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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남편이 쓴 최악의 시나리오, 코로나 바이러스

by 프라우지니 2020.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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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지난 주말부터 감기의 시작을 감지한 모양입니다

 

1년에 두어번 앓는 남편의 감기!

 

콧물과 기침으로 시작해서는 침대에서 1주일 이상을 삐치기도 하고..

아무튼 감기의 시작부터 끝까지 거의 2주일이 소모되는 남편의 연중행사!

 

감기의 증상과 비슷하다는 코로나의 증상.

 

아직 남편의 회사에 코로나 환자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나라의 행정조치에 따라서 전부 자택근무에 들어간 남편.

 

자택 근무에 들어갔으니 본인의 감기와는 상관없이 일을 해야 하는 남편과는 달리,

나는 근무를 하러 출근을 해야 하죠.

 

남편의 감기 시초이고 나는 멀쩡한데 남편이 드라마를 한편 쓰셨습니다.^^;

자신이 앓고 있는 것이 감기가 아닌 코로나 바이러스일수도 있다는 가정 하에서 말이죠.

 

유럽에 점점 더 퍼지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www.oe24.at

 

오스트리아 국내의 대부분의 가게/업소/회사들은 문을 닫은 상태입니다.

오스트리아 국내 90%이상의 가게들이 영업을 안 하고 있죠.

 

도대체 어떤 가게/회사/업소들이 영업을 안 하는지 살펴보자면...

당장에 먹고 사는데 필요한 것들이 아닌 것은 다~~

 

예를 들어보자면 아래와 같은 것들이죠.

 

의류, 서점, 미용실, 화장품(관련), 극장, 문구류 판매점, 장난감 가게, 귀금속, 자동차 매장, 가구 매장, 전자제품, 안경점, 헬스클럽, 나이트클럽, 술집등.

 

지금은 “의, 식, 주” 중에 “식”이 가장 중요하죠.

집안에 짱 박혀있으니 벗고 있거나 말거나 “의“는 중요한 것이 아닌 시기죠.

 

이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근무시간이 줄어들거나 아예 일을 안 하니 당연히 받는 월급은 적을 테지만, 이로 인해 생기는 가게의 부채 문제는 나중 일 인거죠.

 

일단은 우리 코앞에 닥친 코로나 바이러스 문제를 헤쳐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죠.

 

 

 

 

 

이런 국가 비상사태에서도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 주유소 : 2700개의 주유소는 영업을 합니다.

- 약국: 1400개의 약국은 계속 문을 열어놓는다고 합니다.

- 은행: 나라의 비상사태에도 돈은 돌고 돌아야 하니..

- 우체국: 우체국역시 지금의 사태와 상관없이 계속 돌아가야죠.

- 정육점 : 이런 시기에도 슈니츨 고기는 확보가 되어야 하니 (식)

- 제과점 : 빵 먹는 나라에서 빵이 중요한 음식중 하나죠.

- 슈퍼마켓 : 사지 못해서 굶을 염려는 없으니 사재기 X

- 의료기 : 제약이 따르면 안 되는 종류.

- 세탁소: 세탁 안 한 상태로 놔둘 수는 없으니..

- 핸드폰 가게 : 이 시기에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통신.

- 동물 사료가게: 애완동물도 먹는 것이 중요한 요소중 하나죠.

- 식당/술집: 오후 3시까짐나 영업.

- 배관공: 집에 있어야 하는데 고장 난 곳이 있으면 안 되죠.

 

당연이 있어야 할 것인데 이 목록에 올라오지 않는 것들이 있죠?

병원, 경찰서, 철도, 버스, 요양원 등등등.

 

국가차원에서 운영하는 모든 것들은 다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사람이 있거나 없거나 버스, 전차, 기차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운행을 하죠.

교통기관은 사기업이 아닌 공기업에서 운영을 하니 말이죠.

 

병원과 요양원도 주정부 차원에서 운영을 하니 직원들은 계약직이지만,

일은 공무원처럼 나라의 비상사태에서 평소처럼 근무를 하죠.

 

지금까지 위에서 열거한 모든 일은 오늘 제가 하려고 하는 이야기의 떡밥이었습니다.^^

고로 나는 국가비상사태에도 근무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죠.

 

코로나 바이러스가 치명적인 연령대는 고령대.

그래서 요양원은 더 조심해야 하는 곳이죠.

 

감기 기운을 안고 있는 남편이 바로 이 점을 고려해서 드라마 한편을 쓰셨습니다.

 

내가 볼 때는 심해도 너무 심한 오버 액션인데 시기가 시기여서 그랬던 것인지..

참 재미있는 한편의 시나리오가 탄생했습니다.

 

 

www.oe24.at

 

남편의 생각은 이랬죠.

"나는 감기 시초인데, 이것이 감기인지 코로나 바이러스의 시초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제일 좋은 방법은 테스트를 하는 방법인데..

지금은 코로나 바이러스 센터가 “불통 상태”.

 

남편은 일단 제가 근무하는 요양원에 전화를 했습니다.

내가 볼 때는 했던 이야기 또 하고, 또 하고의 시추에이션.

 

아시죠?

한국 사람은 하나, 둘 하면 “열”을 이해하죠.

 

그런데 여기 사람들은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이것을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이야기를 하고, 그 중간에 서로 되묻기를 반복합니다.

 

그렇게 요양원 원장이랑 자신의 증상과 “과연 내 마누라는 요양원에 일을 하러 가도 될까?”에 대해서 의논을 합니다.

