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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대충 감 잡은 현지인 김밥입맛

by 프라우지니 2016.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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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는 분만 아시지만, 저는 요리하는 걸 별로 즐기지 않는 아낙입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 해 봐도 제 입으로 이런 말 절대 못합니다.

 

“저는 요리 하는 거 좋아해요!”

 

해 놓은 요리를 먹는 건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지만 요리 하는 건 정말 안 좋아합니다.

단지, 해야 하는 상황이거나 먹고 싶은 요리를 사먹을 수가 없으면 군소리 없이 할뿐이죠.

 

그래서 내가 한국 사람이라고 하면 이런 반응을 하는 사람들을 젤 싫어합니다.

“나 한국음식 좋아하는데..”

 

이런 사람들을 만나면 내가 꼭 뭔가를 만들어줘야 할 거 같은 그런 부담까지 듭니다.

대놓고 해 달라고 하지는 않지만, 어투에서 그런 걸 느끼거든요.

 

요리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저도 가끔씩 자발적으로 요리를 할 때가 있습니다.

특히나 한국인이나 한국 문화를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면 더욱 그렇죠.

 

1차 병원실습 (내과)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감사의 마음으로 내과병동의 직원들에게 김밥선물을 했었습니다.

 

대부분은 20대 중반의 직원들인데도 40대 중반의 외국인아낙을 편안하게 대해준 고마운 사람들.

 

http://jinny1970.tistory.com/1803

선물로 만든 김밥

 

2차 실습장인 비뇨기과/종양학과 직원들은 실습초기에 은근히 저에게 압박을 했었습니다.

그중에 간호조무사로 근무하는 E은 날 볼 때마다 물어봤죠.

 

“넌 실습 끝나는 날, 뭘 만들어 올 거야? 케이크?”

“한국 사람은 케이크를 안 굽는데?”

“응? 그럼 한국 사람은 디저트로 뭘 먹어?”

“보통은 디저트로 과일을 먹는 편이야.”

“그럼 넌 뭘 만들어 올 거야?”

“한국 음식 하나 만들어 와야지 뭐!”

 

사실 실습생이 실습 끝내는 날 케잌류 만들어 오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그 동안 잘해줘서 고맙다.”

 

“많은 것을 배웠다.”

 

하나도 잘해준 기억이 없고, 거기에 실습평가서도 “그저 그렇다.”로 써주면 아무리 실습 마지막 날이라고 해도 실습생은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않습니다.

 

그저 실습장을 떠나는 것으로 감사할 뿐이죠.

 

2차 병원실습인 비뇨기과/종양학과 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특히나 남자간호사들과 함께 팀으로 이룰 때는 하루가 편안한 근무였습니다.

 

제가 실습생이라고 무시 혹은 구박 같은 것도 없었고..

여자간호사들은 은근히 주는 “멸시/무시 " 같은 것도 없었답니다.

 

겉으로는 친절하다고 해도 나를 향해서 자기네들끼리 주고받는 눈빛은 나도 느끼거든요.^^;

 

2차 실습장인 병동은 1차에 비해서 몸은 편했지만..

직원들이 저를 대하는 태도는 사실 거리감이 조금 있었습니다.

특히나 여 간호사들은 말이죠.

 

시간은 유유히 흘러서 제 실습 마지막 날을 두고 조금 고민을 했습니다.

 

“김밥을 해? 말아?”

 

그러다가 그냥 김밥을 하기로 했습니다.

 

병원실습을 별다른 사고 없이 마칠 수 있는 것도 사실은 다 직원들의 보살핌덕이였으니 말이죠.

 

 

실습 마지막 날을 앞두고 퇴근해서 집에 온 후,

저는 3시간동안 주방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간 소고기는 양념해서 커다랗게 붙여서 썰어서 김밥 안에 넣을 준비를 끝내놓고...

 

시내에서 시금치를 파는 터키인 식품점을 찾아 다니느라 조금 시간을 보내기는 했지만..

덕분에 제대로 된 시금치가 들어간 김밥을 만들 수 있습니다.^^

 

 

 

김밥은 3가지로 준비를 했습니다.

 

소고기 양념을 진하게 한 소고기 김밥, 채식 주의자를 위한 치즈김밥 그리고 이번에 조금 투자한 “프레슈토 햄”을 넣은 김밥. 얼마 전에 만들어놓았던 매콤한 무 피클까지 준비하니 준비완료!!

 

 

 

전날 저녁 3시간정도 준비 해 놓은 김밥재료는 당일 날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열심히 재료들을 다시 데우고, 조금 식힌 후에 김밥을 말았습니다.

 

김밥을 썰면서 김밥꽁지는 저를 위해서 남겼습니다.

어차피 외국인들은 왜 음식의 나머지라고 생각할 부분이니 말이죠.^^

 

 

 

전에 근무했던 내과병동에 비해서 이번병동에 근무하는 직원은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전과 동일한 김밥 6줄을 준비했습니다.

 

지금 실습하는 병동에는 근무하는 간호사들 외에 암과 관련해서 병원내의 각 병동에서 의사들이 수시로 회진을 나오는데, 회진 온 의사들은 매번 병동의 직워 휴게실에서 먹을 것들을 찾아 헤매거든요.^^

 

제가 가지고 간 김밥을 접시 위에 담아서 테이블에 놓으니 남자간호사가 젤 처음 한말도 바로 의사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이거 여기다가 놔두면 의사들이 다 먹어치워 버릴걸?”

 

어째 의사들이 간호사들 음식 뺏어먹는 인간들로 전략 해 버린 휴게실입니다.^^;

 

3종 김밥 중에 제일 손이 많이 간 김밥은 바로 소고기 김밥 이였습니다.

간 고기에 불고기 양념을 하고, 간 고기를 뭉쳐서 프라이팬에 예쁘게 깐 후에 뒤집을 때 갈라지지 않도록 조심해야하고. 익힌 고기를 썰 때도 으깨지지 않게 조심해야 합니다.

 

3종 김밥 중에 가장 쉬웠다고 할 수 있는 프레슈토햄 김밥이 의외로 인기 짱이었습니다.

가격이 있는 고급 햄으로 만든 김밥이여서 그런지 아님 훈제향이 솔솔 나는 햄맛이 나는 김밥이여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젤 먼저 접시를 비운 것이 바로 이 프레슈토햄 김밥!

 

앞으로는 괜히 소고기 양념해서 굽고, 자르고 하는 수고 없이 그냥 프레슈토 햄으로 만든 김밥만 만들기로 했습니다.^^

 

아! 제가 만들어갔던 김밥은 어떻게 됐냐구요?

 

그날 근무했던 직원 중에 3~4명이 김밥을 싹쓸이해서 먹었습니다.

 

아침 간식 시간에 먹다가 남은 김밥은 의사들이 발견 할 수 없는 냉장고의 아주 구석에 잘 숨겨뒀다가 오후 간식시간에 다시 꺼내서 머리를 맞대고 나눠먹어서 저를 행복하게 했습니다.

 

역시  요리를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이 요리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모양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요리를 자주 하겠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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