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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들

국적을 초월하는 세상의 시어머니

by 프라우지니 2018.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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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혼을 했다고 하면 사람들은 생각합니다.

 

“시집살이는 안 하겠다고“

 

저도 그런 줄 알았습니다.

서양인 시어머니는 한국인 시어머니랑은 조금 다른 줄 알았습니다.

 

우리가 다른 도시에 살 때는 시집에 다니러 와도 시어머니가 해주시는 음식을 먹었습니다.

서양에서는 며느리는 “손님취급”을 합니다.

 

시댁에 다니러 왔다고 해도 시어머니 주방에서 기구 등을 만질 때는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내 물건”에 집착하는 시어머니 같은 경우는 허락 없이 물건 만지는 걸 싫어하시니 말이죠.

 

하지만 싫다는 표정을 교묘히 감추시고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시죠.

“너는 안 도와줘도 된다. 그냥 나가 있다가 음식이 다 되면 그때 와서 먹어라.”

(사실은 쫓아내는 겁니다. “시어머니의 주방”이니 말이죠.)

 

이걸 외국인 며느리들은 착각하는 거죠.

역시 서양인 시어머니라서 며느리라고 일을 부려먹지 않고 대접 해 주시는구나.

 

제 시어머니도 “내 물건”에 집착을 하시는 거 같지만,

며느리가 주방에 들어가면 쫓아내시지는 않는지라..

 

요리하실 때 며느리가 주방에 들어와서 야채를 다듬고,

샐러드를 씻거나 테이블 위에 그릇을 세팅 하는 것 정도는 도와드립니다.

 

식기세척기에 들어가기 어려운 큰 그릇들은 바로 씻어서 닦아 제자리에 놓기도 하죠.

 

내가 손님 일 때는 일 년에 겨우 몇 번 보는 시어머니이고,

같이 식사를 할 때나 얼굴을 마주하는지라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습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 밥 해 주시는 자상한 외국인 시어머니”셨고,

나는 “주방 일을 잘 도와주는 외국인 며느리”였죠.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니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라고 간섭받는 일은 없었습니다.

며느리는 가끔 다니러 오는 손님이니 말이죠.

 

하지만 저희가 시댁에 들어와 살면서 얼굴을 자주 보게 되니,

서양인 시어머니도 한국의 시어머니와 별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잔소리도 하시고, 싫은 소리도 하시고, 우리 방에 노크도 없이 들어오시고,

 

우리에게 온 우편물을 가지고 오셨음 주시고 가시면 되는데..

우리 방에 계속 머무시면서 이런 저런 것을 물어 오십니다.

 

살면서 느끼는 건데 간섭도 심하게 하십니다.

심지어 며느리가 옷 산 것까지 간섭을 하시죠.

 

그동안 살면서 알게 된 시어머니의 성격은 변덕도 심하시고, 질투도 심하십니다.

그래서 며느리를 대하는 태도에 높낮이가 있죠.

 

기분이 좋으신 날은 살갑게 대하시다가 며칠씩 며느리를 소닭보듯이 하실 때도 있습니다.

뭔가 며느리에게 기분상한 일이 있으시다는 이야기인데, 왜 그러시냐 묻지는 않습니다.

 

질투는 주로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 보입니다.

 

일요일마다 오시는 시 큰어머니랑 며느리가 사이좋게 안부를 주고받고 대화를 하고나면,

나중에 며느리에게 와서 하시는 한마디.

 

“너 그거 아냐? 너희 시 큰아버지(시아버지의 형님) 내외는 외국인 안 좋아한다.”

 

날 볼 때마다 뚱한 표정으로 쳐다보시는 시 큰아버지가 그렇다는 건 알았지만..

 

시 큰어머니는 날 볼 때 마다 이름을 불러주시고 살갑게 대해 주시는지라, 저도 살갑게 대했는데 시어머니는 시 큰어머니도 외국인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며느리에게 귀띔을 해주십니다.

 

“내 며느리인데, 왜 내 동서랑 더 친해?”

 

뭐 이런 기분이 드셨던 모양입니다.

 

지금은 이혼을 하셨지만, 예전에 시숙모님도 저에게 엄청 살갑게 대해줬었는데..

그때도 시어머니는 시숙모님의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며느리에게 하셨었죠.

 

몇 번 그런 일을 겪으면서 시어머니의 질투를 며느리는 파악했습니다.

 

 

 

유난히 더운 올 여름.

땀이 많이 나는지라 침대보 위에 이불보를 하나씩 더 깔았습니다.

