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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시아버지가 김치 드시는 방법

by 프라우지니 2015.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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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제 시부모님은 며느리에 음식에 대한 칭찬을 안 하십니다.^^; 

 

가끔씩 음식을 갖다 드릴 때, 옆에 반찬으로 약간의 김치를 놓아드리기는 하지만,

 김치만 드릴 생각은 절대 하지 못했습니다.

 

(이미 비엔나는 다녀왔지만)

비엔나의 나들이가 결정되기 전에 시누이와 대화를 잠시 했었습니다.

 

“올케랑 오빠가 부모님이랑 같이 비엔나에 오면 같이 한식당에 가도 되겠다, 그럼 올케(물론 시누이는 저를 올케라고 하지않고, 그냥 이름을 부릅니다.)가 한국 음식 설명해주면 되겠네.”

“아니, 뭘 한식당까지.. 그냥 내가 음식을 하면 되지!”

“전에는 동료들에게 한식당에서 나온 야채(상추)의 용도에 대해서 내가 설명했잖아. 올케랑 집에서 삼겹살을 쌈으로 먹은 적이 있어서 내가 그 용도를 잘 알고 있었잖아.”

 

그래놓고 잠시 속으로 고민을 했었습니다.

 

“혹시 우리가 한식당에 갔는데, 그곳의 음식이 맛이 없으면 어떻하지? 내 블로그에 그 식당의 음식이 맛이 없다고 포스팅하게되면 그 식당은 장사가 안될텐데..“

(자기가 무슨 파워블로거인줄 아남? 이름없는 블로거의 글 한줄이 무슨 힘이 있다고?)

 

아하~ 울 시누이가 한식당도 가는군요. 그럼 김치도 알겠네요.

 

“시누이, 담아놓은 김치 있는데 한통 줄까? 가져갈래? 근디 조금 시었어.”

“나 신거 좋아하는데 뭐, 줘요 가져가게!”

 

헉^^; 시누이도 남편처럼 집에서는 입을 다물고 사는 인간형인지라 대화가 심히 부족한 관계로 뭘 좋아하는지 몰랐고, “뭘 줄까?”해도 “No thanks"만 외치던 시누인데 왠일로 달라고 합니다.

 

얼른 지하실로 내려가서 담아놓은 신김치 한통을 들고 올라오니 마침 아빠가 와 계십니다.

김치를 손에 들고 있었던지라 아빠께도 여쭤봤습니다.

 

“아빠, 아빠도 신 김치 한통 드릴까요?”

 

아빠는 여러 차례 제가 갖다드린 음식옆에 있던 김치를 여러 번 맛보셨죠.^^

 

“그거 맵잖아!”

“아빠, 김치가 건강에 을매나 좋은데요. 이건 자연 요거트예요.”

“... 그럼 나도 한 개 다오.”

 

이렇게 시아빠께도 신 김치 한통을 드리고는 잊고 있었습니다.

 

저녁시간에 뭔가를 물어보려고 시댁에 들어가서 주방으로 가는디..

어디서 많이 맡아본 냄새가 심하게 납니다.

 

 

 

 

“이게 어디서 나는 냄새인고?”하고 들여다보니, 아빠가 신김치 통을 열어놓고 저녁을 드시고 계셨습니다. 빵에 살라미 햄을 드시면서 반찬으로는 신김치로 말이죠.

 

신김치는 냄새가 다른 김치보다 더 찐하게 진동하는지라,  

 제가 김치를 먹고 나서는 주방의 창문을 다 열어서 환기를 시킵니다.

 

김치를 안 먹는 사람들에게는 참기 힘든 냄새거든요.

 

그런 냄새가 주방전체에 진동을 하고 있는 상태로 아빠는 김치를 드시고 계십니다.

 

한국사람이거나, 외국사람이라도 한식을 사랑하고, 김치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맡으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을 환경이지만, 서양인 시아버지가 냄새가 풀풀나는 신김치를 그것도 빵이랑 해서 드신다는 것은 전혀 상상을 못했던지라 제가 조금 당황했었습니다.

 

"아빠, 지금 빵이랑 김치를 드시고 계시는 거예요?“

(당근이지, 그럼 서양인 아빠가 밥에다 김치를 먹겠남?)

 

“응, 근디 맵다”

 

“맵다”하시는 아빠는 김치를 한 개씩 드시는 것이 아니고,

한 번에 두어개씩 집어서 드십니다.

 

김치를 드리기는 했지만, 아빠가 어떻게 김치를 드실지는 생각하지 못했던지라, 아빠가 김치를 드시는 모습을 보니 새롭고, 신기하고, 괜히 기특하기도(어르신한테 이런 표현은 안돼요~) 했습니다.

 

아빠가 김치를 정말 좋아서 드신 것인지, 아님 며느리가 준 것을 빨리 해치워야 하니 드신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먹을 의지가 없는 음식이였다면 그렇게 주방 전체 아니, 집안 전체에 신김치냄새를 진동하게 하면서까지 드시지는 않았을꺼라는 것이 며느리의 추리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울 아빠는 정말로 김치를 좋아하시는 걸까요?

다음에 다시 아빠께 “김치를 드릴까요?” 해보면 알게 되겠죠.^^

 

정말로 좋아하신다면 사양하시지 않을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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