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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내 탐욕의 증거를 없애라, 양파 5kg

by 프라우지니 2020.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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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시시때때로 마눌을 “탐욕스러운 인간”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정말로 “탐욕”이라는 단어를 쓰냐구요?

 

안타깝게도 남편이 사용하는 단어가 “탐욕스러운”이죠.

gierig 기어릭 (형용사) 탐욕스러운 , 열망하고 있는 , 정욕적인

 

이 단어는 “과해도 심하게 과한 욕심”인거죠.

 

내가 뭘 정말 거나하게 탐내다가 이런 소리를 들으면 억울하지나 않지.

내게 탐욕 운운할 때 나오는 가격이나 물품들이 조금 황당합니다.

 

http://jinny1970.tistory.com/1959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675 -나는 탐욕스러운 아내

 

얼마 전에 제가 키위와 오렌지를 넉넉하게 샀었죠.

 

1kg에 2유로 하던 키위가 “1유로“세일을 합니다.

 

한 팩에 2유로인데 지금 사면 2팩에 2유로이니 얼른 챙겨야 했고,

2kg에 2유로 하던 오렌지가 2kg에 1,30유로여서 또 두팩을 챙겼죠.

 

그렇게 6kg(오렌지 4kg, 키위 2kg)의 과일을 힘들게 사와서 지하실에 잘 넣어놨는데..

또 탐욕 운운하면서 내속을 훌러덩 뒤집은 적이 있었죠.

 

그래서 한동안 남편의 도시락을 위한 “과일/야채”를 아예 안 샀습니다.

그리고 남편의 도시락에도 야채/과일을 넣어주지 않았습니다.

 

도시락을 싸야하니 종류대로 다양하게 사다놓은 건데,

남편의 도시락 때문에 매번 탐욕스러운 아낙이 되기는 싫었거든요.

 

사실 키위는 딱딱한 것을 사다 놓으면 익는 기간이 있어서 몇 팩까지는 괜찮고,

 

오렌지도 한 번에 1kg넘게 껍질을 까서 먹기 좋게 담아놓기 때문에 4kg라고 해봐도 남편의 아침에 썰어주고 도시락 몇 번 싸 가면 상하기 전에 다 먹어치우는데도 나는 매번 탐욕스러운 아낙!

 

이번 기회에 남편의 입에서 나오는 “탐욕”을 없애보고자 1주일 넘게 남편의 도시락을 달랑 빵만 싸줬죠.

 

이때쯤 슈퍼에서 발견한 대박 세일!

 

 

 

양파 2kg이 일 년 내내 거의 1유로 선이었는데,

지난 가을에는 2kg에 2,50유로나 해서 제가 놀란 적이 있었습니다.

 

보통 양파 2kg, 감자 2kg 하면 두 야채를 합쳐서 2유로면 샀었는데.

가을쯤(겨울이었나?)에는 5유로로 갑자기 뛰어버린 야채값.

 

2유로에 사던 걸 5유로 내야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오스트리아 물가가 왜 이리 갑자기 뛰어가나 했었는데..

올라가면 내려오기도 하는 것이 야채 값이었나 봅니다.

 

그 후 다시 양파는 2kg에 다시 1유로 선으로 내려와서 그러려니 하던 어느 날!

슈퍼마켓 양파 앞에 붙어있는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가격에 혹해서 이걸 사왔다가는 남편에게 또 “탐욕“을 듣게 될 텐데..

달랑 1유로짜리에 또 탐욕스러운 인간은 되기 싫은데..

 

약간의 갈등을 했지만 99센트는 절대 포기 할 수 없는 가격이죠.

그래서 업어왔습니다.

 

 

 

일단 가격에 혹해서 업어 오기는 했는데..

남편이 오기 전에 흔적을 없애야 하는 나의 양파 5kg.

 

양파 한포대 사왔더니만 갑자기 내가 할 일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양파를 내려놓자마자

지하실에서 자고 있던 신김치 단지들 소환!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 가장 큰 유리병들이 필요했거든요.

시어 꼬부라진 김치는 살짝 볶아서 볶음김치로 만들어 소포장 완료.

 

그렇게 일단 유리병을 비운 후에는 또 부지런히 양파 다듬기.

잠깐 시간을 내서 장보러 외출을 서두르시는 시부모님께 이 기쁜소식을 전했습니다.

 

“엄마, 아빠 Hofer 호퍼 슈퍼마켓에서 지금 양파 5kg에 99센트 세일해요!”

 

이런 세일 소식에 바로 반응을 하시는 분은 시아버지시죠.

시어머니는 싸구려 안 좋아하시는 척 하십니다.

 

왜 그런 사람 있죠? 겉 다르고 속 다르고!

남편이 딱 시어머니 성격이라 제가 아주 잘 알죠.

 

겉 다르고 속 다르다고 해서 뭐 대단한건 아니고..

아주 사소한 겁니다.

 

예를 들어서 쇼핑몰에 갔는데 음료수 시음을 한다면서 한 캔씩 나눠줍니다.

