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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들

외국인 며느리를 본 시어머니께 물었다

by 프라우지니 2020.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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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동료직원들은 대부분 50대 중년아낙.

50대라고 해도 한국의 중년과는 모든 것이 다른 환경이죠.

 

한국의 50대라고 한다면...

이제 대학에 들어간 아이들 뒷바라지 하느라 정신없을 시간을 보내고 있으려나요?

 

이곳의 50대는 손주까지 본 할머니들입니다.

대부분은 10대의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으며 빠른 인생을 시작했거든요.

 

같은 50대라고 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나는 엄마도 할머니도 아닌데..

내 동료들은 손주 서너씩은 가지고 있는 인생 선배들입니다.

 

동료들 중에 이번에 “외국인 며느리”를 본 동료가 있습니다.

 

필리핀 보라카이에서 숙박업/요식업을 하고 있다는 삼촌네 가족 휴가를 다니더니만..

그곳에서 만난 아가씨와 아들내미가 연예를 시작했었나 봅니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아직 20대인 아들은 또래의 필리핀 아가씨와 결혼을 했습니다.

 

 

 

 

남편이 나랑 “결혼 하겠다”는 말을 했을 때,

부모님 특히나 시어머니의 반응이 그랬습니다.

 

6년간의 장거리 연애 후에 하는 결혼이었는데..

“너네 좋아하는 건 알겠는데 굳이 결혼까지 해야 해?”

 

결혼보다는 동거가 더 일반적인 이곳의 문화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외국인 며느리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 계시다고 그때 느꼈었죠.

 

한국인은 외국에 나오면 사람의 맘을 꿰뚫는 신통력이 생깁니다.

굳이 상대가 말을 안 해도 그 마음이 다 보이거든요. ㅋㅋㅋ

나는 시어머니께 직접 여쭤보지 못했던 그 말을 동료에게 물었습니다.

 

“넌 아들이 외국인 아가씨랑 결혼 하는 걸 어떻게 생각해?”

“아들 인생이니 내가 뭐라고 관여할 문제는 아니지.

그런데 솔직히 현지인 아가씨를 만났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은 해!”

 

세상의 모든 시어머니들의 마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내 아들이 나와 대화가 통하는 내나라 아가씨와 결혼해서 오순도순 사는 것!

 

 

 

나와 같은 “외국인 며느리”인 간호사 K.

2살 때 라오스에서 와서 독일어를 모국어처럼 하지만 외모는 동양인인 아낙이죠.

 

K의 남편은 큰 병원의 이비인후과 전문의입니다.

K는 의사인 남편과 재혼(남편은 초혼)을 해서 아이 둘을 낳아 키우고 있죠.

 

내가 외국인 며느리를 보는 동료와 대화를 하고 있으니 K도 한마디 합니다.

 

“난 맨 처음 남편이 결혼하자고 했을 때 그랬잖아, 너 엄마한테 물어는 봤니?”

 

중학교때 만나서 30년 절친으로 지낸 “남사친”이 결혼하자고 하는데..

30년을 봐왔던 그의 엄마를 알고 있었기에 그런 말을 했던 거죠.

 

자기가 알고 있는 남사친의 엄마는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는 백인 아줌마.

그런 아줌마가 절대 자기 같은 동양인 며느리를 볼리는 없다고 생각했던 거죠.

 

나도 20대에 만나 지금까지 “남사친”로 칭하는 친구가 하나 있기는 하지만..

그 친구랑은 손도 잡은 일이 없고, 또 남자로 느껴지지도 않던데!

 

K는 30년 남사친과 결혼을 해서 만만치 않는 시어머니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남편이 “엄마 말”이라면 꾸벅하는 “마마보이”거든요.)

 

“한국에서 의사 남편을 보려면 열쇠 3개는 준비해야 하는데 넌 그저 얻었잖아.

세상 잘난 내 의사 아들인데 자식 딸린 재혼녀이니 곱게 보이지는 않았겠네.“

 

엄마의 말을 절대 거스리지 않는 마마보이가 어떻게 결혼까지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애매모호한 성격 때문에 (외모는) 외국인 마눌이 힘든 인생을 살고 있죠.

 

우리나라도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 아내를 보는 사람들이 있죠.

 

그것이 열렬한 사랑의 결실이라면 주변의 박수를 받을 일이지만,

3박4일 출장 가듯이 가서 여자를 골라서 결혼해야 했던 사람들.

 

“내 아들이 뭐가 부족해서 말도 안 통하는 여자를 만나!”

 

처음에는 이런 생각을 했던 부모님들도 나중에는 받아들이게 되는 “외국인 며느리”

 

사랑해서 하는 결혼도 부모 입장에서 보면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이왕이면 현지인 아가씨를 만났으면 더 좋겠지만, 자기가 좋다니..할 수 없지!”

 

 

 

 

아! 동료한테서 뜻밖의 말을 들었습니다.

 

“이왕에 왔으니 이곳에 잘 적응해서 향수병없이 잘 살았음 좋겠어.”

 

동료의 말이 아니었다면 시어머니의 이 마음은 평생 모를 뻔 했습니다.

 

“외국인 며느리가 고향을 그리워하면서 슬퍼하지 않을까?”

시어머니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계셨었군요.

 

그래서 가끔씩 시어머니가 한국에 있는 가족들 안부를 물어 오셨던 모양입니다.

 

외국인 며느리로, 언어도 문화도 외모도 나와 다른 사람들 사이에 “가족”으로 산다는 것!

 

나만 쉽지 않은 일인 줄 알았습니다.

나만 힘든 현실인줄 알았습니다.

 

시어머니가 물어오시는 뜬금없는 한마디의 의미를 다른 시어머니를 통해서 알았습니다.

시어머니들이 그런 마음으로 며느리를 생각하고 계시다는걸 전혀 몰랐었습니다.

 

“외국인 며느리”로 사는 것이 쉽지 않듯이..

“외국인 시어머니”로 사시는 것도 쉽지 않겠지요.

 

말하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서로의 마음.

저는 이렇게 다른 이를 통해서 시어머니의 마음을 짐작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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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도 계속 이어지는 그로스글로크너 산악도로 볼거리 7번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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