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나이가 들수록 살이 찐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같은 분량을 먹어도 나이가 들수록 몸에서 필요한 칼로리는 줄어드니 말이죠.
살이 조금씩 찌고 있는지라..
“살을 빼야지..”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이놈의 입맛은 내 생각과는 다르게 아주 좋은지라..
집에 있을 때도 잘 챙겨먹고,
요양원에 일을 가서도 10시에 먹는 간식에, 점심, 저녁까지 꼬박꼬박 챙겨먹었습니다.
그래 놓고 하는 말.
“요새 내 몸무게는 내 인생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니..”
나만 그런 줄 알았었는데..
내 말에 내 동료들이 전부 한마디씩 합니다.
“나도야, 지금 67kg인데, 지금까지 이런 적이 없었다니깐.”
동료들이 대부분 40대 후반에 50대 초반의 아낙들인지라..
다 비슷한 몸매를 소유하고 있고,
다들 나처럼 자꾸 늘어나는 몸무게에 신경을 쓰고 있었나 봅니다.
집에서 가끔 내배를 보고 남편이 하는 말.
“저 배 봐라, 배!”
“웃기셔. 나는 3개월이지만, 당신은 9개월이거든!”
남편 배가 나보다 더 나온 것은 맞는지라, 얼른 남편 말을 되받아쳐버리지만 저도 압니다.
살을 빼야한다는 것을!
남편은 요새 매일 테니스를 치러 다니고, 일주일에 두세 번은 40km 자전거를 탑니다.
임신 9개월의 배를 가지고도 아주 활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반면 3개월짜리 배를 가지고 있는 저는 10시간 근무한 날은 일해서 피곤하다고..
다른 날은 글 쓰느라 바쁘다고, 자전거 타러 가는 남편을 따라나서지 않죠.
집에서 글만 쓰는 날은 하루 종일 앉아있는지라 소화도 잘 안되는디..^^;
남편은 40km/ 2시간짜리 자전거를 타러 나간사이..
저도 가까운 공항방향으로 자전거를 타고 나왔습니다.
유럽은 여름은 10시까지 나름 훤한지라..
집에서 나와 보니 자전거를 이미 9시가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자전거를 타기에는 조금 늦은 감도 있지만, 후딱 갔다 올 생각으로 나섰습니다.
집 근처의 린츠 공항까지 왔습니다.
이미 저녁 10시가 다되가는 시간이라 공항은 텅 비어있습니다.
낮에 왔더라면, 활주로로 내려앉고, 떠나는 비행기를 볼 수도 있었을 텐데..
늦게 오니 관제탑 뒤로 저무는 석양만 보게 됩니다.
올해는 모기가 얼마나 극성인지 가만히 서있으면 자꾸 무는지라 계속 움직여야 했습니다.^^;
텅 빈 공항을 위로, 아래로, 옥상에 올라가서 빈 활주로를 보고난 뒤에,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집에 도착했는데, 마눌이 없으니 남편이 전화를 하셨습니다.
“어디야?”
“지금 공항에서 집에 가는 길인데.”
“조심해서 와.”
“중간에 숲길이 있는데, 중간에 데리러 오면 안 될까?”
“나도 피곤하니까 그냥 조심해서 와!”
“내가 혹시 안 들어오면 중간에 누가 납치한줄 알아.”
“조심해서 와.”
공항 오는 길에 숲이 꽤 우거져서 여자 혼자 다니기에는 무서운디..^^;
결국 무서운 숲길이 아닌 공항 옆으로 난 차도를 따라서 큰길로 나간 후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시간이 조금 걸리기는 했지만 말이죠.^^
살이 찐걸 알면서도 요즘 슈퍼에 가면 얼른 챙기는 건 요새 세일하는 프로즌 요거트.
요거트 아이스크림이 비싼데 요새는 세일을 하니..
저렴하다는 이유로 챙기면서 생각을 하죠.
“요거트는 살이 안찌니까 괜찮아.”
원래는 아이스크림도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살이 찌니 입맛이 변하는 것인지..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몸무게를 조금 줄여야 할 거 같아서 몸을 조금 움직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최고 기록은 내려 갈 생각을 안 하고 있습니다.
중년이 되면 몸무게 조절을 잘해야 만병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신경을 쓰고, 정신무장을 해야 할 거 같습니다.
배가 안 고파도 음식을 보면 자꾸 집어 드는데..
거기에 배까지 고프면 헐크되서 물불을 못 가리니..
정신무장보다는 입을 꿰매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일거 같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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