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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나에게는 너무나 완벽했던 하루

by 프라우지니 2018.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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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주 20시간, 시간제 근무를 하는 요양보호사지만,

하루 하는 근무가 그리 녹녹치는 않습니다.

 

하루 11시간을 요양원을 가로질러 다니면서, 이 방 저 방을 찾아다녀야 하고!

 

이 할배, 저 할매 지나치면서도 말을 걸어 아는체 해야 하는지라..

하루 근무가 끝나면 몸도 정신도 정말 녹초가 됩니다.

 

그래서 어떤 직원이랑 근무하는지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서로 각기 다른 일을 찾아다니면 서로 조금 수월하게 근무를 할 수 있거든요.

 

어제는 정말 완벽한 하루였습니다.

간호사 한명에 동료 직원 2명이 어찌 이리 환상의 조화를 이루는지..^^;

 

다른 간호사들은 요양보호사들이 바쁜 시간에 한두 어르신 간병도 해주면서 도와주는데..

요양보호사가 아무리 바빠도 절대 도와주지 않는 뺀질이 (1년차에 들어가는 남자)간호사에!

 

같이 일하는 동료는 내 이야기 속에 한번 등장했던 M.

그리고 하임힐페(도우미)인 남편의 외사촌 형수,R

 

어떤 인간형인지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M은 여기에 등장하고..

 

http://jinny1970.tistory.com/1593

내가 친 사고, 고자질

 

 

 

저도 윗글을 한번 읽으려 클릭했었는데..

이때는 직원배치가 엄청 여유 있었네요.

 

지금은 간호사 한 명에 요양보호사 2~3명이 28분(인가?)의 어르신을 돌봅니다.

전에 비해서 엄청 빡세게 일하고 있습니다.^^;

 

http://jinny1970.tistory.com/2671

친척이 된 동료

 

도우미인 R을 오전에 간병(어르신 씻겨드리는)근무 하라고 했던 모양인데..

얼마나 도움이 되려는지..^^;

 

3명이 할 일은 오전시간(보통8시~점심시간인 11시 30분까지)

모든 어르신을 간병해야합니다.

 

여기서 잠깐!

요양보호사는 독일어로 “Altenpfleger 알텐플레거”라고 불리며..

 

Alten 알텐(노인) + Pflege플레게(돌봄, 양육, 간병, 간호, 보호, 후견)

두 단어의 복합어입니다.

 

요양보호사는 Alten 알텐(노인)들을 “Pflegen 플레겐(간병하다)하는 사람이죠.

 

그래서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들이 하는 모든 일들을 한마디로 Pflegen플레겐(간병하다). 그래서 제가 단순하게 “간병하다”로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을 표현하죠.

 

자세하게 그 "간병하다"를 열거 해 보라면..

 

어르신들 씻겨드리고, 옷 갈아입혀드리고, 혼자 못 드시는 분들은 식사를 먹여드리고, 화장실에 혼자 이동이 불가능하신 분들 부축해서 모시고 가고, 궁디를 못 닦는 어르신들은 궁디도 닦아드리고, 오후에 시간이 나면 어르신들 모시고 산책도 다니고, 어르신들과 이야기도 나눠드리고, 노래도 같이 불러드리고, 침대에 누워만 계시는 와상환자같은 경우는 씻겨드리고, 먹여드리고, 기저귀가는것 등등..

 

 

 

의료적인 일이 아닌 모든 일상생활은 “간병”이라는 단어로 표현됩니다.

3명의 직원 중 목욕탕 근무로 한명이 들어가면 두 명이 나머지 분들을 다 책임져야 합니다.

 

오늘은 어르신 3명을 목욕시켜드려야 하는데,

다 스스로 하시는 분들이신지라 목욕탕 근무가 힘들지 않은 날입니다.

 

8시에 출근한 나에게 M이 날리는 한마디.

 

“목용 탕에는 내가 들어 갈 께!”

 

자기는 제일 쉬운 일을 하겠다고 선전포고를 합니다.

자기는 달랑 3명만 씻겨드린다는 이야기죠.

 

나머지 25분은 나랑 R이 책임지라고 말이죠.

 

사실 R이 간병을 할 거라는 기대는 하지도 않았습니다.

원래 몸을 움직이는 거보다 입을 놀리는 것을 더 잘하는 인간형이거든요.

 

그리고 도우미가 할 수 있는 간병은 혼자 활동이 가능하신 어르신의 작은 수발 정도만 가능합니다. 말 못하는 어르신들이나 침대에 누워계신 어르신들을 씻기는 등의 전문적인 일은 하지 못합니다.

