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오래전 처음 필리핀에 도착 했을 때,
이곳에서 가장 신기했던 것은 우리나라에는 없는 필리핀의 “소포장 상품”들이였습니다.
우리는 샴푸를 사도 보통 200ml이나 300ml 혹은 500ml 짜리가 있겠고..
여행용으로 나오는 제품도 최소 50ml 인데..
필리핀의 소포장 상품은 (우리가 흔히 보는 샘플사이즈로) 딱 한번 사용 가능한 분량입니다.
이런 제품들이 일부 샴푸, 린스, 데이크림, 썬크림등에만 해당 되는 것이 아니라..
거의 전제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과자도 소포장, 공산품도 소포장.
주방세제, 세탁세제, 울 세제 등등.
이런 소포장이 기존용량에 비해서 가격이 꽤 비싼 편인데도 사람들은 소포장을 이용하는 모양인데, 각자 경제적인 여유가 되는대로 한 개 혹은 한 묶음 단위로 사다가 사용을 하죠.
실제로 지인이 하는 식당에서 보니 주방세제를 대용량으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소포장으로 사다가 사용하는지라 왜 더 비싼 제품임에도 이렇게 사는 것인지 물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필리핀 직원들은 용량을 정확하게 쓰는 방법을 모르는지라..
한 통이 있으면 그 한 통을 그냥 다 써버린다"고 합니다.
소포장 제품이 가격 면에서는 (대용량에 비해) 더 비싸지만, 직원들이 대중을 못해서 마구 써버리는 지라, 오히려 소포장이 직원들이 나름의 사용량을 가름하는데 더 편해 하고, 또 이것이 돈을 더 아낀다는 이해가 될 듯 말듯한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필리핀의 소포장 제품의 나라입니다.
구멍가게에 해당하는 동네 코너마다 있는 사리사리 스토어에도 소포장 제품들을 커튼처럼 가게 앞에 쭉 걸어놓고 판매를 하고 있고, 커다란 슈퍼마켓을 가도 이런 소포장 제품을 묶음으로 팔고 있습니다. 각자 소포장 제품을 하나만 떼어서 살 수도 있고, 묶음으로 살 수도 있는 거죠.
왜 사람들은 일반용량보다 더 비싼 소포장 제품을 선호하고 사는 것인지..
사실 그 이유는 조금은 슬픈 이유입니다.
한국식당에서는 직원들이 헤프게 써대니 소포장이 오히려 절약하기 좋아서 사용을 하지만..
실제로 소포장 제품을 사는 사람들은 돈이 없는 일반 서민들입니다.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아서 샴푸, 세제 등의 생활용품을 대용량으로 사버리면 돈이 모자라서 다음 월급이 나올 때까지 다른 것들을 못 사게 되니, 전부 소포장 제품을 이용 하는 거죠.
휴지도 한롤 대신에 한 개, 쌀도 10kg짜리 포장 대신에 1kg.
이런 식으로 말이죠.
왜 그러는지 몰랐을 때는 “큰 걸 사면 더 싼데..”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소포장 제품이 가격 면에서는 조금 더 비싸기는 하지만 빠듯한 월급으로 살아가는 서민들이 필요한 모든 것을 사려면 소포장으로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죠.
동남아 국가의 소포장 제품들의 시작이 정말로 내 맘대로 해석한..
돈 없는 서민을 위한 대기업의 마케팅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만약 정말로 돈 없어서 큰 걸 못사는 서민들을 위한 대기업의 상술 이였다면..
제대로 돈을 쓸어 담고 있는 거 같습니다.
빨래에 울 세제 안 넣는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닌데..
안 써도 될 거 같은 “울 세제”도 소포장이니 돈 없는 사람들도 꼭 사용을 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절약은 “가난하면 아껴야지.”인데..
더운 여름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가난해도 남들이 하는 건 다 하고, 물건도 다 써야지.” 여서
이런 소포장 제품들이 더 잘 팔리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소포장제품을 사는 사람들은 다 가난한데,
“남들이 쓰는 걸 나도 쓴다.“는 자신감은 줄 수 있는 것인지..
동남아 국가의 소포장 제품의 출발은 정말 어떤 이유에서 이었을까요?
그것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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