나는 대놓고 공짜를 좋아하는 인간형이라 얼른 가서 낼름 받아오죠.

 

하지만 남편은 부끄러워서 (아님 체면 때문에?) 거기를 가지 못합니다.

마눌이 손잡고 가자고 해도 뿌리치고 도망을 가죠.

 

내가 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지나가면 나눠 주니 (적당히 받을 수 있는 타이밍을 잘 맞춰서) 지나가기만 하면 받을 수 있는데, 그것도 못하는, 아니 안하는 나는 이해가 안 가는 인간형입니다.

 

그래놓고 나중에 마눌이 받아온 음료는 낼름 마셔버립니다.

 

어떤 날은 남편이 하도 안 받으려고 하니 나도 일부러 받지 않는 날도 있습니다.

이런 날은 남편은 나에게 묻습니다.

 

“저거 왜 안 받아와?”

 

지는 못 받으러 가면서도 마눌이 받아오는 건 은근히 기다리는 모양입니다.

 

공짜로 주면 받고 좋은 제품 세일하면 얼른 가서 사면 되는데..

겉으로는 안 그런 척 양반처럼 뒷짐 지고 구경하는 척 하는 인간형!

 

 

 

며느리가 양파 5kg을 99센트에 사왔다고 하니 시어머니가 하신 말씀.

 

“그거 굴라쉬 하면 되겠다. 굴라쉬는 양파가 많이 필요하잖니.”

“나는 굴라쉬 안하고 양파 피클 할 건데요?”

“나는 오늘 고기 사다가 굴라쉬 할건데...”

 

양파 피클을 설마 5kg다 하실 거라 생각 안하신 시어머니가 제안을 하십니다.

 

“그거 나한테 반만 팔아라!”

“제품이 너무 싸니 당신이 직접 사러 가시기에는 부끄러우신 건가?“

 

아주 잠깐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시어머니는 내 실속보다 남의 눈이 더 중요하신 성격이니 그러실 수도 있죠.

 

애초에 양파 5kg를 누구와 나눌 생각이 없었던 나는 짧게 대답을 했죠.

 

“하고 남으면 드릴게요.”

 

대답은 이렇게 했지만, 99센트 하는 양파를 시부모님도 사실 줄 알았습니다.

시부모님은 지하실에 야채를 커다란 포대로 사와서 두시거든요.

 

그래서 나는 열심히 내 피클 물에 강황을 풀어서 노란 양파피클을 열심히 만드는 작업을 했죠. 주방에 식초냄새 진동하면서 열심히 양파의 흔적을 없애려고 노력했습니다.

 

 

 

피클을 담고 나머지 양파는 브로컬리 크림스프로 또 소비했습니다.

남편이 오기 전까지 양파 5kg의 흔적을 없애려고 고군분투했죠.

 

나머지 양파는 볶아놓거나, 양파 잼으로 승화를 시킬까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외출하신 시아버지가 일부러 나에게 오셔서 한 말씀 하셨습니다.

 

“우리는 호퍼에 갔는데 양파가 없더라.“

“어디 가셨어요? 우리 동네 사거리 가셨어요?”
”아니, 시내에 나갔다가 그 동네 갔었지.“

 

같은 호퍼라고 해도 가끔은 지역마다 세일품목이 다를 수도 있고, 우리 사거리에 있는 매장에 양파가 너무 많은 경우는 기존의 세일 말고도 자체적으로 할 수도 있는 세일이니 구하시지 못하셨나 봅니다.

 

엄마가 굴라쉬 하신다고 했었는데..

양파를 못 사셨으니 아빠가 나에게 일부러 오신 거죠.

 

굴라쉬는 고기와 양파의 용량이 동일하게 들어갑니다.

고기가 1kg면 양파도 1kg가 필요하죠.

 

눈치 빠른 며느리는 아빠가 일부러 찾아오신 것이 양파가 필요해서임을 알았죠.

 

 

 

피클하고 브로컬리 크림스프하고 남아있는 양파 중에 큰놈만 추렸습니다.

 

싸구려라고 항상 물건의 질이 떨어지는 건 아닌데..

며느리가 사온 99센트짜리 양파가 품질이 안 좋을 거라고 하셨던 시어머니.

 

일단 양파가 필요하신 거 같으니 좋은 것들만 골라서 갖다드렸습니다.

양파를 갖다 드리니 한 마디 하시는 엄마.

 

“내가 굴라쉬해서 너희도 줄께!”

 

그냥 받기 거시기 하시니 한마디 하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솔직히 양파 값에 비해서 고기는 몇 배나 더 비싸니 말이죠.

 

“엄마, 그냥 요리해서 아빠랑 맛있게 드세요.”

 

양파 5kg를 사서 양파피클, 야채스프에 백종원식 양파볶음과 양파 쨈까지 노려봤지만..

양파볶음과 양파 잼은 다음기회를 노려보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내 탐욕의 증거를 없앤 것으로 만족하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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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탐욕을 증거를 없애는 고군분투기"를 아래 영상으로 감상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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