 

이불보는 두 겹이라 한 겹인 침대보보다 땀을 더 잘 흡수하기도 하고,

눅눅하면 빼서 빨기도 쉬워 다시 기분 좋은 새 침대보를 즐길 수 있어서 말이죠.

 

우편물을 주시러 우리 방에 오셨던 시어머니가 안 나가시고는..

침대보 위에 덧깔린 이불보를 보시고 한마디 하십니다.

 

“아니, 왜 이불보를 침대보 위에 덧 씌웠니?”

“땀이 많이 나서 침대보 보다는 2겹인 이불보가 더 좋더라구요.”

“이렇게 이중으로 깔면 빨래할 때 물도 더나오고, 전기도 더 나오잖니.”

“....”

 

아무리 며느리가 편해도 그렇지 이런 말씀은 하시면 안 되는데..

 

우리가 공짜로 사는 것도 아니고 월세를 내고 사는 세입자이건만.

다른 서양인 시어머니는 안 그런데 제 시어머니만 이러신 건가요?

 

너무 가깝우니 이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서로 거리가 있으면 “언제나 자상한 시어머니”로 계셨을 텐데..

옆집에 살다보니 실제 시어머니의 성격을 보이는 거죠.

 

며느리라고 시어머니한테 항상 기죽어 살지는 않습니다.

(전부는 아니지만) 할 말은 하고 살죠.

 

우리 집은 마눌이 방귀를 뀌면 남편이 뒤집어집니다.

http://jinny1970.tistory.com/1313

방귀 안 터주는 외국인 남편

 

지금은 결혼 11년째인데 아직도 마눌이 방귀를 뀌면 난리가 납니다.

도대체 언제쯤 마눌의 방귀를 그대로 받아주려는지..^^;

 

시부모님 네는 우리랑 정 반대입니다.

 

시아버지가 방귀를 뀌면 시어머니가 뒤집어지십니다.

시어머니는 여자이면서 방귀를 아무렇지고 않게 뀌시고 왜 시아버지는 안 되는 것인지..^^;

 

얼마 전에는 시아버지가 트림을 하신다고 시어머니가 자식들 다 있는데도 시아버지를 구박하셨습니다.

 

방귀도 아니고, 탄산이 들어있는 맥주를 드셨으니 트림은 당연한 것이구먼..

보다 못해 며느리가 한마디 했습니다.

 

“엄마, 트림은 자연적으로 나오는 거예요. 참을 수가 없는거라구요.

한국에서 트림은 실례가 되지 않아요.

밥 먹는 사람들 앞에서 코 푸는 것이 큰 실례지요.”

 

서양인들은 자연적으로 나오는 트림은 엄청난 실례라고 생각하면서..

식사 하는 사람들 옆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코를 풀어댑니다. 밥맛 떨어지게..

 

시어머니는 뭐든지 당신이 하면 괜찮고, 남이 하면 짜증이 나시는 모양입니다.

 

지난주에는 시누이가 온지라 시어머니 주방에서 함께 점심을 먹었는데..

식구 다 있는데 방귀를 뀌시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행동하시는 시어머니.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그때 며느리가 한마디 했었습니다.

 

“엄마, 방귀가 나온 것은 자연적이니 참을 수 없다고 해도 그것에 대해 미안하다는 이야기는 하셔야죠.”

 

벌써 잊으신 것인지 아무 말도 안하시니 며느리가 물었습니다.

 

“엄마, 할 말 있으시죠?”

“응?”

“할 말 있으시잖아요.”

 

이쯤 되니 시누이가 한마디 거듭니다.

 

“(방귀를 뀌었으니) ‘미안합니다.’ 해야지”

 

딸과 며느리가 같이 나서니 마지못해 날리시는 한마디.

 

“(방귀 꿔서) 미안합니다.”

 

시어머니는 온 가족 앞에서 방귀도 당당하신 것인지.

귀여우면서도 황당한 시어머니의 모습을 아주 자주 봅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서로를 바라봐야 좋은 관계인거 같습니다.

 

너무 가깝게 살아서 성격을 파악하고 나면..

시어머니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중 대부분은 가식이라는 것도 알게 되고,

아들과 딸내미는 챙기시지만 며느리는 안 챙기시는 모습도 보게 됩니다.

 

시댁에 들어와서 살아보니..

 

세상의 시어머니는 다 같은 거 같습니다.

시어머니라는 단어는 국적을 초월하는 거 같습니다.

 

“시월드, 시어머니, 시집살이“

우리나라와 다르지 않습니다.

 

단지, 멀리 살아서 그 실체를 못 보는 사람들이 많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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