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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들

남편이 말리는 일, 유튜브

by 프라우지니 2020.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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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눌이 뭘 하던 그냥 지켜보기만 했던 남편.

그런 남편이 새해에 접어들면서 마눌에게 “하지 말았음 하는 것”을 이야기 합니다.

 

10년차 블로거인 마눌은 평소에도 독일어 공부는 등한시 했습니다.

 

근무가 있는 며칠을 빼놓고는 집안에 들어앉아서 한글로 글 쓰고, 유튜브로 한국 드라마 보고 그렇게 살아서 살아가면 갈수록 문법개판인 독일어를 구사하는데,

이제는 심각하다고 느꼈던 모양입니다.

 

남편이 위험하다고 느낀 건 바로 마눌의 유튜브 편집!

 

달랑 10분내외의 영상이지만 “편집”이라는 것은 장시간의 노동입니다.

10분짜리 영상도 앞에 사람이 “수다로 풀어내는 내용”이라면 그나마도 수월한데..

 

나의 대부분의 영상은 “여행 영상”.

2시간짜리를 10분으로 줄이는 작업은 생각보다 노가다입니다.

 

생각 다 못해서 10분짜리 영상을 두어개로 나눠서 20~30분 가량 나름 추려서 영상편집을 하지만, 그나마도 영상을 보고 또 보고, 거기에 글 쓰고, 다시 보고, 또 보고!

 

10분짜리 영상을 만드는데, 아침 8시에 노트북 앞에 앉아서 오후 3시쯤에 작업이 끝나는 날도 있습니다. 이런 날은 영상 편집 하다가 하루를 보내는 거죠.

 

2019년에 그렇게 보낸 날들이 엄청 많았습니다.

그렇게 만들어낸 영상이 2019년에만 176편이죠.

 

그리고도 아직 편집을 기다리는 영상들이 수두룩 하죠.

 

여름에 했었던 도나우 자전거투어 2박 3일 영상도 있고, 크로아티아 팍섬에서의 자전거 투어와 또 슬로베니아의 동굴투어, 그 외 매달 이어져온 여행 영상들.

 

 

 

남들은 영상 몇 개 올리면 그중에 뭔가 터진다고 하던데..

나는 영상이 180개가 넘도록 터지기는 커녕 구독자도 200명 이하!

 

제 영상을 구독하시는 지인이 제 채널에 대해서 이렇게 평가를 해주셨습니다.

 

“영상을 보면 눈이 시원해지고, 소소한 재미는 있는데, 딱 거기까지!”

 

소소한 재미보다는 그저 유익한 정보나 재미있는 기사거리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인기가 없다는 이야기죠. 거기에 주인이 얼굴을 화끈하게 공개를 하던가, 그것도 아니고..

 

유투브를 시작하면서 지난 1년 동안 저는 블로그에 소홀해졌습니다.

 

예전에는 시간이 나면 열심히 글을 써댔는데, 이제는 시간이 나면 편집을 하죠.

아니, 없는 시간도 쪼개서 편집을 하고, 할 일도 뒤로 밀어놓고 편집을 하죠.

 

남편이 지난 1년 동안 그냥 말없이 기다렸던 모양입니다.

마눌이 재미있어 하니 그냥 두기는 했는데, 편집이라는 것이 시간 잡아먹는 괴물이거든요.

 

“애초에 유튜브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요새는 이런 후회도 듭니다.

 

 

찾는 이 많지않은내 유튜브 채널 ㅠㅠ.

 

그냥 꾸준히 글만 쓰는 블로거로 살았으면 바쁘게 글쓰고, 글감을 찾아다니면서 활동적으로 보냈을 텐데, 영상 편집이라는 괴물을 만나서는 커텐 쳐놓은 어둑한 주방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는 나!

 

블로거로만 살 때도 독일어 공부를 해야지..해놓고 자꾸 미뤄뒀었는데..

유튜버로 활동을 넓히면서 더 시간이 없어져서 독일어라 자꾸만 멀어져 갑니다.

 

외국인으로 이곳에서 살아가려면 독일어는 완벽하게 마스터를 해야,

살아가면서 당하게 되는 불이익이랑 멀어지게 되는데..

 

재미도 좋지만, 별로 인생에 도움이 안 되는 유튜버 한다고 자꾸 독일어랑 멀어지고 있는 마눌, 그것이 걱정스러운 남편의 마음을 모르는 것이 아니어서 더 미안합니다.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서 해야 하는데..

일단 영상편집에 들어가면 “딱 1시간만!”이라고 세워놓은 계획이 망가집니다.^^;

원래 추진력만 있지 계획성은 전혀 없는 아낙의 특징이죠.

 

올해는 정말로 매일 정해놓고 독일어 공부도 열심히 해서 발음은 어쩔수 없다고 쳐도 문법 완벽한 독일어를 구사하는 똘똘이 마눌로 거듭나고 싶고!!

 

올해는 매일 글도 꾸준하게 올리는 성실한 블로거로 살고 싶고!!

 

그리고 아주 가끔씩, 아니면 정말 하루 딱 한 시간만 정해놓고 영상 편집을 하고 싶지만....

 

이렇게 계획한다고 그렇게 살아가려고 죽을 노력을 하는 아낙이 아닌걸 알기에!!!

약속 따위는 하지 않습니다.

 

그저 독일어 책을 보려고 노력하고, 매일 한편씩 글을 쓰려고 노력해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남편이 걱정하지 않을정도의 독일어 문법은 잡아놔야 할거 같습니다.

 

독일어는 내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서바이벌 언어”이니 말이죠.

 

 

블로거 여러분!

 

섣불리 유튜브 시작하지 마세요~

인생 망가집니다.^^

 

구독자 천명되면 애드센스 수입이 생긴다니..

그거 벌어보겠다는 아주 얍삽한 생각으로 시작하면 큰 코 다칩니다.

(여기 큰 코 다친 1인입니다.ㅠㅠ)

 

월 몇천만원, 아니 그것도 안 바라고 한 달에 백만원이라도 벌어보자!

이렇게 아주 소박한 꿈을 안고 시도하는 사람들이 매일 나오고 있죠.

 

남들이 보기에는 참 허접한 영상 편집하는데 12시간은 기본에 하루 종일 노트북 앞에 앉아서 눈에 벌개지도록 편집하느라 폐인이 되기도 합니다.

 

보는 이 없고, 찾아주는 이 없으면 그냥 포기하면 되는데..

영상 편집에 한번 맛을 들이면 포기도 안되는 것이 또 특징입니다.

 (최소한 저는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우리가 또 헤매게 될 뉴질랜드 오지 생활!

거기에서 열심히 영상을 찍어서 틈틈이 올리면 좋겠다!

 

뉴질랜드 오지에는 영상을 올릴 수 있는 인터넷도 없는데..

하다못해 며칠 강가에서 살면 노트북을 켤 전기도 없는데..

 

난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유튜브를 시작한 것인지..

남편의 한마디에 생각이 많은 초보 유튜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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