 

R이 할 수 있는 가벼운 일을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어르신 중 몇 분은 혼자 씻고, 드시고 하시는 분들이라 방마다 들어가서 이미 사용하신 수건을 내오고 다시 새 걸 갖다 드리고, 침대 정리를 해 드리고, 뭘 필요한 것이 있는지만 물어보면 되는지라 간단합니다.

 

저는 거동이 힘드신 분들이나, 와상환자들을 씻겨드리느라 바쁘게 다녔습니다.

 

보통은 4분인데, 이날은 가벼운 도움만 필요한 분 3분이 목욕을 한지라,

시간이 많이 남았음에도 M은 혼자 고생하는 절 돕겠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고..

 

 

 

 

(내가 나머지 어른들 간병하는 동안에..^^;)

흡연실에 들어가서는 휴식을 아주 오래 취했습니다.

 

R도, M도, 뺀질이 간호사도 다 흡연자들인지라 이날 시시때때로 흡연실로 갔습니다만,

저는 흡연도 안 하고 앉아서 쉴만한 곳도 없는지라 내내 근무만 했던 오전이었습니다.^^;

 

오전 근무만 한 R이 퇴근한 오후에 M과 저 달랑 둘만 있는데도, M은 10분에 한 번씩 담배를 피우는지, 아님 일부러 흡연실에 쉬러 들어가는지 자주 자리를 비웠습니다.

 

M이 없으니 혼자 남은 저 혼자 방에서 부르는 호출에 뛰어다니고,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에게 달려가는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이날은 혼자 하루 종일 땀을 뻘뻘 흘리면서 뺑이 친 완벽한 하루였습니다.

 

뺀질이 간호사도, M도,R도 눈에 보이게 대충 근무하고 땡땡이치는 인간들인지라..

내가 좋아하지 않는 직원들인데..

 

늘은 어찌 이리 한 세트로 묶어서 근무가 정해진 것인지..

 

오후에 M이랑 잠깐 이야기를 하다가 그녀가 근무시간을 늘였다는 걸 알았습니다.

전에는 주 30시간이었는데, 지금은 주 35시간을 하고 있답니다.

 

그러면서 묻지도 않는 말을 합니다.

 

“주 5시간 늘였더니 한 달에 200유로가 더 나와.”

“너 주 30시간 할 때는 세후 월급이 얼마였는데?”

“그때는 1400유로정도 됐는데, 지금은 1600유로에 휴일근무하면 더 붙고!”

 

제대로 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이는 직원들은 주 30시간만 일해도 지친다고 하는데..

 

쉬운 일만 찾아다니고, 대충 일하고, 일이 보이면 얼른 화장실로 가버리고,

틈만 나면 흡연실에 짱 박히는 그녀는 일이 수월하니 근무시간을 늘인 모양입니다.

 

 

 

우리 요양원 직원 근무표.

 

그러고 보니 그녀 말고 근무시간을 늘인 직원이 하나 더 있습니다.

 

어떤 직원인지 궁금하시면 아래를 클릭하세요.^^

http://jinny1970.tistory.com/2706

직원회의에 대한 나의 생각,

 

요양원 입주민 “질식사”에 “심장마비사” 까지 노리는 듯이 보이는 직원,S.

 

전에는 그녀가 오전에 간병 해 준 남자 어르신을 오전에 모시고 화장실에 갔는데, 똥고 쪽에 대변을 제대로 닦아주지 않아서 벌겋게 살이 다 부어올라서 간호사에게 보여주고, 적당한 연고를 발라준적이 있었습니다.

 

오전 근무가 끝나고 각기 자신이 맡았던 어르신들의 상태를 이야기하는데..

그녀는 자기가 맡았던 어르신들은 다 “문제없었다.”로 대답을 했습니다.

 

대충보고, 자세히 안 보면 문제가 안 보이죠.

 

특히나 신경 써서 보려면 고개를 숙여서 들여다봐야하는데..

냄새나는 궁디쪽에 마른 대변이 붙어있어도 그냥 새 기저귀 채우면 끝입니다.^^;

 

그녀가 짧게 끝낸 답변 뒤에 제가 그 어르신에 대해서 설명을 했습니다.

 

“항문주위로 대변이 많이 묻어있어서 피부가 벌겋게 일어난 상태라, 깨끗이 닦아내고 피부를 보호하는 연고를 발랐다. 앞으로 주의해서 살펴보길 바란다.”

