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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들

사람마다 다른 집의 의미

by 프라우지니 2018.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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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요양보호사 직업교육을 받기위해 분주하게 여기저기를 기웃거릴 때,

만난 동양아낙이 있었습니다.

 

생전 처음 본 사이었는데, 수많은 외국인들 사이에서 나와 비슷한 같은 외모를 가진 동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안면을 트고, 말도 텄었죠.

 

그녀를 만난 이야기는 아래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jinny1970.tistory.com/1457

동양인들의 인정

 

그렇게 만나서 같은 학교에 다녔다면 지금쯤 절친이 됐을 수도 있었겠지만..

운명의 장난인지 막판에 저는 학교를 갈아타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학교+ 실습 요양원+노동청 허가

 

3박자가 맞아야 시작할 수 있는 직업교육인데, 그중에 날 실습생으로 받아준다고 했던 요양원에서 내 서류가 빠졌다는 이유로 다른 실습생을 선택하는 바람에 난 실습처를 잃어서 직업교육을 시작도 못해볼 상황인지라..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실습처를 제공하는 학교로 얼른 갈아탔습니다.

다행히도 다른 곳의 입학시험을 봤었고, 합격이 됐던지라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이때 차선책으로 선택했던 카리타스에서 저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교육을 받았으니, 결과적으로 저에게는 참 잘한 선택의 전환이었습니다.

덕분에 친구는 얻지 못했지만 말이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신 분은 오래된 이야기를 참조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1488

내 분실된 서류는 어디로 갔을까?

 

서로 다른 학교를 다녔었고, 학교 다니며 공부하고, 실습요양원에 엄청난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바빴던 2년간의 직업교육을 마치고 나는 그녀와 다시 만났습니다.

 

이제는 전문 직업인이 되었고, 시간제로 일을 하는지라..

서로 약간의 시간적 여유도 생긴 지라 얼굴을 마주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나는 그녀에 대해, 그녀는 나에 대해 아는 것은 없었습니다.

우리는 4년 전 입학시험장에서 만나서 잠시 커피 한 잔 마신 사이이니 말이죠.

 

서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4년이 지나서 만난 이유는 딱 하나죠.

 

서로를 위로하고 서로에게 잘 해 냈다고 위로도 해주고, 그리고 그녀의 직업교육과정은 어떠했고, 지금은 동료들과 또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도 궁금했습니다.

 

나라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지만 비슷한 연령대의 아시안 아낙이 같은 직업교육을 마치는 동안에 겪어온 경험은 비슷할 때니 말이죠.

 

 

4년 동안 우리를 연결해줬던 페이스북.

 

그녀가 가끔 올리는 사진을 보면서 잘 살고 있구나!여기듯이 ..

그녀 또한 가끔 올리는 내 사진을 보고 잘 해내고 있구나!생각도 했겠죠.^^

 

그녀가 실습요양원의 직원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린 날.

그녀가 어쩜 나보다 더 실습요양원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우리 요양원에서 처음부터 날 챙기고, 가르쳐준 내겐 참 고마운 동료들도 있지만,

 

간만에 만나거나, 축하할 일이 있음 Bussi 부시(서로 뺨을 대고 하는 인사)를 하면서 살짝 안아주는 정도이지 이렇게 친하게 서로를 안고 사진 찍을 만한 직원은 나에게는 없는디..^^;

 

처음부터 계속, ~ 내가 하는 일, 내가 하는 말, 내가 요양원 어르신을 대하는 태도에 딴죽을 걸면서 날 적대적으로 대하는 직원도 있는지라...

시간이 나도 직원들의 수다에 동참하기 보다는 그냥 어르신들 방을 찾아다니죠.

 

나의 태도에 딴죽을 건 직원이 나랑 같은 직급의 요양보호사라면 그러려니 하는데..

도우미나 청소를 하는 직원이 딴죽을 거니 참 속이 터집니다. 자기나 잘하지.

 

지니, 그렇게 너무 친절하게 대하면 어르신이 네 머리 꼭대기에 올라앉아서 널 부리려고 하니까, 다정하게 말하지 마!

 

애초에 어르신들에게 만만히 보이지 말라는 이야기죠.

그렇다고 요양보호사가 어르신들 머리위에서 군림하면 일이 쉬워지나요?

 

나랑 다른 직종의 직원들이 나에게 배나라~ 감나라~ 하는 건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냥 속으로 말하죠~ 너나 잘 하세요~

 

나는 내 나름대로 정해놓은 규칙과 기본을 따르며 일을 하니 말이죠.

 

이야기가 또 삼천포로..

 

역시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새롭게 알게 되는 정보들이 꽤 됩니다.

 

그녀에게 들은 가장 놀라운 뉴스는...

부부가 버는 수입중 한쪽이 번 것은 오로지 월세로 나간다는 사실.

 

한 달 월세가 1200유로(더 되나?)정도 되는데, 그걸 내면서도 린츠 시내의 Wohnung 보눙(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이 아닌 연립, 아파트 등을 다 포함) 지층에 사는지라 옆에 마당에 딸려있는데 내는 월세가 어마어마합니다.

