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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오스트리아의 복지 정책와 현실의 괴리

by 프라우지니 2018.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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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스트리아의 요양보호사.

주 연방에서 관리하는 요양원 중에 한 곳에 근무를 합니다.

 

주 연방에서 관리하는 요양원이라고 해서 “주 연방 직원(=공무원)은 아닌 계약직입니다.

 

계약직이라고 해도 매년 계약을 갱신하는 그런 종류는 아닌 (평생)계약직입니다.

내가 그만두지 않는 이상 계약이 만료되어 그만둬야 하는 일은 없다는 거죠.

 

주 연방에서 관리하는 양로원에 근무하면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습니다.

주 연방에서 복지 쪽의 예산액의 줄여버리면 우리에게 가장 먼저 타격이 오죠.

 

제일 손쉬운 방법이 직원의 수를 줄이는 것이니..

나머지 직원들이 뺑이를 쳐야합니다.^^;

 

이래저래 사설 요양원보다 조금 더 열악한 환경이 주정부 산하의 요양원입니다.

 

 

요양보호사는 오스트리아에서는 “인력 미달 직업군‘입니다.

그래서 “무료교육+ 생활비 보조”라는 매력적인 프로그램으로 사람들을 유혹하죠.

 

하지만 2년간의 직업교육을 마치고 실제로 요양원에 들어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나라에서 무료 교육에, 배우는 동안 생활비 지원도 되니 배웠던 것뿐인 거죠.

 

실제로 직업으로 하기에는 일도 벅차고, 월급도 세지 않고..

이런저런 이유에서 직업교육을 받았음에도 이 세계에 오지 않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링 요양원만 해도 내가 실습생일 때는 거의 40명의 다 되가는 병동직원이었는데..

지금은 거의 10명 정도가 빠진 상태입니다.

 

3명은 다른 직원들과의 불화나 불만족스러운 환경 때문에 다른 요양원으로 갔고..

대여섯 명은 60살이 넘어서 은퇴를 하면서 그만뒀습니다.

 

거의 10명이 빠졌으면 새로 직원을 뽑아야 하는데..

한동안은 요양원 증축문제로 새로 직원을 뽑지 않았었고..

 

지금은 직원을 구해도 오겠다는 직원이 없습니다.

인력시장에 사람이 없으니 구한다고 구해지지 않죠.

 

엊그제 직원회의에서는 새로운 뉴스도 들었습니다.

어떤 요양원은 직원이 부족해서 병동 두어 개를 닫은 곳도 있다고 합니다.

 

직원이 없어서 요양원 운영이 힘들다는 이야기죠.

 

 

직원회의 중에 원장은 직원들이게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가 새로운 직원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는 우리 요양원에 적을 두고 있는 실습생들이니, 그들을 잘 가르치고, 잘 챙겨놔야 한다. 그들이 미래에 당신들의 동료가 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니..“

 

이제 실습생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2년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동료가 되는데,

그 동안 없는 직원으로 버티라는 이야기인 것인지..

 

직원들의 여유가 없으니 병동에 배치되는 직원의 수도 빡빡하고, 요양원 어르신들을 씻겨드리고, 먹여드리고 하는 아주 기본적인 것들만 겨우 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그나마 3명이 28명의 어르신들을 관리(?)하는데, 그중에 한명이 대충 일하며 땡땡이를 치면, 나머지 직원이 뺑이를 쳐야한다는 이야기죠.

 

 

 

요즘 우리 동네에 붙어있는 포스터입니다.

한 정치인이 노인문제에 대한 공약을 걸었습니다.

 

“좋은 간병을 위해서 힘을 쓰겠다?”

고품질의 간병을 추구한다는 말인데..

이걸 보면서 웃음이 났습니다.

 

내가 아는 현실은 이것이 아닌데.. 직원이 없어서 병동을 닫는 요양원도 있는데 어떻게 더 좋은 간병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인지.

 

내가 거리에서 본 포스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니 울 병동 책임자가 하는 말.

 

“난 그 포스터를 볼 때마다 달걀을 한판 던지고 싶다니..”

 

좋은 간병 환경을 만들려면 매력적인 직업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실제로 “요양보호사”일은 육체적으로 힘들고 월급은 박한 환경입니다.

 

내가 있는 린츠 지역의 경우는 주 40시간 일을 하면 세전 금액이 2100~2200유로 정도로,

다른 직업군에 비해서 나름 고소득이기는 하지만, 하는 일에 비하면 박하다고 합니다.

 

하루 10시간 근무가 말이 쉽지, 요양원에서 보내는 시간은 더디고, 힘이 듭니다.

 

하루종일 이 방, 저 방 찾아다니면서 냄새나는 뒷동네를 도맡아서 닦아드려야 하고!

 

몸이 아픈 어르신들의 이런저런 하소연을 듣고, 치매 어르신이 본 환상이나 환청 이야기에 맞장구를 치면서 하루를 지내고 나면 몸도 마음도 지쳐갑니다.

 

 

이제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직업교육을 찾는 16~17살 아이들에게 요양보호사 직업교육을 적극 권장하고 유치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실제로 20살도 안된 실습생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20살에 시작해서 60살 혹은 65살까지 직업의 세계에 있어야 하는데..

그 아이들은 40년 혹은 45년 동안 어르신들 궁디만 닦아야 한다는 이야기죠.

 

나이 먹을 만큼 먹고, 인생 살 만큼 산 40~50대 같은 경우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도 있고,  (은퇴 할 때까지) 얼마 일을 안 해도 되니 일하는 동안 마음을 다해서 할 수도 있겠지만..

 

20살짜리는 과연 몇 년이나 요양원에서 일을 하며 버틸 수 있을까요?

 

어린 아이들에게 상대방을 가엽게 생각하는 “측은지심”이 있을 리 만무할 테니..

그냥 직업적으로 배우고, 기계적으로 일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직원이 부족해서 일이 조금씩 더 힘들어지는 것을 모두들 이야기 하지만,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인지라..

 

견딜 수 있을 만큼만! 할 수 있는데 까지만!

지금 직원들은 이런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인력고갈의 문제는 금방 나아지지 않을 상항인데,

오스트리아의 정치는 어떻게 이 문제들을 해결할지 그것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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