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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남편과 협상하는 방법

by 프라우지니 2016.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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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남편은 참 쉽지 않는 성격입니다.

 

어쩌면 전에 지인이 말했던 그런 경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서 그런 경우란?

 

“같이 근무하는 (한국인)직원이 정말 쉽지 않는 성격이었는데, 현지(동남아의 한 나라) 여성과 결혼해서는 잘 살더라고, 아마도 그 여성은 국제결혼이다 보니 남자의 성격이 일반 한국 사람이랑 다르다는걸 인식하지 못하고 ”나와는 문화가 다른 사람“이라 생각해서 이해하는 거 같더라. 그런 면에서 보면 국제결혼이 맞는 거 같기도 해!”

 

저도 일반 한국여성보다는 조금 튀는 성격이지만, 남편 또한 일반 오스트리아 남성과는 조금 다른 “경상도 성격”인지라 이곳에서 오스트리아 여성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거 같기도 합니다.^^

 

남편과 살아가면서 이제는 “그러려니..”하는 일들이 꽤 많습니다.

 

그중에 제일은 “지출”에 대해 반응하는 남편입니다.

 

남편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을 마눌이 사면 그 물건을 볼 때마다 잔소리를 합니다.

분명히 내 돈주고 산 물건임에도 남편의 잔소리를 시시때때로 듣는 것만큼 짜증나는 일도 없죠.^^;

 

처음에는 이것 때문에 싸우기도 엄청나게 싸웠습니다.

자기가 산 물건도 아니고, 자기 돈을 쓴 것도 아닌데 왜 그러는 것인지..

 

뭐 매번 이렇게 고민을 해봤자 해결될 것도 아닌데 살다보니 방법이 생기긴 했습니다.

바로 남편과 협상하는 방법이죠.^^

 

남편과 협상하기 전에 부모님께 침대보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었습니다.

 

“엄마, 이 침대보 좀 보세요. 빨아도 누래요. 산지 10년이 됐으면 갈 때도 됐죠?”

“그거 락스에 담그면 다시 하애질거 같은데?”

“비싸게 산 것도 아니고 1.50유로주고 사서 10년 썼음 새로 사도 되지 않을까요?”

“그래도 떨어지지 않았으면 빨아서 쓰면 좋지.”

“군데군데 떨어진 부분도 있어요.”(약간의 과장을..^^)

“....”

 

부모님도 남편과 같은 생각이신지라, 역시 알뜰한 부모님의 아들이란 것을 실감했죠.

 

그래도 1.50유로짜리 침대보를 사서 10년썼음 본전을 빼도 한참 뺀 거죠.

그래서 이번에는 꼭 하얀 침대보를 사고 싶었습니다.^^

 

먼저 내가 사고 싶은 물건에 대해서 여러 번 남편에게 운을 뗍니다.

 

“남편, 우리 침대보 있잖아. 그거 벌써 10년이 다 되가는 거 알고 있지?”

“그런데?”

“이제는 빨아도 누리끼리래. 이번에 새로 살까봐!”

“있는 거 빨면 깨끗한데, 왜 새로 사?”

“여보세요? 아무 때나 버릴 수 있게 젤 저렴한 거 샀었거든요.”

“저렴하면 어때? 깨끗하게 빨아서 쓰면 되지!”

“그래도 1.50유로주고 사서 10년썼음 본전 뺄 만큼 뺀거 아닌감?”

“....”

 

그리고 며칠이 지나서 또 운을 뗍니다.

 

“남편, 이거 봐! 새로 빨았는데, 누리끼리 하지?”

“....”

“물 온도 60도로 빨래를 했는데도 말리면 이 모양이야.”

“....”

“아니 15유로도 아니고, 1.50유로인데 이번에 바꾸면 안 될까?”

“.....”

 

안 된다면 단번에 대답을 할 텐데 남편이 대답을 안 합니다.^^

 

마지막 멘트 한마디 날리면 이제 공사 끝!

 

“남편, 나 침대보 누리끼리 한 거 볼 때마다 우울해!”

“.....”

 

 

남편이 제일 무서워하는 말 나왔습니다.

 

“우울해!”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는데,

마눌의 입에서 이 말이 나왔다 싶으면 언제나 마눌의 요구사항은 항상 무사통과!!!^^

 

하지만 아직 남편의 긍정적인 반응이 아니니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걱정 하지 마! 침대보는 내 돈으로 살께!”

“....”

 

이렇게 남편의 무언의 대답을 얻었으니 이제 침대보를 사는 일만 남았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집에서 자전거로 30분 걸리는 이케아로 열심히 달려갔습니다.

자전거는 집에 돌아갈 때도 쉽게 갈 수 있게 도로 옆에 자물통을 채웠습니다.^^

 

왕복 1시간이면 운동 삼아서 자전거로 달리기도 좋은 거리이고,

무엇보다 사고 싶은걸 사러 가는 즐거움이 있는지라 아주 신나는 자전거타기였습니다.^^

 

 

 

 

유럽의 물가는 피부로 느끼지 않을 만큼 조금씩 가격이 올라가는데...

 

몇 년 만에 같은 물건을 사려고 보니 가격이 두 배나 올라가 있네요.

(십년이라며?)

 

그래도 사겠다고 마음 먹었으니 얼른 업어가야 하는 거죠.

가격도 다양하고 더 비싼 재질의 침대보도 있었지만, 애초에 생각한대로 젤 저렴한 걸로...

 

3유로짜리 침대보를 6개나 샀습니다.

 

한 번에 침대보를 몇 개 씌운 다음에 1주일에 한 개씩 벗겨내면 편하거든요.^^

(제가 바쁘다는 핑계로 쪼매 게으르게 살고 있습니다.^^;)

 

 

새로 산 하얀 침대보를 새로 빨아서 빨랫줄이 널어놓고 혼자서 아주 뿌듯해했습니다.

 

그리고 하얀 침대보를 새로 씌운 날, 남편에게 자랑도 했습니다.

 

‘남편, 이거 봐! 완전 하얀색이지. 질감도  까끌하고 완전 좋다.“

“....”

“역시 새것이 좋지?”

“.....”

 

남편 또한 싫지 않는 반응인지라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새로 6개 사는데 18유로 들었거든, 이거 당신이 반만 내주던가..”

“영수증 나한테 올려.”

 

으하하~ 침대보는 내 돈으로 사도 상관이 없었는데, 반도 아니고 전액을 환불 해 준다니...

이건 협상이 아닌 저의 승리입니다.^^

 

가끔씩 이렇게 사는 물건들이 종종 있습니다.

 

“돈은 내가 낼게, 걱정하지 마!”

 

하지만 결론은 항상 남편이 전액 환불이죠.

 

무작정 내가 사면 내 돈으로 산 물건임에도 그 물건 볼 때마다..

남편의 잔소리를 듣는 일이 반복되는데,

 

남편과 적당히 협상해서 물건을 사면, 남편의 잔소리도 없고,

 

나중에 남편에게 환불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 또한 있는지라 꽤 괜찮은 방법입니다.

 

결혼 10년차에 들어서니 남편과 살아가는 노하우가 늘어가고 있는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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