 

 

그녀가 말하는 마당이 있는 보눙과 비슷한 곳입니다.

 

지층(우리는 1충이라 생각하죠)같은 경우는 마당이 딸린 경우가 있는지라

(집을 사도 비싸니,) 월세도 다른 층에 비해서 조금 더 비싸지 않나 싶습니다.

 

15년이 넘게 같은 보눙에서 그 엄청난 월세를 내면서도 계속 살고 있다고 합니다.

 

보통의 보눙같은 경우는 지은 지 10년이 넘으면 살던 입주인에게 집을 파는 경우도 있고,

애초에 집을 사서 30년 정도 이자를 월세처럼 내면서 사는 경우도 있던데..

 

외국인으로 이 땅에 살면서 자기명의의 집도 없이 월세 집을 사는 것도 사실 부담이죠.

매달 월세로 나간 돈만 모았어도 웬만한 집 한 채는 살 수 있었을 텐데..

 

왜 집을 안사고 그렇게 부담되는 월세를 꼬박꼬박 내고 살아?

남편이 은퇴를 하면 캄보디아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어.

그럼 너희 아이들은 어떻게 해?
그 아이들은 아마도 여기서 계속 살아가지 않을까?

너도 캄보디아로 돌아갈 꺼야? 넌 은퇴하려면 멀었잖아.

나도 모르겠어.

 

남편과 나이 차이가 꽤 나는지라 남편은 낼 모래 은퇴한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아직 40대 중반인 그녀가 은퇴하려면 15년은 더 일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남편이 캄보디아로 들어간다고 하는데, 혼자 가라고 할 수는 없을 테고..

같이 따라 들어가면 그녀는 은퇴연금을 받을 자격(최소 15년 이상)이 안 될 텐데..

 

그래도 비싼 월세 내는 걸 절약하면 나중에 조금 노후가 조금 더 여유롭지 않을까?

남편이 지금 사는 집에 애착이 많아서 다른 데로 옮기는 건 싫은가봐.

그럼, 지금 사는 그 집을 사는 방법도 있지 않았어?

대부분 지은 지 조금되면 팔지 않아?

우리가 사는 곳은 애초에 매매가 안 된다는 안내를 받았었어.

 

그녀가 사는 보눙은 개인사업자가 아닌 주택공사(는 아니고) 비슷한 곳에서 건물을 지어서 관리하면서 임대를 하는 곳입니다.

 

보통은 지어서 파는 목적인데, 매매 대신에 임대만을 하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그날 저녁 남편과 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남편은 월세 지출은 되도록 적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형이죠.

 

결혼 전 남편이 살던 작은 원룸의 임대료는 전기, 수도, 난방비 포함 300유로.

남편은 이 집에서 10(인가?)살다가 결혼을 하면서 그 집을 나왔죠.

 

그리고 우리가 살던 그라츠 월세집.

다른 곳에 비해 저렴한 임대료에 남편회사가 차로 달랑 5분 거리였죠.

자전거를 타고 다니겠다고 해 놓고는 나중에 스쿠터를 사서 타고 다녔습니다.^^;

 

그때 남편이 낸 돈은 전기세까지 다 포함해도 450유로 정도가 됐었죠.

겨울철에는 난방비까지 포함이었는데도 말이죠.

 

450유로 월세를 살다가 시댁에 들어와서 살고 있는 지금 우리가 내는 월세는 매달 300유로인지라, 우리에게는 월 1200유로 지출은 남의 나라 이야기입니다.

 

그리곤 알았습니다. 집은 되도록 적은 임대료를 내고 적당한 공간만 있음 된다고 생각하는 우리부부와 다르게 비싼 월세를 감당하면서도 그녀의 남편이 그 집에 계속해서 살고자 하는 이유는 아마도 안락하고 편안한 집을 원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문화도, 피부색도, 말도 다른 오스트리아에 보트피플로 입성해서 말을 배우고, 직업교육을 받고, 한사람의 전문 직업인으로 서기까지의 고단한 삶이 있었겠지요.

 

밖에서의 고단한 삶을 쉬어줄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집뿐이니 그들이 생각하는 집의 의미와 우리부부가 생각하는 집의 의미가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부부는 과하다고 생각하는 한 달 월급에 해당하는 월세 1200유로 지출이..

그들에게는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우리 집에 투자하는 돈일 테니 말이죠.

 

우리부부는 "집이란 두 다리 뻗고 쉴 수 있는 공간"만 있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길 위에서 봉고를 개조한 캠퍼 밴을 집 삼아서 살았겠죠.

 

우리가 다시 집을 얻는다고 해도 우리는 되도록 저렴한 월세를 얻지 싶습니다.

침실 하나, 거실 하나면 딱이거든요.

(물론 부엌, 욕실, 화장실은 당근 있어야죠.^^)

 

우리도 나이가 들면 조금 더 편안하고 안락한 집에서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쯤이면 우리도 (월세집이 아닌) 우리 집에 투자를 하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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