 

대충 일 하고, 힘든 일을 피해가면 참 쉬운 요양원 근무입니다.

그러니 돈을 더 벌 목적으로 시간을 늘리는 거겠죠.

 

 

 

하지만 제대로 일하면 주 20시간도 참 힘든 것이 요양원 근무입니다.

 

화장실에 모시고 가면 궁디 주변에 이상은 없는지, 고개를 숙이고 자세히 들여다봐야하고!

여기저기 아프다고 하시는 분들에게는 성의껏 오일을 발라서 마사지를 해 드려야 하고!

 

파킨슨 치매라 자주 공격적이 되시는 어르신이 직원들한테 주스를 뿌린다고 맞받아서 물을 뿌리는 것이 아니라 잠시 진정이 되기를 기다려 손 한 번 잡아들이고, 살짝 웃어주는 것도 내 일입니다.

 

치매가 있으신 분들도 아이들처럼 상대방이 “자기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아십니다.

 

화가 난 상태여서 소리를 지르고, 때리려고 손을 허공에 흔들어대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직원이 손을 잡아주고, “우리 화장실에 잠깐 갔다 올까요?”하면 일어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내가 그들처럼 똑똑(?)하지 않아서 일을 더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왕에 하는 일이고, 이왕에 보내는 하루이고, 이왕에 흘리는 땀인데,

이왕이면 그들이 칭찬하고, 좋아하고, 얼굴보면 활짝 웃으면서 반기는 직원이고 싶습니다.

 

입주민들을 윽박지르고, 도움이 필요하다는데 모른척하고, 그 시간에 흡연실에 가서 시간을 보내면, 내 몸이야 편하고, 또 근무시간을 늘여서 더 돈을 벌면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일을 하면, 뒤에서 손가락질하는 동료직원과 요양원 어르신들의 미움을 받겠지요.

대충 일하고, 뺀질거려서 동료직원에게 민폐가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왕에 하는 일 즐겁게, 내가 조금 더 힘들어도 먼저 일을 찾아나서야, 나와 근무하는 동료직원이 나와 호흡을 맞추기 위해서 더 열심히 일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요양원에 근무하면서 영혼 없이 대충 일하는 직원들은 나중에 자신들이 늙어서 요양원에 들어가면, 꼭 자기 같은 직원들을 만나게 되길 바랍니다.

 

 

 

궁디에 대변이 묻어있는데 깨끗하게 닦는 대신에 얼른 새 기저귀를 채워버려서 피부가 벌겋게 부어올라 살이 헐어보고,

 

이가 없어서 씹을 수가 없는데, 고기 덩어리를 입에 넣어주고는 빨리 안 삼킨다고 구박하면서 또 다른 고깃덩어리를 넣어서 얼굴이 퍼렇게 될 때까지 질식도 당해보고,

 

화장실 가고 싶다고 하는데, 기저귀 차고 있으니 그냥 기저귀에 소변을 보라고 하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손짓해서 직원을 부르는데, 자기들 담배 피러 가면서 그걸 못 본척하는 이런 직원들의 소소한 행동들이 그 일을 당하는 어르신에게는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 자기가 직접 겪어보면 피눈물을 흘리려나요?

 

나에게는 심하게 뺑이친 완벽한 하루였고, 덕분에 다른 날보다 더 녹초가 됐지만, 나와 근무한 3인의 뺀질이들은 편하게 근무한 하루였겠지요?

 

내가 멍청해서 그들보다 더 일을 하는 건 아닙니다.

또 그들을 위해서 (그들이 더 쉬라고 )내가 더 일을 한 것도 아닙니다.

 

나마져 할 일 앞에서 눈을 감아버리면 더 불쌍해지실 어르신들 때문에 모른 척 할 수가 없어서 나라도 열심히 일을 해야 했습니다.

 

(내가 간절하게 피하고 싶은) 이렇게 날 환장하게 만드는 이런 직원들과 또 근무를 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힘들면 힘든 대로) 함께 신나고 즐겁게 일하는 직원들과 하는 근무도 있고, 또 나보다 더 힘든 환경(더 땡땡이치는 직원들?)에서도 묵묵히 근무하는 선배직원들도 있는지라 저도 그들을 따라합니다.

 

M은 한두 번 더 근무를 해 본 후에 너무 지나치다 생각되면 상사에게 이야기할 생각입니다.

“함께 근무 하고 싶지 않다.”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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