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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얼떨결에 한 햄버거 파티

by 프라우지니 2019.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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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요양원에는, 아니 오스트리아의 직장에는

이상한 전통이 있습니다.

 

전부 그러지는 않은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지금까지 거쳤던 곳은 다 그런 것을 보니

이것이 이곳의 전통인 것 같기도 하고!

 

마지막 근무를 하는 날은 당사자가 뭔가를 해 가지고 갑니다.

 

이 뭔가가 직접 만든 케이크일 때도 있고,

아님 슈퍼에서 주문한 샌드위치, 햄이나 치즈 세트인 경우도 있습니다.

 

저도 직업교육을 받으면서 거쳤던

모든 곳의 마지막 근무 때는 항상 뭔가를 해가지고 갔죠.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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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에 내가 (실습생 생활 2년 포함)

4년 6개월을 근무한 요양원의

마지막 근무를 앞두고 있습니다.

 

마지막 근무 때는 뭔가를 해 가지고 가야하고,

 

제가 실습생을 졸업할 때 해 가지고 갔었던

“김밥”에 대한 이야기를 가끔 했었던 직원들.

 

그래서 결정한 것이 이번에도 김밥!

 

마지막 근무는 다음 주 금요일이지만,

목요일에는 회사 야유회를 따라갈 예정이라 시간이 없고!

 

조금 이르게 김밥 준비를 하기로 했습니다.

 

어제 슈퍼에 갔다가 세일해서

사왔던 갈은 고기 1kg.

 

간고기에 불고기 양념해서 떡산적 같이

구워서 썰면 김밥 안에 들어갈 재료가 되죠.

 

엊저녁 냉장고에 사다놓은 간고기를

본 남편에게 제가 한마디 했었죠.

 

 

 

"내일 저녁에 햄버거 해줄게!“

 

간고기에 불고기 양념해서 패티를 만들어

구우면 “불고기 버거”가 되거든요.^^

 

고기가 1kg라고 간장을 심하게 넣었더니만..

양념후 맛보기로 조금 구워보니 심하게 짭니다.

 

헐레벌떡 다시 슈퍼에 가서

간 소고기 500g를 더 사다가 투입.

 

그렇게 내 고기양념은 양이 심하게 불었습니다.^^;

 

 

사실 김밥에 들어가게 될 장산적은 몇 개면 되는데..

내 요리는 왜 맨날 이렇게 대량생산이 되는 것인지..

 

김밥재료에 들어갈 장산적을 만드느라

소불고기 양념한 고기를 프라이팬에 구우니

 

온 집안에 풍기는 달콤한 간장냄새.

 

아래층에 문이 열리고

지하실의 냉동고에 뭔가를

갖다 놓으러 오신 아빠도 맡으셨을 냄새.

 

애초에 “햄버거”는 남편의 저녁 메뉴였는데,

아빠도 냄새를 맡으셨으니 모른척하기는 그렇고!

 

그리고 고기의 양이 너무 많아서리..

나머지는 어차피 햄버거 패티로 만들 예정이었습니다.

 

 

 

패티를 만들면서 마당에서 뭔가를 하시고 계신

시부모님을 향해 창문을 열고 여쭤봤습니다.

 

“엄마, 아빠 저녁 식사 하셨어요?”

 

“응, 먹었다.”

“나는 아직 안 먹었다.”

 

엄마는 식사를 하셨는데,

아빠는 아직 안 드셨다고 하십니다.

 

아빠는 마당에서 일을 하시는 중이시라

오늘 저녁은 늦으신 거 같습니다.

 

(그리고 아빠는 우리 주방에서 나는 음식냄새를 이미 맡으셨죠.^^)

 

아빠가 안 드셨다니 여쭤봤습니다.

 

“아빠, 햄버거 드실래요?”

 

“그래, 쪼맨하게 만들어 다오.”

 

그리고 돌아서니 왠지 엄마가 섭섭해 하실 거 같아서..

 

“엄마 것도 해드릴까요?”

 

“됐다, 난 네 아빠것 한입 먹으면 된다.”

 

“그냥 엄마 것도 해 드릴 테니 엄마도 드세요.”

 

 

 

 

냉동고에 있던 햄버거 빵 3개도 이번 기회에 해치우네요.

 

얼른 버거빵에 김밥에 넣으려고 만들어놨던

장산적을 예쁘게 썰어서 올리고,

 

나머지 야채도 올려서는 시부모님께 냉큼 갖다드렸습니다.

 

고기 500g을 더 투입했음에도

내 입에는 너무나 짠 고기.

 

맨입으로 먹었으니 더 짜게 느껴졌던 모양입니다.

 

사실 이곳의 입맛이 심하게 짠지라

고기양념을 할 때 항상 심하게 세게 합니다.

 

짭짤 그 이상을 넘어가야

이곳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되니 말이죠.

 

시부모님은 원래 며느리의 음식에 대해서 말씀을 잘 안하시니..

맛있게 드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단지, 대화중에 아빠가

“너도 음식을 곧잘 하잖니!”하시는 것을 봐서

내 음식이 때때로는 드실 만 하셨나부다 생각하죠.

 

오늘은 며느리의 질문에

“나 아직 저녁 안 먹었다.”로 답 하신 아빠.

 

며느리가 해주는 음식을 드시고 싶어서

하신 대답인거 같아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시부모님께 드린 햄버거 패티는..

 

사실 내가 김밥에 넣으려고

만들어놨던 것을 넣어서 드렸고!

 

남편의 햄버거는 남편의

퇴근시간에 맞춰서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생고기 양념패티를 프라이팬에 올리고,

그 옆에는 남은 고기양념에 양파를 오래도록 볶고!

 

감자튀김까지 먹겠다는 남편의 입맛에 맞춰서

냉동감자도 오븐에 바삭하게 굽고!

 

남편이 집에 오는 30분 동안

부지런히 준비했습니다.

 

남편의 퇴근과 동시에

남편 앞에 갖다 바친 “햄버거”

 

남편의 요구에 따라 패티 위에는 치즈까지

잔뜩 올려서 치즈가 늘어지는 햄버거 완성.

 

 

 

거기에 바삭 감자한 튀김까지!

고픈 배를 채운 남편이 남긴 한마디.

 

“햄버거 정말 맛있다.”

 

웬만해서는 “맛있다”라고 하지 않는 인간형인

남편 입맛에 딱 맞는 고기 패티였나 봅니다.

 

역시 짠맛의 수준은 내가 생각한 수준

그 이상인 “소태”였습니다.

 

김밥 준비 하다가 해 버리게 된

우리 집 햄버거 파티.

 

어지간히 짜서는 “맛있다”고 느끼지 못하는

우리 가족들의 입맛.

 

남편이 “맛있다”고 했으니,

시부모님도 “맛있게 드신 한 끼”였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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