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1주일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5박은 크로아티아의 바닷가에서, 2박은 돌아오는 길에 그라츠에서 했습니다.
대규모(?)로 마당에 야채를 가꾸시는 시아버지.
처음 “휴가 이야기”를 했을 때는 “마당에 야채가 걱정”이 되신다던 시아버지.
우리가 휴가를 간 동안 같은 단지에 사시는 시삼촌이 시아버지의 부탁으로 매일 오셔서 야채에 물은 주신 모양입니다. 물론 시아버지가 직접 하시는 것보다는 마땅치 않으시겠지만 말이죠.
작년 여름에는 마당에 넘쳐나는 산딸기를 쳐다보지도 않았었습니다.
아니, 그때는 시간이 없어서 마당에 나갈 짬도 없었네요.
올해는 시간도 남아돌고, 또 슈퍼에서 파는 산딸기의 가격이 너무 비싼지라..
200g에 1,79유로. 대충 2천 원 정도 하네요.
산딸기는 100g에 천원인 모양입니다.
슈퍼에서는 소량임에도 비싼 산딸기가 집에는 넘쳐나는지라,
매일 따다가 남편의 아침 뮤슬리에 넣어줬죠.
1주일 휴가를 떠나면서 한동안 따지 못할 산딸기 걱정을 했었습니다.
“휴가 갔다 오면 산딸기는 더 이상 없겠구나.^^;”
휴가 갔다 와서 제가 제일 먼저 돌아본 곳은 산딸기 넝쿨 이였습니다.
다 말라 비틀어졌는지 아님 딸 수 있는지 얼른 돌아봤죠.
다른 과일보다 남편이 아침메뉴로 더 좋아하고,
마당에서 따기만 하면 되니 이보다 더 간편한 아침준비는 없죠.
휴가 갔다 와서 제가 딴 산딸기는 거의 1kg이 넘었습니다.
씻어서 그 절반은 시어머니 갔다드렸죠.
우리가 없던 1주일 동안에 호박이 몇 개 커졌다 생각했었는데..
시아버지가 딴 호박은 크기도, 수량도 엄청납니다.
인간에게 1주일은 눈 깜짝 할 사이였는데.. 마당에 야채는 손가락만 했던 것들이 내 팔뚝, 아니 나보다 굵은 남편의 팔뚝 굵기가 되는 시간 이였네요.
1주일 비워두었던 시간만큼 시아버지가 마당에서 하셔야 하는 일은 엄청났습니다.
이틀 동안은 이른 아침부터 해가 진 다음까지 하루 종일 마당에서 일을 하셨습니다.
마당에 누렇게 변한 콩의 잎들을 따내야 하셨고, 한 동안 물을 못 먹은 사과나무, 모과나무, 복숭아나무, 포도덩쿨, 복분자 넝쿨 등등에 호수째 물을 틀어놓고 온 마당을 촉촉하게 해주셨습니다.
마당(야채)에 물주는 것 때문에 휴가도 마음 놓고 갈수 없는 시아버지께는 같은 단지에 살고 있는 동생(시삼촌)이 계셔서 부담 없이 부탁을 하셨던 모양인데..
시삼촌이 바쁘셔서 조카(시삼촌의 아들)에게 부탁을 할 때는 돈을 주신다고 하셨습니다.
크는 아이도 아니고 이제 서른이 넘은 조카에게 마당에 물 좀 주라고 하는 부탁이 돈까지 주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돈을 준다고 해도 받지도 못할 거 같지만.. 우리 집은 그렇다네요.^^;
휴가에서 돌아온 후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고,
여름인 지금 시아버지는 식사 때를 제외하고는 하루 종일 마당에서 사십니다.
반바지만 입고 일을 하시는지라 시아버지는 멋진 구리 색의 피부를 만들어가고 계십니다.
짧았던 여름휴가는 끝이 났지만..
시아버지는 마당에서 여름 내내 햇볕을 온몸으로 받으시며 휴가를 즐기실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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