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면을 튀긴 라면보다는 국수를 더 좋아하는 아낙입니다.
라면은 일 년에 한 번 먹을까 말까 할 정도로 라면과는 담을 쌓고 살았던 아낙이었죠.
아주 드물지만 먹었던 인스턴트 라면의 이름을 들어보라면..
멸치 칼국수, 생생우동 같은 종류로..
인스턴트지만 튀기지 않은 건면을 선호했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시면 “이 아낙이 날씬한 몸매를 가지고 있나?” 하시겠지만..
몸매 펑퍼짐한 중년아낙입니다. 그래서 더 기름기를 멀리 하려고 노력하죠.)
그랬었는데..
한국을 벗어나서 살게 되면서 가끔은 그렇게 안 먹던 라면을 땡길 때가 있습니다.
특히나 드라마를 보는데, 드라마에서 라면 먹는 모습이 나오면..
꼭 라면을 먹어야 할 것 충동을 느끼곤 합니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사다놨던 라면 두어 개를 드라마 보면서 다 해치워버렸습니다.^^;
잠시 일상을 떠나 있다가 다시 나의 일상이 있는 오스트리아로 돌아오는 길.
필리핀 공항에서 잠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시간.
나의 일상에서 라면은 아무데나 살 수 있는 식품이 아닙니다.
시간 내고 돈 들여서 전차를 타고 시내에 가야만 구입이 가능한 것들인데..
하지만 필리핀 공항에는 가게마다 팔리는 것이 한국 컵라면이었네요.
출국하려면 3시간 남짓 남은지라 간단한 간식을 먹기로 했습니다.
참치 샌드위랑 음료 한 병을 시키는데 자꾸 눈에 밟히는 컵라면!
평소에는 있어도 안 먹고, 줘도 안 먹는 라면인데 이번에는 라면만 눈에 들어옵니다.
그래서 컵라면도 주문했습니다.
“맨날 만나는 컵라면도 아닌데 까짓 거 먹지 뭐!”
그렇게 저는 100페소짜리 제 인생 최고로 비싼 컵라면을 필리핀 공항에서 먹었습니다.
한국에서야 분식집에서 끓여주는 라면 값이 평균 3,000원정도이지만.
컵라면은 뜨거운 물만 부으면 되니 편의점 같은 곳에서도 천원 남짓한 라면 값만으로 먹을 수 있는 저렴한 제품이지만, 필리핀 공항에는 컵라면에 뜨거운 물만 부어주고 100페소(2500원 상당)
잘 안 먹는 라면이고, 혹시나 라면을 먹어도 국물을 절대 안 마시는 아낙이었는데..
필리핀 공항에서는 컵라면의 모든 라면가락은 다 챙겨서 먹었고,
국물도 홀짝거리면서 마셨습니다.
혹시나 라면을 끓여도 라면만 건져먹고 국물은 다 남편에게 밀어줬었는데..
참치샌드위치를 먹으면서 마신 매콤한 라면 국물은 의외로 궁합이 잘 맞았습니다.
살다보니 사람이 변하고 입맛이 변하는 것일까요?
아님 컵라면을 자주 먹을 수 없는 현실로 돌아가는 나에게 주는 일종의 보상 이였을까요?
보상치고는 저렴한 100페소였고, 컵라면 치고는 비싼 100페소였지만,
한국을 떠나서 먹는 한국라면의 맛을 제대로 느낀 값어치는 그 이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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