 

자기의 감기 증상이 코로나 바이러스일수도 있다는 의심 하에 말이죠.

 

그렇게 오랫동안 요양원 원장과 대화를 하고는 남편은 자신의 가정의랑 통화를 합니다.

또 오랜 시간 했던 이야기 또 하고 또 하고!

 

남편의 가정의는 “당신의 마누라는 병가를 내는 것이 좋겠다.”

 

문제는 이번 병가는 단순한 감기가 아닌 코로라 바이러스일수도 있으니 14일 병가를 내야죠. 남편은 다시 내 가정의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위의 두 번과 마찬가지로 한 이야기 또 하고 또 하고!

내 가정의는 남미에서 온 여의사입니다.

 

환자보다 더 말이 많고, 환자의 말을 잘라버리는 의사라 제가 갈아치웠던 의사죠.

 

어떤 의사인지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2614

 

가정의를 바꿔치우기는 했지만, 내 가정의가 영업을 안 할 때는 시시때때로 찾아가죠.

 

내 현지인 가정의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한 이때에 현명한 선택을 하셨습니다.

4월까지 아예 문을 닫아 버리신 거죠.

 

그래서 차선책으로 여의사한테 전화를 해야 했습니다.

한 이야기 또 하고, 반복해서 또 하고 하는 내 남편.

 

자기 딴에는 정확한 설명을 보충하고자 하는 거 같은데..

여의사도 나처럼 외국인이죠. 외국인은 이런 대화법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도대체 언제쯤 본론이 나올지 한참을 기다려야 하거든요.^^;

 

남편의 설명을 들은 여의사는 조금 기가 막혀 하는 거 같았습니다.

(모든 통화는 다 스피커폰으로 해서 저도 같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아픈 사람은 당신이고, 당신 마누라는 멀쩡한데..

지금 당신 마누라가 요양원에 일을 가도 되는지를 이야기 하는 거죠?”

“네, 내 가정의는 내 마누라도 집에 있는 것이 더 좋겠다고 했어요.”

 

이 여의사는 우리 요양원 어르신들의 가정의이기도 해서 요양원에 자주 오고 요양원내의 상황이 어떤지, 거기 직원 상황은 어떤지 잘 알고 있어서 남편의 말을 듣고 내 병가를 써줄수는 없다고 합니다.

 

"당신 아내가 머리가 아프다던가, 콧물이 나는가 하는 상황도 아닌데 병가를 써줄수는 없어요.“

 

이것이 맞는 말이죠. 가뜩이나 요양원에 직원도 부족한데 남편이 콧물 난다고 집에서 14일이나 있어야 하는 건 정말 웃기는 상황인거죠.“

 

남편은 가정의와 통화를 하고 또 다시 요양원 원장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내 가정의는 ”아내의 병가“를 이야기 했고, 아내의 가정의는 ”아픈 증상이 없으니 병가를 내줄 수 없다“고 했는데, 결정은 원장에게로!”

 

내가 보기에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한편의 시나리오를 써내려간 남편.

또 거기에 출연했던 남편의 가정의, 내 가정의에 요양원 원장까지!

 

 

거의 통화만 30여분이 넘었던 스토리입니다.

 

도대체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만들어 내냐고 남편에게 물어보니 남편이 하는 말!

“만약에 내가 지금 감기가 아닌 코로나 바이러스이고, 당신 때문에 요양원에 사람들이 죽어나간다면 그걸 어떻게 책임질 꺼야?”

“그걸..내가 책임져?”

“그럼 그걸 누가 져?”

“....”

 

남편이 지금까지 30분 넘게 사람들을 바꿔가면서 전화를 한 이유는 바로!

 

“만에 하나, 나 때문에 요양원 어르신이 돌아가셨을 경우 책임 회피를 위해서”

 

모든 상황을 남편의 가정의, 나의 가정의 그리고 요양원 원장에게 설명을 했고,

그 사람들이 결정을 따르게 되니 우리의 책임은 아니라는 이야기죠.

 

남편의 가정의는 “병가를 내는 것이 맞다” 고 하고,  내 가정의는 “감기 증상이 없으니 그냥 출근해라”고 한다고 원장에게 말했죠.

 

이제 결정은 원장의 몫인 거죠.

 

원장은 시간을 달라고 하더니 나중에 따로 전화를 해왔습니다.

그리곤 나에게 물었습니다.

 

“혹시 너, 남편이랑 어디 휴가 갔었어?”

“아니, 나는 집에 있고, 남편은 회사 출, 퇴근을 했었지.”

“남편은 콧물이 나고 너는 어때? 너는 괜찮아?”

“나는 대놓고 아픈 곳은 없는 상황이야.”

“그럼 내일 출근해!”

 

이로서 나의 출근을 결정이 됐습니다.

 

사실 한편으로 집에서 2주 동안 노는 것도 좋겠다 싶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가뜩이나 직원도 없는데 나하나 빠지면 나머지 직원들이 뺑이 치니 미안하기도 하고!

 

아무튼 출근이 결정되니 마음은 편합니다.

 

남편의 감기가 정말로 감기이길 바라지만, 남편이 오가면서 혹은 내가 오가면서 혹시라도 바이러스 확진자를 스쳤을 수도 있었을 문제이니

 

조금 지나쳐 보이는 남편의 조치는 어쩌면 현명한 조치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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