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좋아하는 듯이 보이는 남편이 어릴 때 집에서 키워봤다는 동물은..
토끼, 금붕어, 햄스터.
동물을 대놓고 안 좋아하는 마눌이 어릴 때 키워본 동물을 없습니다.
내 어린 시절은.. 서울의 아스팔트를 뛰어다니며 놀았거든요.
아기가 없는 부부들은 자식삼아서 애완동물 한 마리쯤은 키운다고 하던데..
우리 집은 서로를 키우는지라, 따로 동물을 들이지는 않았습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마눌은 남편을 큰 아들같이 키우고, 남편은 마눌을 큰 딸같이 키운다는 이야기죠.
그런 우리가 필리핀에서 아기 진돗개를 만났습니다.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상태인데 엄마한테 떨어져서 왔던 아기 진돗개.
“이번에 새끼를 낳으면 한 마리 줄께!” 하셨던 지인이 “빨리 가져가, 주변에서 다른 사람들이 달라고 난리란 말이야.” 그렇게 한 달도 안 된 강아지가 우리가 머무는 동안 우리 앞에 나타났었습니다.
동물을 못살게 구는 것인지, 예뻐하는 것인지 구분이 안 가는 남편은,
틈만 나면 아기 진돗개랑 같이 놀았습니다.
안겨있는 아기 진돗개는 전혀 편해 보이지 않는 표정인데, 안고 있는 남편은 혼자서 신나하죠.
생후 4주도 안된 녀석이 밥이나 우유보다는 고기를 더 잘 먹어서 우리를 놀래키더니만..
밤에는 잠을 안자고 낑낑대는지라, 할 수 없이 다시 엄마한테 보내야 했었습니다.
가서 엄마 젖이라도 더 먹고, 조금 더 커서 오라고 말이죠.
그렇게 다시 엄마를 만난 아기 진돗개.
엄마는 흰 진돗개, 아빠는 누런 진돗개 사이에서 태어난 순종 진돗개.
낳은 여러 마리 중에 나름 뽀얀 암놈이라 지인에게 발탁이 되었던 녀석.
다시 찾은 엄마 곁에는 하나 남은 녀석의 형제만 남아있습니다.
다른 형제들은 이미 여러 사람들에게 입양 갔고,
나머지 한 마리는 개 주인께서 키우시겠다고 하셨는데..
또 누군가가 손을 벌린다면 주실 것이 뻔 한 맘 약한 주인이신지라,
사진 속에 누런둥이 강아지가 아직도 그곳에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새끼를 낳고 많이 아팠다는 엄마 진돗개. 살이 많이 빠진 상태였는데도, 멀리 갔던 아기가 돌아와서 젖을 빨면서 늘어지니 가만히 있습니다.
남의 집으로 입양 가서 밖이 아닌 방안에서 자고, 흰죽이 아닌 고기로 포식하다 왔지만..
엄마의 눈에는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불쌍한 자식인거죠.^^;
일주일 엄마 젖을 더 먹고 돌아왔던 아기 진돗개는 우리부부의 사랑을 듬뿍 받았었습니다.
그래서 돌아온 후 얼마동안은 통화할 때마다 매번 아기 진돗개의 안부를 묻고 했었습니다.
애완동물이랑 같이 살면..
털이 날려서 싫고, 목욕을 시켜야 하고, 똥도 치워야 하고, 아프면 병원에도 데리고 가야하고,
매일 산책도 시켜야 하는 등 날 귀찮게 하는 일이 너무도 많은데..
매번 전해 듣는 그 녀석은 참 기특하고 영리하고, 꽤 매력적인지라..
우리도 한 마리쯤 같이 살았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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