜찮은디!

 

잠시 고민을 했습니다.

 

“그냥 1주일권을 살까? 시내에 나갈 일도 없는데 1주일권을 필요없지!“

 

결국 린츠 시내권으로 당첨.

 

 



 

린츠 중앙 광장에 가보니 며칠 전 신문에서 봤던 기사가 생각이 납니다.

 

린츠 중앙광장에 있는 삼위일체 탑을 그동안 분리해서 청소하는 작업을 했었는데..

1년 동안의 청소 작업을 끝내고 이제야 공개한다는!

 

전에 사진과 비교하니 완전 새것이 됐습니다.

실제로 보면 번쩍거리는데 사진이라 조금 약한 거 같네요.

 

시내 구경도 하고, 아시아 식품점에 가서 참기름도 사고!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려고 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도서관은 오후 1시에 연다는 슬픔 사연.

 

“나는 이제 어디로 가야하나?”

 

도서관에 가서 아침으로 싸간 과일도 먹고, 인터넷 검색도 하려고 했었는데..

결국은 급하게 집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전차타고 20분이면 직행으로 집에 오니 시내에서 화장실을 찾느니 그냥 집으로!

 

그렇게 집에 와서 내게 필요한 정보 검색을 하고 다시 시내로 나가려니 남편이 발목을 잡습니다.

 

마눌이 화났을 때는 납작하게 엎드려서 귀여운 고양이처럼 재롱을 떠는 남편.

다시 나간다고 하니 눈치를 보면서 코로나 때문에 위험하니 나가지 말라네요.

 

“무슨 소리야, 내가 산 티켓이 4,80유로야! 본전을 빼야지!”

“그래도 위험하니 나가지 마!”

“티켓이 아까워서 안 된다니깐! 두어 번은 더 왕복해야 해!”

“그래도 나가지 마!”

“안될 말이야! 시내까지 가야해! 오늘밖에 사용을 못하니 돌아다녀야지!”

“그러면 내가 티켓 값을 줄께!”

“어? 그래? 그럼 이야기가 달라지지.^^”

 

사실 내가 오늘 시내에 나간 것도 다 남편 때문에 열 받아서 나갔던 거죠.

 

 

 

굳이 남편한테 티켓 값을 받을 목적은 아니었지만...

4,80유로씩이나 주고 산 티켓인데 시내를 한 번만 갔다 온 것은 너무 억울하죠.

 

오후에 산 티켓이라면 내일 오전도 사용이 가능하겠지만, 난 아침 9시경에 산 티켓이라 내일 아침 일찍 시내를 나갔다 오는 것도 무리가 있고!

 

“알았어, 내가 티켓 값을 줄께!”

“그럼, 지금 줘!”

“아니, 내가 계좌이체 해 줄게!”

“아니, 지금 현찰로 줘! 아니면 나 그냥 시내 나갈 거야!”

“나중에 준다니깐!”

“아니, 지금 현찰, 아니면 됐고!”

“나 지금 협박 하는 거야?”

“협박이 아니라 내 돈 주고 산 티켓을 한번만 사용하면 억울하잖아. 당신이 돈을 주면 당신 돈으로 산 티켓이 되니 한 번만 사용해도 상관이 없지만!”

 

내가 하는 말이 조금 그런가요?

 

내 돈은 내 돈이고, 남편 돈은 남편 돈이죠.

 

내 돈으로 산 티켓을 한번만 사용하는 건 억울하다는 이야기죠.

내 주머니에서 나간 티켓 값이 들어오면 티켓을 사용하지 않아도 억울하지 않지만..

 

남편은 마눌의 건강을 위해서 티켓값 5유로를 지불하고 티켓을 받아갔죠.

그리곤 마눌이 다시 시내에 나가지 못하도록 휴지통에 버려버렸습니다.

 

부부는 흡족한 거래를 마쳤습니다.

 

남편은 5유로로 마눌이 시내에 더 이상 나가지 않게 발목을 잡을 수 있었고!

마눌은 5유로로 본전 장사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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